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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한나라당의 계파 갈등이 다시 움틀 조짐이다.

 

작년 12월 29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을 계기로 잠시 봉합되는 듯 했던 양측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2일 대구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구·경북지역 신년하례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공천은) 정상적으로 모든 것을 해야한다"며 "석연치 않은 이유로 당에서 가장 중요한 공천을 그렇게 뒤로 미룬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다른 당에서 이삭줍기를 한다만다 하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훌륭한 사람을 뽑아서 국민한테 선택받을 생각을 해야지, 정권교체까지 한 공당으로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 지도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은 1일 K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한 복안'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다음과 같이 공천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이번 국회가 참 중요한 것은 정부 조직법도 바꿔줘야 되고 또 이제 총리 임명해서 모든 각료들에 대한 청문회도 해야되고 하니깐 만일 그 기간에 공천하는 문제하고 엎쳐버리면 국회가 안 되겠죠? 그렇지 않겠습니까? 내가 공천 안됐다 하는 국회의원이 거기 나와서 일을 하겠습니까?"

 

이 당선인의 발언은 공천에 탈락할 의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2월25일 새 정부가 출범한 뒤 공천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 당선인의 핵심측근 이재오 의원도 작년 12월31일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과반 의석을 확보해 줘야겠다고 생각하는 시점은 당선인의 취임 직후"라며 "공천은 2월 정부 출범 직후가 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이 당선인과의 회동 전날 "(공천 연기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느냐"고 말한 것에 대해 이 의원은 "국민이 우리 이야기를 더 납득하겠는가 아니면 공천 빨리 하자는 것을 납득하겠는가?"하고 반문하기도 했다.

 

강재섭 대표는 2일 오전 비공개로 열린 최고 중진 연석회의에서 "공천을 일부러 늦게 하거나 일부러 빨리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당선인 측의 의견과 새 정부 출범에 대한 당의 지원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일견 중립적인 수사를 구사했지만 대부분의 당직자들은 "당선인 측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에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다.

 

강 대표는 "늦어도 3월 9일 정도까지는 공천을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는데, 선거 한 달 전까지 공천을 늦추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같은 상황 전개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지난 주말 회동에서) 당선인이 분명히 '(공천을) 늦추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는데 달리 (언론) 보도가 나오는 것은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박 전 대표가 이 당선인이 이중 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말이었다.

 

이 당선인이 KBS 인터뷰에서 밝힌 '공천 연기의 변'에 대해서도 그는 구체적인 반론을 폈다.

 

박 전 대표는 "정부조직법이나 총리인준· 인사청문회, 이런 것들에 차질이 빚어질까봐 (공천을) 그런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나라 발전을 위해서 하는 일이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인준 못 받을 사람을 내놓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3월 9일까지 공천을 완료하겠다"는 강 대표의 발언에 대해 "선거운동 시작을 보름 남겨놓고 발표한다는 것은 굉장히 의도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며 "행여 정치보복이라든가 하는 것이 있다면 우리 정치문화를 완전히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당선인에게 힘이 쏠리며 당내 경선에서 패한 '친박' 인사들이 코너에 몰리는 것처럼 보이는 정국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도 역력했다.

 

"그런 식으로 만약 된다면 앞으로 경선이란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당 규정도 필요 없고, 시스템이 붕괴되는 일이다. 결국 규정도 당헌·당규도 소용없고, 승자 측에서 마음대로 하는 것이 법이 된다는 이야기 아니겠냐?"

 

한나라당 총선기획단장을 맡은 이방호 사무총장은 10~15일 사이에 구체적인 공천 안을 만들어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친이' 성향의 이 총장이 박 전 대표 측을 만족시킬 만한 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양 계파의 전면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강 대표가 "늦어도 3월 9일 정도까지는 공천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자 나경원 대변인은 "아무리 늦어도 최종 확정자는 이 정도에는 되어야 된다는 취지이지 그날 일괄해서 발표를 하겠다든지, 그날로 공천일자를 못 박은 것이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태그:#박근혜,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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