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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악화되는 대기오염,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수 OECD국가 중 1위, 여기에 자동차중심의 도로정책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단절시켜 황량한 도시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기자는 자전거 도시에 주목, 그 속에서 미래 도시의 대안을 찾고자 한다. 부평의 도로  등 도시 공간의 실태를 분석하고, 국내외 사례 등을 통해 자전거 도시가 지닌 가치를 조명하며 나아가 자전거 도시로 가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기자 주>

우리나라의 평균 자전거 교통수송 분담률은 조사기관마다 다르게 내놓고 있긴 하지만 약 2~3%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번 소개한 독일의 26%나 네덜란드의 43%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앞서가는 도시가 있다. 경상북도 상주시를 지난 11월 다녀왔다.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상주시는 인구 11만 명의 중소도시다. 남한 전체를 놓고 보면 거의 중앙에 위치한 상주시는 경상북도 서북쪽의 내륙에 위치한 평지 도시다.

 

이 때문에 상주시가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는 등 자전거 장려시책을 펴기 전부터 상주시민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현재 상주시의 자전거 교통수송 분담률은 20%를 조금 넘는데, 이는 국내 도시 중 최고를 자랑한다.

 

자전거 도시답게 상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반긴 것은 터미널 입구에 위치한 자전거 보관시설이다. 어림잡아 200여 대가 주차돼 있다. 장을 보기위해 자전거 타는 사람, 논에 가기 위해 자전거 타는 사람, 은행에 가기 위해 자전거 타는 사람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워낙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다 보니 곳곳에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관공서는 기본이고 농협·은행·시장입구마다 거치대가 설치돼 있으며 심지어 피(PC)방 앞에도 자전거가 즐비하다.

 

 

상주시청 도시팀 김대수씨는 "말도 마이소, 지금은 오후라 자전거가 별로 없는 기라예, 아덜 등하교길·출퇴근길은 그야말로 장관잉교, 상주사람들이 워낙 많이 타니까네 시장 피시방, 술집 앞, 뭐 자전거 없는 데가 없는기라"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오후라 장관은 못 봤지만 시내 곳곳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상주시가 이처럼 자전거 도시가 된 데는 지형이 크게 작용했다. 평지도시인데다 도심처럼 차가 많지 않았고 대부분 일을 시내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이다. 상주시에 신호등이 생긴 것은 10여 년 전이라고 한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

  

상주시에는 자전거에 관한 것이 정말 많다. 자전거 박물관·자전거 축제·자전거 드라이브 코스도 있다. 상주시가 본격적으로 자전거 도시를 추진한 것은 지난 2002년. 워낙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 시에서 나선 것이다.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전거도로를 확충하고 도시기본계획에 자전거도로를 의무사항으로 둬 설계할 때 이를 반영하고 있다.

 

상주시 70~80%의 학생들이 자전거를 이용하기 때문에 시범학교를 선정해 자전거 야간 반사등을 달아주고 있으며, 시에서는 '양심 자전거' 설치 뒤 실패를 거울삼아 지금은 시민공용자전거제도를 운용, 대장부에 이름을 게재한 뒤 자전거를 빌려주고 있다. 내년부터는 시청 2군데(남성청사, 무양청사)와 버스역·상주역·경찰서에도 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상주시는 자전거 바르게 타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자전거 면허시험제도를 운영해 처음부터 올바른 자전거 타기 습관을 기르고 있으며, 역주행하지 않기, 차도에서 좌우회전 시 주의사항, 자전거 점검사항 등이 담긴 책자를 나눠주며 보다 안전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상주시의 자전거 도로는 곳곳마다 다르다. 구도심 지역의 경우 도로 폭이 워낙 좁은 2차선 도로이기 때문에 자전거전용도로 설치가 어려워 인도를 반으로 나눠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 한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도를 반으로 나눠 차도 쪽을 자전거전용도로로 설치했다. 이와 달리 여유가 있는 도로는 자전거도로를 인도와 분리해 차도와 높이를 나란히 해서 설치했다.

 

특이한 점은 도심 속에서 차도와 자전거도로는 펜스를 설치해 구분했고, 도심 외곽은 화단을 설치했다는 점인데, 둘 다 중간 중간 자전거가 쉽게 넘나들 수 있도록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돼 있다. 당연히 자전거전용도로 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횡단보도에도 자전거 전용 횡단보도가 따로 마련돼 있다.

 

앞서 얘기한 대로 상주시민들은 술 한 잔 하기 위해서도 차를 세워놓고 자전거를 가지고 나온다. 전용도로가 그만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처음 상주시가 자전거 정책을 내왔을 때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들조차도 자전거를 이용할 때가 많고, 자기 자녀들도 자전거를 이용하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었다고 한다.

