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MK 픽쳐스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소외된다는 것은 참 아픈 일이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건 인간이라면 겪어야 할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혹자는 남루한 현실에 지쳐 방황하거나, 피폐해지는 이들도 있고, 혹자는 그럼에도 꿈과 열정을 잃어버리지 않고 꿋꿋하게 사는 이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팍팍한 현실이 어깨를 짖누르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감동이 느껴지는 법이다. 그런 이들을 주목하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임순례 감독이다. 데뷔작 <세친구>부터 <와이키키 브라더스>까지 끊임없이 세상에서 소외받은 이들의 삶을 그려내는 임순례 감독이 이번에는 대한민국 핸드볼 국가대표팀을 주목했다.

 

실화의 감동을 이어간 <우생순>


임순례 감독이 내놓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홀대받는 스포츠 핸드볼 국가여자대표팀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국 최고의 연기파배우 문소리, 스타 김정은 등이 출연하지 않는가. 이제껏 그녀의 영화에서 스타가 출연하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누구는 이제 임순례 감독이 변한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영화는 과장된 감동보다는 자연스럽게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그려내는 그녀이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세계 최고의 명승부를 펼친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사실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다. 실화를 영화로 옮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화는 이미 관객들이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 스크린에 옮겼다가는 혹독한 악평과 함께 철저하게 외면을 당할 수 있다. 특히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핸드볼 경기의 감동은 아직도 관객들에게 생생한 기억일 것이다.

 

그러한 감동을 스크린에 옮겼을 때 그때 만한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분명 영화를 만든 제작진과 출연한 배우 모두 비난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제목처럼 최고의 감동을 선사해 준다.

 

 남루한 현실 속에서도 힘겹게 꿈을 향해 도전하는 핸드볼 선수들

남루한 현실 속에서도 힘겹게 꿈을 향해 도전하는 핸드볼 선수들 ⓒ MK 픽쳐스

 

꿈과 도전을 향한 멋진 선수들의 이야기


영화 속 아테네 올림픽에서 덴마크와의 경기에 우리 모두 결과는 뻔하다고 생각했다. 덴마크는 핸드볼 강국으로서 전 국민의 응원과 지원을 받기에 당연히 한국팀이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다. 더욱이 우리는 국가대표팀의 선수가 모자라 은퇴한 선수들까지 불러오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포기하지 않고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며 은메달을 따냈다. 비록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그 메달이 값지다는 것은 우리는 알고 있다. 이처럼 감동 그 자체인 이야기를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영화는 달라지기에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러한 점을 임순례 감독은 매끄럽게 이야기를 풀어내 드라마로 엮었다. 즉 핸드볼이라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이지만 경기 장면은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의 하루하루를 주목하며 힘겹게 살아가면서 핸드볼을 하는 선수들의 인생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 인생이라는 것이 뜻만 있다고 되는 것도,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현실과 이상이 멀기에 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 좌절을 겪기도 한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핸드볼 선수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해도 그때뿐이지 크게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스포츠가 핸드볼이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핸드볼 선수생활을 한다는 것은 웬만한 노력이 없어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임순례 감독은 그녀들이 하루하루 힘겹게 살면서 꿈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내 감동을 자연스럽게 이입하고자 했다. 전반부에서 그녀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후반부 경기 장면에서 감정을 폭발하게 만든다.

 

이러한 연출 덕분에 감정을 과잉 공급하지 않고 그녀들을 애정 어린 시선을 바라보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녀들의 성장을 보여주기에 관객들도 그녀들과 하나가 될 수 있다. 물론 다소 멋진 경기 장면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들의 희로애락이 절절하게 묻어 나온다. 그래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은 한 편의 감동 있는 영화로 탄생하게 되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일이 더 많은 게 세상이다. 임순례 감독은 인간 승리 드라마를 포기하는 대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사는 그들의 삶과 꿈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 주력한다. 애정 어린 시선에 동정이 묻어나지 않아 편안하다.

 

이 영화에는 핸드볼 경기 장면들이 생각보다 적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초점이 스포츠 영화에 어울릴 만한 멋진 경기 장면이 아닌 인물들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임순례 감독은 그들이 코트에서 흘린 값진 땀을 더 큰 성장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묘사한다. 코트 위에서 최선을 다해 뛰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당시 그들이 느꼈을 감정들이 조금씩 객석으로 전해져 온다.

 

자칫 상투적이거나 신파적으로 흐를 수 있는 전개를 보기 좋게 연출한 임순례 감독. 이 땅에 사는 모든 마이너들을 위로와 격려해 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분명 진심이 담긴 우리들이 꼭 봐야 할 영화 목록 중의 하나가 될 듯싶다.

2008.01.07 10:58 ⓒ 2008 OhmyNews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임순례 핸드볼 문소리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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