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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새벽과 함께 여명, 곧 갓밝이의 현상으로, 개벽, 곧 천지창조의 시작을 상징합니다. 우리의 신화에 의하면 하늘과 땅이 맞붙고, 암흑에 휩싸여 혼돈된 상태에서 개벽의 기운이 감돌아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음양 상통으로 만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암흑은 계속되고, 구름만 오락가락할 때, 천황, 지황, 인황닭이 크게 울자, 먼동이 텄다고 합니다. 이때 옥황상제 천지왕이 해와 달을 보내 광명의 세상이 되었다 합니다.

암흑 속에서 아침은 늘 새롭고 해돋이에 의해 빛과 밝음이 시작되는 여명의 시각은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하는 생명의 시간이며, 신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오늘(27일)은 새벽 조깅 코오스를 바꾸어, '해월정'에 나가서 해를 기다렸습니다. 사위가 캄캄한 여섯시…. 군데 군데 건물의 불빛 몇개만 밝아 있었습니다. 날마다 바다에서 솟구치는 해지만  이렇게 한 해가 저무는 아침에 솟구치는 해는 왠지 특별한 의미를 줍니다. 기다림에 목마른 사람처럼 새해의 아침에 솟구치는 힘찬 해를 먼저 일찍 나와서 맞이했습니다.
 아침은 정말 '신의 시간'인 것 같습니다. 어둠이 물러가고 여명이 움터오는 이 시각 말입니다. 서양의 헤브라이인들은 이 아침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고 합니다. 새벽을 하느님의 힘의 표지로 보았다고 합니다. 
  
아침은 수직으로 상승하는 태양과 그 의미가 밀접하다고 합니다. 고대부터 아침에 태양을 향해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태양이 매일 아침 하루의 일을 시작하기 전에 넓은 하늘에서 몸을 정화시킨다고 생각하여 임금도 아침의 관에서 목욕을 하였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새해 아침은 새 시대의 새 대통령을 맞이한다는 생각에 더욱 솟구치는 아침해가 둥글고 환한 것 같습니다.
 
'해월정'은 달맞이 언덕에 위치하고, 이곳은 대한 팔경의 하나인 달맞이 고갯길입니다. 여기서는 월출도 일출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새삼 이런 좋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행복합니다. 그러나 정말 오랜만에 아침해를 기다리는 기분은 가슴이 쿵쿵 뜁니다.
우물에 잠겼다가
동글동글
물방울 타고 오르는
동그란 아침
우물이 뿜어내는
안개에 풀리어
우물이 뿜어내는
두레박 소리에 실리어
우물가의 동그란 잎새에 옮아 앉아
동글동글 이슬 맺히어
반짝이는 아침
 
- 박경용 '우물가의 아침'
 
드디어 어둠에서, 그리고 움트는 여명 속에서 동그란 아침해가 전래 동요의 가사처럼, 김칫국에 밥을 말아먹고 나온 듯 힘차게 솟구쳤습니다. 아,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해운대에 살지만 정말 이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서 아침해를 기다리는 일은 오랜만입니다. 
 
아침 햇살은 단 순식간에 빗살무늬 부채살처럼 펴져서 어둠을 물리치고 환한 아침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하나 둘 동동걸음치며 출근길의 발걸음을 따라 아침해도 그 뒤를 부지런히 따라갑니다.
 
오늘 하루는 그 누구보다 일찍 아침해를 소금함지에 이고 새벽길을 떠나시던 어머니처럼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태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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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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