메뉴 건너뛰기

close

 판자위안에서 골동품을 늘어놓은 채 장사하는 상인들. 판자위안에서 거래되는 골동품의 90% 이상은 가짜다.
 판자위안에서 골동품을 늘어놓은 채 장사하는 상인들. 판자위안에서 거래되는 골동품의 90% 이상은 가짜다.
ⓒ 모종혁

관련사진보기


 오래된 불상에서 생활자기까지 가지고 와서 파는 한 상인의 전시 물품. 판자위안에서 장사하는 상인은 대부분 중국 각지에서 올라왔다.
 오래된 불상에서 생활자기까지 가지고 와서 파는 한 상인의 전시 물품. 판자위안에서 장사하는 상인은 대부분 중국 각지에서 올라왔다.
ⓒ 모종혁

관련사진보기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 판자위안(潘家園)골동품시장. 1992년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판자위안은 오늘날 중국 최대 골동품 거래시장이다. 오랫동안 주말에만 열렸던 판자위안은 1997년 7월 4만8500㎡의 부지에 거대한 상설시장으로 변모했다.

조선시대 중국에 갔던 사신과 문인이 찾던 류리창(琉璃廠)이 도자기·서화 위주라면, 판자위안은 갖가지 물품이 선보이는 노상박물관을 떠오르게 한다. 농촌 민가에서 사용된 듯한 자기 그릇에서 오랜 역사의 풍상을 간직한 청동기 유물까지 판자위안은 없는 게 없는 골동품 장터다.

판자위안은 크게 민간공예품, 옛 생활용품, 서체·그림, 도자기, 청동기, 옛 도서, 고가구 등의 거래시장으로 나뉜다. 평일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줄을 잇는 판자위안은 주말이면 새벽부터 중국 각지에서 몰려든 장사꾼과 골동품 수집가로 붐빈다.

판자위안에서 영업하는 상인은 대략 4000여명. 대부분 베이징이 아닌 다른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다. 여기에 짐 나르는 일꾼, 음식 파는 상인, 주말에만 시장을 찾는 골동품 소장가 등을 합치면 판자위안을 무대로 살아가는 활동 인구는 1만 명에 가깝다.

없는 게 없는 판자위안 시장... 애호가만 7000만 명

판자위안의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가격으로 뜻밖에 가치있는 골동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판자위안에서 거래되는 대다수 골동품은 정해진 가격이 없다. 높은 가격을 부르는 상인들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계산기를 두드리다 보면 중국인의 놀라운 상술을 경험할 수 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김현중(35)씨는 "판자위안에서 거래되는 골동품의 90% 이상은 가짜라고 알고 가지만 중국 문화의 옛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베이징 토박이 겅판(29)은 "자주 가면 간혹 싼 값에 진귀한 문물을 구입하기도 한다"면서 "판자위안은 전문적인 골동품 경매시장과 달리 서민적이고 생동감이 넘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산시(陝西)성 바오지(寶鷄)청동기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재를 발견하여 신고한 사람에게 보상한다는 정부 문건과 신고자 사진. 중국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미신고 발굴 유물이 골동품 시장에 나와 암암리에 거래된다.
 산시(陝西)성 바오지(寶鷄)청동기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재를 발견하여 신고한 사람에게 보상한다는 정부 문건과 신고자 사진. 중국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미신고 발굴 유물이 골동품 시장에 나와 암암리에 거래된다.
ⓒ 모종혁

관련사진보기


판자위안은 중국 대도시에 흩어져 있는 수천개의 골동품 거래시장 중 대표 주자다. 2005년 현재 중국에서 골동품 애호가는 7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골동품 시장 규모는 약 200억 위안(한화 약 2조5000억원)으로, 해마다 10~2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전문적인 수집가만 500만 명에 달해, 중국 골동품 시장은 5년 안에 1000억 위안(약 12조5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뜨거운 골동품 수집 열기를 보여주듯, 작년 11월 8일 국보급 명대 서화 적벽도(赤壁圖)는 중국 그림 경매사상 최고액인 7952만 위안(약 99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청나라 황실에 보관됐던 적벽도는 신해혁명 후 유출되어 민간에서 80여 년간 비밀리 소장되다 베이징 경매시장에 나왔다.

