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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당선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측에서 부동산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술하겠다는 소리가 거침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언론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이 당선자 측이 손대려고 하는 부동산 정책은 대략 아래와 같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부동산 정책(언론 보도 종합)
[부동산 세제 부문]

- 종합부동산세 : 종부세 과세 대상을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고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서는 내년도의 종부세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올해 수준을 유지하도록 함. 이와 함께 소유자의 연령(65세 이상 무수입자), 소득, 주택 면적 등에 따라 종부세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검토.
- 양도소득세 : 양도세 인하는 1가구 1주택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되, 장기보유자에게 우선권을 줄 방침. 내년 하반기까지 부동산 시장 안정화되면 1가구 2주택자에 대해서도 양도세 완화 검토 가능.
- 거래세 : 2008년 상반기 중 취득세 및 등록세 인하.

[공급부문]

- 용적률 완화 : 지방에 비해 서울이 용적률이 낮은 건 문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용적률을 상향조정(10% 안팎)해 도심 지역의 재건축 및 재개발을 추진, 단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은 국가나 지방 자치단체가 환수하는 장치를 더 강화.

[금융부문]

- 주택담보대출 : 총부채상환비율(DTI) 및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는 현행대로 유지.
- 보유세 : 징벌적 세금이 아닌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대가.

이미 이명박 당선자는 후보 시절부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겠다고 공언한 터라 위에서 적시한 부동산 정책들이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부동산 부문이 한국경제 더 나아가 한국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 대통령 후보와 당선자 간의 입장의 상이함 등을 감안할 때 이 당선자가 부동산 문제를 조금은 신중하게 다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간 셈이다.    

부동산 문제, 조금은 신중하게 다룰 줄 알았는데...

이 당선자 측이 생각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 가운데 가장 잘못된 것은 종부세를 후퇴시키려는 것이다.

이 당선자측이 종부세 과세 기준 상향, 차등 부과 등을 통해 종부세 부담을 완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종부세를 징벌적 세금의 일종으로 오해하기 때문인 듯하다. 아마도 조중동 등의 수구언론이 만들어 널리 유포된 ‘세금폭탄론’을 이 당선자 측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종부세를 징벌적 세금으로 인식하는 것은 전적으로 오해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 문제는 토지의 소유 및 처분 시에 발생하는 불로소득에서 생긴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의 소유 및 처분 시에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차단하거나 환수해야 한다. 이를 위한 최적의 수단이 바로 보유세(종부세는 보유세의 일종)이고 양도소득세와 각종 개발이익환수장치는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부동산 문제가 보유세(종부세) 등의 세제(稅制)만을 통해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보유세 등의 세제 없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더욱이 종부세는 투기억제 수단일 뿐 아니라 개인이나 법인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이기도 하다.

24일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입주할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24일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입주할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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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집값이 가장 많이 상승한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을 한 번 생각해 보자. 이들 지역의 주택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은 이유는 무엇보다 사회적 인프라, 즉 도로·지하철·공원·의료시설·학교·상권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기 때문이며 이는 곧 삶의 질이 타 지역에 비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들 지역에 구축된 사회적 인프라는 대부분 국세로 마련된 것이다.

이와 같이 값비싼 서비스를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버블세븐에 소재한 주택을 소유한 주민들이 다른 지역 주민들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만큼 더 많은 보유세를 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참고로 종부세 과세 대상 주택의 절대다수가 버블세븐에 위치하고 있다.

한편, 이런 관점에서 보면 1주택 장기 보유자, 고령자, 저(?)소득층 등이라고 해서 종부세 감면 대상이 될 수 없음이 자명하다. 또한, 종부세는 소득세가 아닌 재산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 이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투기목적의 유무, 소득의 많고 적음 등을 고려할 이유가 없다.

'살기좋은 버블세븐'은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졌는데

종부세 과세 대상도 얼마 되지 않는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를 납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인은 올해 우리나라 전국 1855만 세대의 2% 정도인 37만 9000세대에 불과하다. 또 전국 1855만 세대 중 52%를 차지하는 주택을 보유한 세대(971만세대) 중에서도 3.9%만이 종부세를 부담할 뿐이다.

특기할 사실은 종부세를 다주택 보유자나 고가주택보유자가 대부분 부담한다는 점이다. 놀랍게도 종부세 부담자의 61.3%는 2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다.

이들 23만 2000 다주택 보유세대가 전체 종부세액의 71.6%를 부담하고 있으며,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97만 7000가구로, 전체 종부세 대상 주택 112만 4000가구의 86.9%를 차지하고 있다. 즉, 종부세 대상이 되는 주택 10채 가운데 9채는 다주택 보유자가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종부세액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해도 종부세 과세대상자들의 시가 대비 실효세율은 불과 0.5%에 불과하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종부세 과세대상자들에 대한 실효세율이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임에도 실효세율이 단기간 내에 급격히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과거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터무니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과거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비정상이고 지금이 정상인 셈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이명박 당선자 측은 종부세를 크게 후퇴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만약 이와 같은 계획이 그대로 집행된다면 단 2%의 부동산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1가구 1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인하도 잘못된 정책이다. 이미 1주택자들은 대부분 양도세를 면제받고 있다. 단지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 양도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양도세 부담이 매매차익의 10%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즉 1가구 1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감면을 고민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양도소득세는 실현된 불로소득에 대해서 부과된다. 근로소득에도 과세하는 마당에 실현된 불로소득에 대해서 감면을 해주자는 용감한 주장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물론 양도세는 동결 효과를 발생시키는 부작용이 있지만 실현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데는 아직 양도세만한 것이 없다. 따라서 보유세가 충분히 현실화될 때까지는 양도세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옳다.  

다주택자들이 집팔면 공급 늘어난다

신도시 개발 예정지인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산척리 일대에 들어선 부동산 업소들.(자료사진)
 신도시 개발 예정지인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산척리 일대에 들어선 부동산 업소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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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명박 당선자 측은 서울 도심의 용적률을 상향해 재건축 및 재개발을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도 옳은 방향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정부 말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가격 상승은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하기보다는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었다.

이는 주택보급율은 106%인데 반해 자가보급율은 60% 수준이라는 점,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금액과 비중이 타지역을 크게 압도한다는 점, 강남 벨트 등의 주택 소유 편중도가 극심하다는 점, 버블세븐 지역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전국 최저 수준이라는 점 등이 명확한 증거가 된다.

쉽게 말해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대규모 공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의 수도권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보여 주듯이 공급 과잉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백 보 양보해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면 재건축 및 재개발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다주택 소유자들이 가지고 있는 여분의 주택을 시장에 매각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를 위한 최선의 수단이 보유세 현실화임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통계에 따르면 종부세 납부대상자 중 40% 이상이 3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3주택 이상 보유자가 2채를 남겨두고 나머지만 처분해도 19만 3000채의 신규 공급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는 판교 신도시를 6개 짓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발휘하는 셈이다.

이 당선자 측이 자신 있게 말하는 재건축 및 재개발은 거시적으로는 국토균형발전, 미시적으로는 도시계획의 목적과 필요에 적합할 경우에 한해 추진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재건축 및 재개발 시에 발생하는 개발이익이 대부분 환수돼야 함은 물론이다.

대한민국을 투기공화국으로 만들지 말길

벌써부터 부동산 시장이 들썩인다는 소식이 들린다.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탓이다. 이 당선자가 취임하기도 전에 이 지경인데 만약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위에서 열거한 정책들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 당선자는 지금이라도 부동산 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혹시 대한민국을 투기공화국으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태경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입니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 대자보, 뉴스앤조이, 데일리서프라이즈, 다음블로그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명박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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