 

차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이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시청에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더욱 편리하게 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는 상주시를 통해 평지도시 부평에서도 자전거 도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앞서가는 수도권 자전거 도시 부천

 

 

부천은 부평과 흡사한 점이 많다. 지금은 택지로 변한 부평평야를 둘러싼 평지도시가 부평과 부천이다. 부천은 부평의 인구 56만 명보다 많은 80만 명을 넘는 도시다. 그런 부천이 자전거 도시로 나아가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부천에서 자전거도시의 시작은 오정구에서 출발했다. 오정구가 본격적으로 자전거도시를 추진한 것은 지난 2002년. 계양과 부천을 잇는 왕복 8차선 도로인 오정큰길을 건설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정큰길 개설 당시 도로 옆으로 왕복 10㎞에 이르는 자전거전용도로를 개설했다. 자전거도로를 놓았더니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시작해 오정구에서는 전담부서를 설립해 오정구를 자전거마을로 만들기로 하고 자전거도시를 선포, 이를 추진해 나갔다.

 

부천시 역시 관이 주도해 자전거 도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난 2003년 자전거이용활성화 조례개정과 더불어 구 단위 자전거타기추진위원회(33명 선정)를 구성했으며, 동별로 자전거사랑동호회를 구성, 오정구의 경우 7개 동에 400여명의 회원이 격월로 모여 캠페인을 전개하고 자전거타기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도 열고 있다.

 

이와 관련 오정구 자전거팀 김원해 팀장은 "보통 유관기관단체들로 구성하면 지역에서 이를 자리로만 생각해 잘 안 움직이기 때문에 실제로 자전거를 일상생활에서 이용하는 사람들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오정구에서는 모여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전거관련 전문성을 확보하고 자전거이용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상주시·공주시·송파구 등을 견학하기도 했으며, 또한 유럽 우수도시인 독일·네덜란드·영국 등지로 자전거담당자를 견학보내기도 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오정구는 행자부 주관 자전거이용활성화 평가에서도 2005년 전국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6차선을 5차선으로 줄여 원종대로에 자전거전용도로 설치

 

 

오정구청에 들어서면 주황색 조끼를 입은 아주머니 부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다름 아닌 자전거면허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청사 앞마당에 그려진 자전거 각 코스를 쉼없이 타며 연습을 한다. 오정구 역시 올바른 자전거타기를 위해 자전거를 배울 때부터 면허시험을 보게 하고 있다.

 

이같은 면허시험은 어린이에게도 실시되고 있는데, 지난해 말까지 총 11회에 1,303명이 응시해 743명이 합격, 면허증을 받았다.

 

이밖에도 학생들에게 자전거 통학을 유도하기 위해 자전거전용도로를 구축하는 한편, 시범학교를 선정해 학교와 학교주변에 자전거보관대를 설치해 주기도 했다. 아울러 학교 측과 협의해 체육시간 일부를 자전거타기 시간으로 정해 자전거이용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안전한 통학을 보장하기 위해 학교주변을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지정, 학생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부천시 자전거 정책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대목은 바로 자전거전용도로 설치에 대한 정책이다. 김원해 팀장은 "자전거도로 포장을 굳이 투스콘으로 할 필요 없다. 자전거도로의 핵심은 포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도와 구분된 차도상의 전용도로"라고 힘주어 말한다. 부천시의 자전거도시에 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것을 다 소개할 순 없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정책은 자전거전용 시범도로라 할 수 있겠다. 오정구에서 경인전철 소사역까지 갈 수 있는 전용도로를 설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도로는 부천의 중동대로 중앙로와 더불어 부천시 남북을 잇는 핵심 도로다. 부천시에서는 6차선 원종대로를 5차선으로 줄여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 앞서 구축한 오정큰길 자전거도로와 수주로와 연계한 자전거도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뿐이 아니다. 부천 역시 부평처럼 도심 곳곳에서 재개발, 뉴타운사업 등이 진행 중에 있다.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도시설계 계획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반영된다는 점이다. 일례로 고강동 뉴타운지구는 일명 에코시티로 지정돼 마치 네덜란드의 그로닝겐처럼 차는 돌아서 다녀야 하고 자전거는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게 조성된다.

 

부천시 취재를 마칠 때 쯤 김원해 팀장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자전거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교육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본계획이라든가 도시설계를 담당하는 공무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국내외 선진도시견학 등을 통해 자전거도시뿐 아니라 도심 공간, 도시 환경 등에 관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천시에서는 도심 곳곳을 장미코스, 무슨 무슨 코스 등 자전거드라이브 코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오정구청 뒤편에 자전거문화센터를 건립해 자전거 수리와 보관·판매·대여·박물관·교실 등 그야말로 자전거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다. 운영비는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한다.

 

부평·부천·계양은 부평 평야를 둘러싼 평지도시다. 이 때문에 택지개발이 진행됐음에도 서부간선수로·동부간선수로·굴포천 등 옛 흔적들이 남아 있다. 부천시는 이중 동부간선수로를 하나의 드라이브코스로 만들어 한강까지 가는 관광상품을 만들 계획도 세우고 있다. 언제쯤 우리도 굴포천에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갈 수 있을까? 자전거도시로 가는 부천을 통해 그 미래를 예견해 본다.

 

│ 연재 순서 │
1. 부평구 자전거 이용 현황과 실태
2. 자전거 타고 집에서 학교 가는 길 
3.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시장도 가보자
4. 외국의 자전거도시에서 배운다(상, 하)
5. 자전거도시로 가는 국내 도시들(상, 하)
6. 자전거도시는 가능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전거 도시, #부천, #상주, #대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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