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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제1 공약'이었던 경부운하 공약은 사실상 실종됐다. 한나라당이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약 요약집에 소개되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구석에 처박힌' 상태. 지난 1년여 동안 경부운하 공약을 심층 검증해 온 <오마이뉴스>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그간 논쟁의 정리차원에서 각계의 전문가들을 상대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편집자말]
박창근 관동대 교수
 박창근 관동대 교수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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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운하 싸움? 우리가 싸우기는 한 건가. 원사이드한 게임이었다."

"경부운하가 첨단IT산업? 운하에 실어나르는 물품이 벌크화물이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채워넣는 형상이다."

"10년 동안 연구한 100명의 학자가 있다고? 적어도 토목분야에서는, 그리고 환경과 경제분야에서 경부운하를 연구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다. 실체 없는 공약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환경운동연합 물하천센터 소장)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적어도 '경부운하 싸움'이라고 표현하려면 찬반 양측의 주장이 어느 정도 팽팽해야 하는 데, 그간 일방적으로 반대논리가 우세했다는 얘기다. 반대 의견이 압도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반영한다는 것.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경부운하 공약이 '17-18세기형 토건 공약'이라는 뭇매를 맞자, "운하는 첨단 IT 산업"이라고 반박해왔다. 하지만 박 교수는 "배를 수직상승시키는 도크에 첨단장비를 끼워넣어 가령 20분 만에 올릴 것을 10분 정도 단축한다면, 물류 입장에서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 기술이 없으니까 국민 세금을 투여해 네덜란드나 독일 등 운하 선진국에서 수입한 제품을 끼워넣을 텐데, 그게 우리 미래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고 일축했다.

"찬성론자들과 토론하다 보면 낯부끄러울 정도"

이 후보 측은 경부운하에 대해 '10년 동안 연구한 100명의 학자'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박 교수는 그들의 수준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지난해 경부운하 공약이 발표된 뒤에 아직까지 남아서 이를 뒷받침하는 교수는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정동양 한국교원대 교수 등 2명 정도다. 하지만 이들과 같이 토론을 하다 보면 낯부끄러울 지경이다.

가령 15m되는 댐을 건설하면 댐 상류 지역은 수몰될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이를 부인한다. 오히려 홍수 피해를 조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삼척동자에게 물어봐도 웃을 얘기를 아주 천연덕스럽게 공개석상에서 주장한다."

그는 이어 "박석순 교수 등은 운하를 건설하면 10억톤의 '주운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 발전전용댐이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배가 다닐 수 있는 수심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주운용수는 식수는 물론,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물"이라면서 "이런 간단한 개념조차도 무시하고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또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경부운하에 설치될 보의 평균 높이는 15m인데, 국제적으로 이 높이는 '대형댐'으로 분류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찬성론자들은 '소규모 보'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그간 경부운하 토론회의 단골 초청 인사였다. 단순히 학술적 토론회가 아니라 대권 유력후보의 '얼굴'격인 제1공약에 대한 논쟁의 장이었기에 정치적으로 민감했고, 게다가 토목학계는 보수적인 분위기. "술자리에서는 대부분 '말도 안되는 공약'이라고 혀를 찼지만 막상 나서기를 꺼려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그가 토목학계를 대표해 공론의 장에 선 것이다.

"이제 와서 '제1 공약' 슬쩍 가리다니... 국민이 바보인가"

박창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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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는 왜 토목학회 내의 '왕따'를 감수하면서까지 반기를 든 것일까?

"2002년 태풍 루사가 발생했을 때 환경연합 물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건교부와 치수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주장하면서 싸웠다. 그때 학회 주변에서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토목계는 건교부의 정책을 하늘처럼 받들면서,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는 곳인데 이 관행을 깼다는 것이다. 엄청난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술자리 등 사적으로 만나면 대부분 공감을 표시했다. 이런 상황이기에 토목학회 내에서 반기를 든 것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대형국책사업을 수행하기 전에 충분한 사전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

노태우 정부 때 추진한 경부고속철도의 당초 공사비는 5조7000억원이었다. 그런데 올 연말 기준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경부운하 공사비가 14조원이라고 주장하는 데, 적어도 40조원은 넘어설 것이다. 전문가의 역할은 이런 것들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또 "이 후보는 경부운하 노선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약집 구석에 운하를 처박아놨다, 제1공약을 이제 와서 슬쩍 가린 것"이라면서 "이는 대통령 후보로서 정직하지 못한 자세이고, 국민을 바보로 보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더 지난한 길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연말연초에 경부운하 대책반(가칭)을 구성해 조직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토목공사의 경우 한번 삽을 뜨고 나면 막기 어렵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중 토목 관련 쟁점에 대한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쟁점 ① 홍수] 운하 물을 세숫대 물처럼 생각하다니

"찬성론자들은 경부운하 구간에 19개의 보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평균 15m의 높이인 데 사실상 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댐을 건설하면 그 상류부는 넘치는 물이 인근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제방을 높이거나, 또는 잠기는 인근 토지를 수용해야 한다. 위치에 따라 홍수위(하천의 최고 수위)가 7m 정도 상승한다. 운하 구간 중에 150㎞ 정도는 직접적으로 홍수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그만큼 제방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찬성론자들은 이런 전제들을 다 무시하고, 경부운하가 홍수 조절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운하에 저장된 물은 세숫대의 물처럼 쉽게 비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상류 댐에 저장된 물을 한꺼번에 하류 댐에 부어버리면 어떻게 되겠나? 전 구간에 걸쳐 항상 만수위를 유지해야 하는 운하의 속성을 알면 이런 말을 못할 것이다."

