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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직후부터 '이명박 운하'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김상화 한국 강살리기네트워크 공동대표(낙동강 공동체 대표)가 경부운하 사업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보내와 전재합니다. <편집자주>

여느 해보다 세찬 칼바람이 둘러싼 일출에 무릎 꿇고 두 손 모았습니다. 일출기운이 널려있는 천공에 갑자기 생각도 못한 세가지 형상이 나타났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가형상이 국토를 끌어안고 국민의 손을 잡고 나타난 것입니다.

 

놀랍게도 나타난 장소는 태양기운이 치솟는 바다쪽이 아닌, 엉뚱하게도 낙동강의 양산 원동 가야진 나룻터였습니다. 신라 사독 중 한곳인 이곳에서는 해마다 ‘가야진용신제’를 지냈던 곳으로 국태민안을 빌고 기우제를 통해 지극한 애향심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키웠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가와 국토와 국민으로 분한 세 사람이 아래쪽을 향해 노를 젓고 있는데 배가 나아가는 곳은 위쪽 방향이었습니다. 역천행이었고 나룻배안의 세 사람은 저도 모르게 역천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경험이었습니다.

 

새해 아침에 겪은 이같은 의미가 무엇일까요? 새로운 시대 국가를 향한 애국심은 모두가 같은데 국토에 대한 생각들이 제각기 다른 국민의 속마음들이 저의 사념을 뚫고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새해 아침 앙망드립니다. 새 대통령께서도, 새 정치에 참여하는 각급 지도자들께서도 모처럼 찾아온 국민통합의 염원에 찬물 뿌리지 마시기를 앙망드리옵니다. 경부운하와 같은 분열의 싹은 더 이상 키우지 마시고 국민들이 서로 밀고 힘을 합치는 지혜를 찾아 주시길 재삼 앙망드립니다.

 

1) 감사와 통절 - 지난 시절 보릿고개를 경험한 국민의 배고픔으로 담보된 개발시대에 우리의 강과 하천은 제 생명고리를 순식간에 뺏겨버리고 그 댓가로 몸은 망가질대로 망가져 버렸고, 핏줄은 온갖 혈전현상에 갇히고, 물은 오염의 사슬에 갇혀버렸습니다. 이로부터 몇 십 년이 흐른 뒤에야 국민들은 자각과 반성과 참회의 몸짓으로 강을 살려내는데 정성을 다 바쳤습니다.

 

아시다시피 10년전의 강과는 다른 희망의 물길을 우리는 찾아내었으며, 우리의 염원을 알아차린 듯 강 곳곳마다에 사라져 버렸던 생명의 기운이 환한 미소로 찾아들고 있습니다. 그 더러웠던 강물이 살아나고, 수변 식생대가 찾아들고, 학자는 학자대로 유역주민은 주민대로 보람을 안았으며, 시민과 행정은 협치의 문화를 신뢰의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이에 온 국민은 미래의 후손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뜻한 사랑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새천년이 시작되는 1999년부터 2003년도까지 매년 1월 15일부터 1월 18일까지 낙동강유역의 청년들과 함께 태백산 정상 천제단에서 새로운 희망을 향한 '1만배 의식'을 올렸습니다. 30여 년이 넘는 강의 동반자·심부름꾼으로서 나름대로의 참회행동이었습니다. 그때 입은 무릎 상처 때문에 날씨가 추워지면 심한 통증이 따라다니지만 주민과 시민과 전문가의 노력들을 대할 때마다 감사의 눈물이 절로 흘러내립니다.

 

2) 선택과 책임 - 지난 2007년 한해동안 낙동강을 비롯한 우리나라 4대강을 찾아다니며 '발품의 사랑방'을 만들어 왔습니다. 사랑방 대화에서 저는 국민의 속마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①국민과 유역주민은 새로운 정치를 원하고 있고  ②정치문화로부터 번져나오는 불신과 대립을 종식시켜 '국민의 한마음'을 원하고 있고  ③진정한 의미에서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국가발전의 구심점을 갈망하지만 ④경부운하와 같은 거대한 토목사업은 당장은 얻어지는 것이 있을지라도 그것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과 위험요소는 결국은 유역주민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이 보편적 의식이었습니다.

 

⑤예를 들어 운하사업으로 생겨나는 갑문과 보(경부운하의 경우 25곳)는 주운기능을 가지기 위해 최소 6m이상의 수량이 저장되어야 함에 따라 주변 농경지에 영향을 주는 각종 피해에 대해 농민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하절기 우기철마다 겪는 홍수범람과 피해의식은 어떤 과학적·기술적 방식이 제시되더라도 지금껏 겪은 일보다는 결코 상위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천의 안정망·단절된 하천생태계가 일으키는 리버킬(river kill) 현상과 악순환 현상의 지속화·수질 등 각종 환경문제·하천 자정력 문제·상수원 안정성 문제·각종 구조물이 일으키는 하상 안정도 문제·생태종다양성의 위축과 감소와 변형문제 등 불확실성이 많은 하천과제는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자연의 자연스러운 동태성과 변화를 뛰어 넘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역주민은 물론 많은 전문가들은 사업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염려하고 우려하는 것입니다. 낙동강의 경우 운하시스템에 내장되어 있는 과학성과 기술력이 열악한 하천구조에 따른 표고 차의 문제와 낙동강 특유의 강수량 구조문제(백두대간 줄기의 강수량과 하천이 점하고 있는 중부내륙의 강수량차가 평균 400~500mm임)와 하상계수의 편차문제 등을 뛰어 넘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경부운하의 선택 주체는 유역주민이어야 합니다.

 

책임 또한 유역주민에게 넘겨져 올 것입니다. 하천의 구조와 기능을 바꾸는 사람들은 운하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불안요소와 그에 따른 피해 또는 재난과 재앙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지난 정권에서 잉태된 정치불안·경제불안·사회불안이 경부운하와 같은 발상에 힘을 보태주는 세태가 되었지만 이 운하가 가져다 줄 악순환과 각종 재난의 피해는 정치와 경제가 아닌 유역주민에게 고스란히 맡겨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강과 하천의 진정한 주인인 유역주민의 선택과 책임은 그만큼 무거운 것입니다.

 

3) 미래와 후손을 생각하며 - 현재 경부운하 찬․반논리가 사회전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안에 겪은 나라살림의 내용들이 과연 억겁을 지켜왔고 또 더 많은 날을 가야할 '강과 우리의 관계끈'을 끊어버려야 할 것인지?

 

국민의 힘으로 살려가는 이 땅의 젖줄과 핏줄에 또 다시 멍에를 씌워야 되는 것인지? 어쩌면 우리보다 더 지혜로울 수 있는 후손들의 판단과 선택기회를 빼앗아야 하는 것인지? 국민 모두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새해 유유평안하심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태그:#경부운하, #이명박 운하, #김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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