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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사랑나눔'(대표 김해성 목사) 산하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에 속한 이주노동자와 중국동포 등 70여명이 원유 폭탄에 초토화가 된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향리 개목항을 15일(토) 찾아가 방제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이주노동자와 중국동포들이 일하는 공장과 식당, 공사현장과 가정부 등은 주5일 근무제의 혜택이 없습니다. 때문에 좀 더 많은 인원이 찾아가 검은 재앙을 걷어내기 위한 갯닦기 작업에 온 힘을 다하고 싶었지만 형편이 그렇지 못해 대거 참여하지 못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한국 자원봉사자와 이주노동자, 중국동포들이 달라붙어 오일펜스에 시커멓게 달라붙은 원유를 닦아냅니다. 내 나라 내 땅, 내 바닷가, 내 갯벌은 아니지만 재앙의 현장에 쪼그려 앉아보니 가슴이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쓰나미로 초토화된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를 도와주신 한국의 인도주의여! 가난하고 맨 몸인 우리 이주노동자가 손 하나 보태러 왔습니다.

 

 

지난 2004년에 한국에 온 바르비즈(36·이란)는 미등록(불법) 이주노동자입니다. 3년 동안 공장 노동자로 일한 그는 "사장님이 돈을 조금 밖에 주지 않아 돈을 별로 벌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장을 그만두고 노가다 생활을 하고 있다는데 벽돌을 지는 일을 하면 일당 8만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물론 소개비로 1만원을 떼어줘야 한다고 합니다.

 

하루 일당 8만원을 포기하고 갯닦기 자원봉사에 참여한 바르비즈. 그 또한 불법체류자 단속이 두렵습니다. 하지만 이 날만은 두려움을 떨쳤습니다. "불법이지만 설마 봉사하러 가는데 단속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 불안함이 없었다"면서 "기름이 바다로 자꾸 확산되면 물고기들이 기름을 먹을 것이고, 그 물고기는 사람들이 먹을 텐데…"라면서 생태계 파괴를 우려했습니다.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가
기름 갯돌을 닦으면서 한숨을 쉽니다.
"어휴! 어휴! 닦아도 닦아도 잘 닦여지지 않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들도
태안의 재앙에 가슴 아파합니다.
테러와 전쟁, 쓰나미와 가뭄….
지구촌의 재앙은 끊임없습니다.
그 재앙을 이기는 방법은 연대입니다.
그 아픔을 이기게 하는 것은 인도주의입니다.
재앙보다 더 무서운 것은 외면입니다.
재앙보다 더 무서운 것은 차별입니다.

 

 

주디(여·37·필리핀)와 남편 미잔(37·방글라데시), 동생 에밀(33·필리핀)과 동생의 아내 크리스틴(24·필리핀) 등 식구 네  명이 갯닦기 자원봉사에 대거 참여했습니다. 주디는 오늘 수업을 내일 보충수업으로 연기하고 참여했고, 남편 미잔은 회사에 이야기하고 휴가를 냈다고 합니다.

 

에밀과 크리스틴은 신혼입니다. 스웨터 짜는 공장에서 함께 일하다 지난달 22일 주한필리핀 대사관에서 결혼한 두 사람은 신혼의 달콤함 대신 한국 어민들의 아픔에 동참했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이제 아기도 낳고, 돈도 잘 버는 게 제일 큰 목표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서로의 아픔과 기쁨을 헤아리며 잘 살았으면 하는 게 누나 주디와 남동생 에밀 부부의 바람입니다.

 

 

이덕남(여·65)씨는 2005년 한국에 왔으며 지금은 가정부 일을 하고 있는 중국동포입니다. 그는 구로구 가리봉1동에 위치한 중국동포교회(담임 김해성) 권사입니다. 짬만 나면 교회로 달려와 기도하고, 봉사하며, 찬양하기를 즐겨합니다. 그는 갯닦기 하는 동안 기도했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의 힘으론 한계가 있으니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기름 재앙을 해결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기름을 닦으면서 이 곳 어민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났습니다. 그래서 하나라도 더 닦고 싶었습니다. 닦고 닦고 닦아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영국 청년 조나단(25·대전지역 영어학원 강사)이 부지런히 봉사의 손을 놀리고 있습니다. 조나단뿐만이 아니라 같이 온 7명의 동료들도 힘이 부칠 정도로 열심히 봉사를 합니다. 조나단과 그 동료들뿐만이 아니라 개목항에 투입된 3천여명의 자원봉사자 모두는 꾀를 부리지 않습니다. 온 몸 쪼그리고 앉아 독한 원유 냄새에 시달리며 닦아도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갯닦기 작업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꾀를 부리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갯닦기 작업을 했다는 조나단은 한국 서해안의 아름다움에 취했다고 합니다. 안면도로 좋아한다고 하는 조나단은 "슬프다, 서해안은 참 예쁜 곳이었는데 검은 기름에 뒤덮였으니 안타깝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안면도로까지 기름이 확산됐다고 하니 슬프다"라고 탄식합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만이 전쟁터가 아닙니다. 여기, 원유 폭탄에 처참해진 태안반도에 투입된 중장비와 인산인해(人山人海)! 폭탄에 팔과 다리가 잘려나간 참혹함은 없지만, 갯벌의 바지락과 굴양식장이 초토화 됐습니다. 팔과 다리가 잘려야만 참혹합니까? 시신이 나뒹굴어야 전쟁의 참담함입니까? 생명의 자원 갯벌에서 생명이 기운이 끊겼습니다. 종패(種貝)를 뿌리고 수확하던 그 풍요의 바다가 죽음의 바다가 됐습니다.

 

 

2남3여 다섯 자식을 키운 바다라고 했습니다. 잘 가르치지는 못했어도 큰 아들이 서울서 생활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식을 키우게 해주신 갯벌이 저 모양 저 꼴이 됐으니 어쩌면 좋냐고! 한숨마저 내쉬지 못합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막막하다는 김중선(73·태안군 호원면 의향2구)씨는 "외국인까지 (기름제거에) 협조해줘서 정말 고마운데 큰 재난을 겪어 정황이 없다보니 고맙다는 인사도 못드리겠다"면서 바다를 봅니다.

 

 

"아름다운 해변으로 다시 회복되려면 얼마나 걸릴지… 몇 년은 걸릴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언어지원가로 일하고 있는 나르기자(여·24 우즈베키스탄)의 말입니다. 모두들 안타까워합니다. 검은 원유로 뒤덮인 서해가 언제쯤 회복될지 알 수 없습니다. 이주노동자와 중국동포들은 짧은 갯닦기 자원봉사를 마치고 갯벌에서 떠나야합니다. 밀물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풍이 거세지더니 진눈깨비가 뺨을 때리고 파고가 거세지기 시작합니다.

 

이 나라는 이상한 나라입니다. 평상시는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위기만 맞으면 돌변합니다. 정쟁이 끊일 새 없고,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것 같지만, 뿔뿔이 흩어져서 될 것도 안 될 것 같지만 위기만 닥치면 한판 뭉치고, 희생하면서 강해지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온 국민 너나할 것 없이 충남의 외진 바닷가 태안으로 몰려옵니다. 오지 않으면 안 될 것을 알기에 겨울 해풍에 온 몸 떨면서도 기어코 찾아옵니다. 태안을 살릴 수 있는 힘은  정치도 경제도 외교도 아닙니다. 위기만 되면 서로 지켜주는 이 민족의 숨은 힘입니다. 이  민족의 힘이 검은 재앙을 걷어내고 태안을 생명의 땅으로 거듭나게 할 것을 믿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태안반도 기름유출, #이주노동자, #중국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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