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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로 국내 최대의 청정 해역이자 수산물의 보고인 서해가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언제 생명력을 회복해 굴과 전복, 꽃게를 길러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가운데 한해의 끝을 절망으로 보내고 새해를 맞는 피해지역 주민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고 있다.

이렇듯 어려움에 처한 태안 주민들과 고통을 함께하면서 뜻 깊은 새해를 맞겠다며 새해 벽두부터 자원봉사단을 꾸려 충남 태안으로 서둘러 달려간 이들이 있다. 어려운 이웃이 있는 곳에서 항상 큰 힘과 위안이 되어주는 (사)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회장 장길자) 자원봉사자들이다.

방제작업을 하는 회원들
▲ 방제작업 방제작업을 하는 회원들
ⓒ 이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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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체 회원들이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다며 기름 유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지난 20일에도 충남 지역 회원 150여명이 한 차례 봉사활동을 다녀간 바 있다. 회원들이 가족 단위로 이곳을 찾아 방제작업을 도운 것까지 합하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눈보라 때문에 중단됐던 방제작업이 재개된 3일 이른 아침, 장길자 회장을 비롯해 서울·경기·충남 지역 회원으로 구성된 310여명의 회원들은 수은주가 뚝 떨어진 차가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둘러 학암포 해수욕장으로 달려갔다.

진태구 태안군수에게 성금을 전달하는 장길자 회장
▲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진태구 태안군수에게 성금을 전달하는 장길자 회장
ⓒ 이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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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방제작업에 앞서 장길자 회장은 태안군청에 들러 진태구 태안군수에게 1천만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장 회장은 진 군수에게 “작은 정성이지만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이라며 “피해 지역 주민들이 재기의 희망을 다지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

자원봉사자들의 잇따른 도움으로 현지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40㏊에 달하는 넓고 고운 백사장과 절경을 이루던 해안의 기암괴석들은 검은 기름에 찌든 채 흉물스런 존재로 전락해 있었다.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피해 현장을 눈으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면서 “피해 지역 주민들이 하루빨리 삶의 희망을 되찾을 수 있도록 방제작업에 최선을 다하자”며 작업을 서둘렀다.

방제작업하는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원들
▲ 흘린 땀방울에 살아나는 자연 방제작업하는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원들
ⓒ 이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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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미리 준비해간 방제작업용 도구(방제복, 장화, 고무장갑, 마스크)와 흡착포 및 헌옷을 이용해 바위와 자갈, 백사장을 뒤덮은 기름을 닦아내며 방제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매서운 겨울 바닷바람과 손이 얼얼할 정도의 강추위도 잊은 채 접근이 어려워 복구의 손길이 제대로 닿지 않는 해안 암벽에 남아 있는 기름은 물론 원유로 검게 변해버린 크고 작은 돌멩이와 모래까지 일일이 손으로 다 닦아냈다.

겉으로 보기에는 진척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바위 아래 돌들을 들어내자 새까만 기름과 타르가 진한 냄새를 풍기며 흥건하게 고여 있는 상황. 자갈 모래를 손으로 파헤치자 역시 기름이 흥건하게 고여 있는 상태였다.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직도 많은 손길이 필요한 심각한 상황”이라며 혀를 내두르며 “더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단체 부녀 회원 20여명은 해수욕장 입구에 작은 캠프를 설치하고 500인분의 육개장과 밥은 물론 귤과 고구마, 라면, 빵, 커피, 떡, 음료수 등 음식까지 다양하게 준비해 현장을 찾은 모든 자원봉사자들에게 대접해 방제작업에 큰 보탬이 되기도 했다.

오후에는 기온이 더 떨어지고 바람도 세차게 불어 파고가 높았지만 이들의 방제작업에 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방제작업은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방제작업 중인 장길자 회장
▲ 상처를 닦아내듯 방제작업 중인 장길자 회장
ⓒ 이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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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에도 끝까지 회원들과 함께 방제활동을 펼친 장길자 회장은 “매스컴에서 많이 좋아졌다고 해서 인원을 축소해서 왔는데 안타깝다”면서 “현장에서 직접 보니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죽어가는 바다를 살리고 실의에 빠진 어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따뜻한 이웃들의 손길뿐이니 더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 활동에 동참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지난달 20일에 방제작업에 참여했다가 시름에 잠긴 어민들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또 다시 동참했다는 회원 박영선(36·충남 홍성)씨는 “지난번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해안의 바위나 돌멩이는 기름투성이고 모래 속에 스며들어 있는 기름도 큰 문제”라며 “우리 회원들의 정성이 이곳 주민들에게 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는 심장병 및 난치병어린이와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등 어려운 환경에 놓인 이웃들을 돌아보는 한편 국제대회 서포터즈 지원과 범국가적 재난·재해 복구활동에 앞장서며 오랫동안 고통을 당한 이웃들과 함께해온 순수 사회복지단체이다. 최근에는 추운 겨울을 맞아 사랑의 김장나누기, 독거노인 유류 지원 등 어려운 이웃들의 겨울나기를 도우며 훈훈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고 있다.


태그:#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장길자, #IWF, #태안 기름 유출, #진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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