적벽도를 구입한 것은 옛 그림 수집가인 한 민영 기업가.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부자가 양산되면서 골동품 수집이 애호를 넘어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부자들이 골동품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정부가 중화문명의 부흥을 꿈꾸며 문화재 관리와 보호에 힘을 기울이는데다, 급속한 현대화·산업화로 옛 문물이 사라져가면서 그 가치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일반인들까지 골동품 수집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판자위안과 같은 서민적인 골동품 거래시장을 무대로 물건을 사들인다. 신문·방송 등 언론매체도 수집 열기에 편승하여 앞 다투어 골동품 감정 기사나 경매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난세에는 황금을 사고 태평성대에는 골동품을 사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자신이 수집한 홍산문화의 정수인 구룡옥 앞에서 포즈를 취한 황캉타이 소장. 황 소장은 30년 가까이 1000여 점의 진품 옥기를 수집,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이 수집한 홍산문화의 정수인 구룡옥 앞에서 포즈를 취한 황캉타이 소장. 황 소장은 30년 가까이 1000여 점의 진품 옥기를 수집,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모종혁

관련사진보기



"기원전 3000년 전 홍산문화 옥기만 1000여 개 수집"

작년 4월 기자가 만난 랴오닝(遼寧)성 선양(沈陽)시 황캉타이(黃康泰·50) 홍산문화옥기연구소장도 일찍이 골동품의 가치에 눈떠 시장에 뛰어들었다.

황 소장은 1975년 군 복무 당시 발견한 옥기를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중국 최대의 홍산문화 옥기 소장가로 유명해졌다. 홍산문화는 기원전 4200~3000년 전 네이멍구(內蒙古) 동남부와 랴오닝 서부 일대에서 번성한 신석기시대 문화로, 중국 최고의 인류 문명으로 주목받고 있다.

황 소장은 "1987년에 문을 연 자동차 부품회사와 운수업으로 큰돈을 벌면서 본격적으로 골동품 수집에 나섰다"면서 "홍산문화 옥기를 집중 수집하면서 1000여 점의 옥기를 모으게 됐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촌부가 발견하거나 소장한 옥기를 사들이기 위해 시골 구석구석까지 가지 않은 곳이 없다"면서 "한 개에 수억 원 하는 고대 옥기를 시장 가치로 따지면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골동품 수집이 부동산과 주식에 이어 크게 각광받고 있지만, 시장에 나오는 대다수 물건은 가짜다. 작년 7월 1일 <노동자일보>(工人日報)는 "골동품과 예술품에 대한 투자 열기가 전에 없이 뜨거워지고 있지만 열악한 감정의 현실을 비집고 가짜 문화재가 시장을 교란하면서 전문가 감정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자일보>는 "국영 CCTV가 주최한 골동품 순회감정 행사에서 출품된 물건 가운데 가짜가 80~90%에 달했다"고 전했다. <노동자일보>는 "애호가는 수집한 골동품을 감정사에게 문의하지만 전문지식이 있고 경험 풍부한 감정사는 절대 부족하여 감정 결과가 각기 다르다"면서 "일부 감정사가 판매자와 짜고 가짜를 진짜로 감정하는 일까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왼쪽은 중국국가박물관이 소장한 국보 권체옥룡(?體玉龍)이고 오른쪽은 황캉타이 소장이 수집한 권체옥룡이다. 황 소장이 보관한 권체옥룡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지만, 국보급 골동품에도 가짜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왼쪽은 중국국가박물관이 소장한 국보 권체옥룡(?體玉龍)이고 오른쪽은 황캉타이 소장이 수집한 권체옥룡이다. 황 소장이 보관한 권체옥룡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힘들지만, 국보급 골동품에도 가짜가 많음을 알 수 있다.
ⓒ 모종혁

관련사진보기


전문가도 감정하기 힘든 국보급 '짝퉁' 골동품도 판쳐

돈이 되면 기둥뿌리도 잘라 파는 오늘날 중국에서 가짜 골동품 범람은 어찌 보면 돈벌이를 쫓는 당연한 추세다. 문제는 국보급 문화재까지 가짜가 판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10월 7일 반관영 <중국신문사>는 "진품을 고화질 카메라로 입체 촬영하고 첨단 재료와 장비로 모조한 국보급 문화재가 골동품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신문사>는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 차오톈궁(朝天宮) 골동품시장에서는 박물관에서 전시되는 국보인 명대 숙하월하추한신도매병(肅何月下追韓信圖梅甁) 도자기와 재질·모양·크기 등이 똑같은 물건이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신문사>는 "차오톈궁 시장의 숙하월하추한신도매병은 박물관 진품처럼 깨진 부분마저 똑같았다"면서 "제작연대·출토지·판매자 등 족보까지 갖춘 국보급 골동품은 전문가의 육안 감정으로도 판정하기 힘들 정도"라고 보도했다.