[쟁점 ② 교각] 교각 사이, 교각 높이, 준설된 강바닥... 성할 다리 몇 개일까?

"독일 운하에 놓인 다리의 경우 교각과 교각 사이의 간격인 경간장에 대해 조사를 해봤다. 그런데 특별한 규정이 없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수로 폭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경간장을 따로 규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수로 폭은 배가 안전하게 운행할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수로 폭이 교각의 경간장과 어느 정도 일치된 개념인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경부운하 구간 중 직선부는 100m, 곡선부는 200m의 수로 폭을 유지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폭 100m라면 한강 구간에서 살아남을 교각은 4개 정도이다. 경부운하 전 구간에 걸쳐 120여 개의 교량이 있는 데 이중 10개 정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다.

이런 주장을 하면 찬성 측은 '배가 교각 아래를 지날 때는 속도를 줄여 운행하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540㎞ 구간중 평균 4.5㎞에 한 개씩 교량이 설치돼 있다. 배가 제 속도를 낼 수 있겠는가? 찬성 측은 배의 속도도 터무니없이 부풀려서 운하 선진국에서도 고작 10~20㎞ 정도로 움직이는 배의 속도를 경부운하에서는 시속 30㎞로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렇게 되면 그들의 주장이 더 황당해 지는 것이다. 게다가 교각은 연직하중에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다. 배가 교각을 들이받을 경우 수평하중을 받게 되는 데 대형 사고가 우려된다.

그간 형하고(수면과 교량 상판 사이의 간격)에 대해서는 많이 지적돼 왔다.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댐 상류의 경우 수면 상승이 불가피한데 2500~5000톤급 배가 안전하게 지날 수 있는 형하고를 유지하는 교량이 많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댐 아래쪽은 15m 정도 바닥을 파야 하기 때문에 교각이 물 위에 뜰 수 있다. 교량 한 개 건설하는 데 1000억원 정도다. 100개면 10조원이다."

[쟁점 ③ 수심] 강바닥 15m 파내려 가는 구간도 많아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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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수심을 6m로 할지 9m로 할지 오락가락하고 있다. 9m로 유지한다고 상정해 보자. 댐을 세우면 바로 위쪽은 저절로 9m 수심이 유지될 것이다. 높아진 수위를 유지하려면 양안에 제방을 쌓거나, 수몰되는 토지를 수용하겠지만. 그 수위를 유지시키려면 댐 상류로 올라가다가 일정지점부터는 강바닥을 파야한다. 아마도 15m 정도를 파내려 가야 할 것이다. 지하수위는 4m만 내려가도 주변 농경지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데, 늪지도 고갈될 것이다."

댐 바로 윗부분을 9m 수심의 뱃길을 상류 댐 아랫부분에서도 유지하려면 현재 강바닥에서 6m를 파내려 간 상태에서 또다시 9m를 파내야 한다. 구간에 따라서는 총 15m를 파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의 주장은 어떠한가. "500㎞ 구간은 자연형 하천을 유지하는 것이고, 40㎞ 구간만 인공수로"라고 말해왔다.

박 교수는 "한강과 낙동강 본류의 수위가 올라가면 500㎞의 제방을 보강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곳에 위치한 1488개의 지천도 각각 1㎞ 정도 제방을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가 추정한 제방 증고 등 보강 공사 비용만도 5조원에 달한다.

[쟁점 ④ 공사비] 공사비 14조? 추가비용만도 20조 넘을 것

"이 후보가 내건 경부운하 공사비는 14조원이다. 하지만 내가 조사한 결과 본류와 지천제방 증고 및 배수설비 약 4조8000억원, 토지보상비 8000억원, 암반층 굴착공사비 3조원, 기존 교량 교체비 8조원, 공재판매 수익금 감소액 4조원 등을 포함하면 약 20조8000억원의 추가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후보 측이 책정한 골재판매대금 7조5000억원은 터무니 없이 높다. 여기에는 골재생산 원가가 반영되지 않았다. 가령 골재준설비와 선별장까지 운임비는 약 2500~3000원/㎥, 골재선별비는 약 2500원/㎥ 등 생산 원가는 약 5000원/㎥이다. 이를 감안해 재계산하면 골재판매대금은 3조3000억원가량 된다."


태그:#경부운하, #박창근 교수,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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