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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그윽한 전복된장뚝배기 한 그릇이 단번에 나를 행복하게 한다.
▲ 전복된장뚝배기 깊고 그윽한 전복된장뚝배기 한 그릇이 단번에 나를 행복하게 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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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생가를 가던 길에 전남 강진우체국 부근에서 찾아낸 전복나라. 이집의 깊고 그윽한 전복된장뚝배기 한 그릇이 단번에 나를 행복하게 한다. 처음에는 전복나라라는 간판을 보고 문 앞에서 잠시 주춤거렸다. 전복하면 우선 값비싸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주머니를 매만지다 차림표를 보고나니 그제야 안심이 된다. 전복된장뚝배기가 6천원이다.

비교적 깔끔한 식당 분위기와 주인장의 서글서글함이 맛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다. 대부분 그 집의 분위기와 음식 맛은 일치하기 때문이다. 주방에서 전복을 손질하고 있던 주인장(41·김경화)에게 전복된장뚝배기의 조리법에 대해 물었다.

주방에서 전복을 손질하고 있는 주인장
▲ 주인장 주방에서 전복을 손질하고 있는 주인장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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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뚝배기에서 뽀글뽀글 끓고 있는 전복된장뚝배기
▲ 뚝배기 뚝배기에서 뽀글뽀글 끓고 있는 전복된장뚝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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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해소는 물론 여행의 여독까지 사르르...

전복된장뚝배기는 집 된장과 일반 된장을 적당량 섞어서 사용한다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다시마와 파뿌리를 넣어 30분간 끓여 냈다는 육수는 깨끗하고 개운한 맛이다. 또한 청정해역 강진만에서 나는 튼실한 바지락만을 고집한다.

뚝배기에다 쌀뜨물과 이집에서 만든 육수에 된장 살살 풀어 넣고 청양고추와 애호박 송송 썰어 넣었다. 거기에다 바지락과 귀한 전복을 통째로 넣은 뒤 팽이버섯 올리고 갖은양념을 해 팔팔 끓여낸다. 이렇게 끓여낸 국물은 조개와 전복의 개운함과 청양고추의 알싸함이 어우러져 속이 확 풀린다. 숙취해소는 물론 여행의 여독까지 사르르 풀어준다.

고추지는 무의 아삭함과 고추를 깨물면 톡 터지며 배어나는 특별한 맛이 일품이다.
▲ 고추지 고추지는 무의 아삭함과 고추를 깨물면 톡 터지며 배어나는 특별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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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손질해 찢어서 청양고추 마늘 다져넣고 간장과 고춧가루 참기름에 맨손으로 조물조물 무쳐 손맛이 배어있는 멸치무침
▲ 멸치무침 잘 손질해 찢어서 청양고추 마늘 다져넣고 간장과 고춧가루 참기름에 맨손으로 조물조물 무쳐 손맛이 배어있는 멸치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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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상차림의 밑반찬이 무려 12가지, 이만하면 진수성찬이다. 함께 한 일행의 말에 의하면 찬 하나하나가 다 맛있어 이 집은 음식쓰레기가 전혀 안 나온다고 한다. 갓 담근 푸릇푸릇한 깻잎, 잘 손질해 찢어서 청양고추 마늘 다져넣고 간장과 고춧가루 참기름에 맨손으로 조물조물 무쳐 손맛이 배어있는 멸치무침, 시큼하고 깊은 맛이 스며있는 파김치가 맛있다.

풋고추를 망에 담아 소금물에 1개월을 숙성시켜 간이 베어들면 납작납작 썬 무와 함께 확독에 간 멸치젓과 갖은 양념으로 담근 고추지의 맛은 정말 압권이다. 이렇게 담근 고추지를 1주일을 익혀 저온저장고에 숙성시켰다는데 무의 아삭함과 고추를 깨물면 톡 터지며 배어나는 특별한 맛이 일품이다.

기본상차림의 밑반찬이 무려 12가지, 이만하면 진수성찬이다.
▲ 기본상차림 기본상차림의 밑반찬이 무려 12가지, 이만하면 진수성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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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전복을 통째로 넣는다. 바지락도 함께 딸려 나왔다.
▲ 전복 귀한 전복을 통째로 넣는다. 바지락도 함께 딸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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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손맛이, 고향의 정서가 담겨있는 전복된장뚝배기

뚝배기 속 전복은 전복을 왼손으로 잡고 숟가락을 깊숙이 넣어 뚝 뜨면 가볍게 알맹이가 빠져나온다. 전복은 통째로 먹어야 제맛이다. 음식이 자극적이지 않고 순수해서 좋다. 반찬하나하나 다 비웠다. 진짜 음식찌꺼기가 안 나온다.

"하나도 남김없이 다 묵어 부러, 입에 맞은께."

함께한 일행은 감칠맛에 반했다며 전복된장뚝배기 맛이 최고라고 한다. 강진만의 간척지 쌀로 지었다는 밥은 윤기가 자르르하니 밥맛 한번 끝내준다. 입구에 걸려있는 남도답사1번지 '친절음식점'이라는 팻말이 무색치 않은 집이다.

된장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도 없을 것이다. 된장찌개에는 어머님의 손맛이, 고향의 정서가 담겨있다. 된장찌개에는 그리움이 담뿍 담겨있다. 된장찌개가 뽀글뽀글 끓을 때면 먼 바다의 파도소리가, 어머님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태그:#어머님의 손맛, #고향의 정서, #전복된장뚝배기, #전남 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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