작년 4월 9일 <CCTV>는 "시안(西安)시 골동품협회 회원이자 다량의 골동품을 소장하고 있는 전문가인 장잉춘조차 가짜 당대 동거울(銅鏡)을 구입하는 등 가짜 골동품의 수준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CCTV>는 "가짜 골동품은 골동품 교역상이 위조 전문가를 고용해 중국 각지 교역시장에 유통시킨다"고 지적했다.

황캉타이 소장이 수집한 1000여 개의 홍산문화 옥기의 진위도 의심스럽다. 황 소장은 "모든 소장품은 출토지나 구매자를 확실히 가릴 수 있고 나와 여러 전문가의 안목 감정에 의해 100% 진품임을 확신한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그는 국가적 감정기관이 감정한 진품은 10여 개밖에 없다고 했다. 황 소장은 "옥엔 탄소연대를 측정하는 데 필요한 C14가 함유되어 있질 않아서 진짜 여부를 가리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영 < CCTV >는 2주 만에 1000년 된 국보급 골동품이 제작되는 과정을 고발 보도하여 충격을 주었다.
 중국 국영 < CCTV >는 2주 만에 1000년 된 국보급 골동품이 제작되는 과정을 고발 보도하여 충격을 주었다.
ⓒ <신화통신>

관련사진보기


중국에서 수집·발굴한 흑피옥 조각상 진위 논란

황캉타이 소장의 주장은 작년 말부터 한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흑피옥 조각상 수집가 김희용(58)씨 사례와 유사하다. 김씨는 16년 전부터 중국 각지에서 흑피옥을 수집하다가 2006년 8월에는 네이멍구 우란차푸(烏蘭察布)시 외곽의 무덤군에서 흑피옥을 직접 발굴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이 수집한 흑피옥 조각상이 가깝게는 5천 년 전에서 멀리는 1만 년 이전에 만들어진 진짜 고대 유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중국 내 언론과 학계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의 주장과 달리 중국 언론매체 가운데 <신화통신> 자회사인 <신화메이통(新華美通)>과 골동품 관련 뉴스 외에 흑피옥 조각상 관련 보도는 전무하다.

중국 고고학계도 김씨가 소장한 극소수 유물이 진짜라고 가정할 뿐 김씨의 주장과 가설에는 관심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 김씨는 황 소장과 마찬가지로, 논란 속에 조만간 흑피옥 조각상 발견 장소를 발굴하고 유물에 대한 과학적 탄소측정 결과를 내놓겠다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왕리쥔(王立軍) 문화부 중국예술품평가위원회 부주임은 "가짜 골동품이 범람하는 것은 전문가라 칭하는 소장가와 자격 미달의 감정사가 시장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흑피옥 조각상에서 볼 수 있듯, 한국 내에서도 중국에서 유통, 구입되어 밀반입된 골동품이 적지 않다. 중국 가짜 골동품을 가려내기 위한 중국정부와 관련 기관 및 학계의 관심과 제도적 밑받침이 절실하다.

 김희용씨의 주장을 담아 대대적으로 보도한 <주간동아> 작년 9월 25일자. 김씨는 중국 문화부와 흑피옥 조각상 발견 장소를 발굴 준비 중이고, CCTV·베이징TV 등과는 학술발표회와 다큐 제작을 진행 중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희용씨의 주장을 담아 대대적으로 보도한 <주간동아> 작년 9월 25일자. 김씨는 중국 문화부와 흑피옥 조각상 발견 장소를 발굴 준비 중이고, CCTV·베이징TV 등과는 학술발표회와 다큐 제작을 진행 중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 <주간동아>

관련사진보기



#골동품#위조#판자위안#흑피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