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위 사진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특별행사를 하고 있는 교회의 모습입니다. 행사를 관람하면서, 사진을 찍으면서, 그리고 집에 와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도 뭔가 어색함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름에 입는 반소매 옷을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 해 여름을 두 번째 보내고 있습니다. 한 겨울인 한국과 달리 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나라 호주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요즘 호주의 시드니가 예년보다 기온이 밑도는 이상기온이라고는 하지만 햇볕에 잠시라도 서있기가 부담스러운 것이 여름임을 실감하게 합니다.


처음에 호주에 도착했을 때는 여름임을 알고 준비를 해와서인지 하루만에 겨울에서 여름으로 건너 뛴 것이 그리 어색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반소매 옷차림에 산타 모자를 쓴 쇼핑상가 직원들의 모습이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서 있는 거리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반복해서 마주치는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볼 때마다 낯설고 어색함을 느끼게 합니다.


호주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이 낯선 땅에서 처음으로 맞는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이기에 그 낯설음과 어색함이 더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호주는 집을 렌트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맞춰 2주간의 여름 휴가 시즌이 시작되니 이사를 가야할 사람들이 대부분 내년 1월 중순 이후로 미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열흘 전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도착한 날부터 집을 구하러 다녔지만 크리스마스가 지나는 오늘까지도 떠돌이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즐거워야할 크리스마스를 그리 마음 편하게 보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지나가는 말로 “이번 크리스마스는 블루 크리스마스네”라고 합니다. 임시로 남의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불편도 할 것이고, 낯선 땅에서 아는 사람 없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도 참 서글펐을 겁니다.


바람이라도 쏘일 겸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놀이터로 나갔습니다. 사방이 잔디인 이 나라는 동네마다 넓은 잔디밭에 작은 놀이터를 만들어서 풍경이 참으로 좋습니다. 푸른 잔디에 구름도 별로 없는 파란 하늘을 보며 저 또한 읊조렸습니다.


 “블루 크리스마스네!”


우거진 숲과 나무, 따가운 햇살, 파란 하늘.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맞이하는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는 Blue(우울)하면서도 Blue(파란)한 그런 크리스마스였습니다.


태그:#크리스마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