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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로비스트>가 26일 끝난다. <로비스트>는 120억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 드라마로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다. 많은 제작비를 들인 만큼 작품의 성공 여부에 따른 위험부담도 컸다. SBS와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는 이례적으로 극장 시사회를 포함해 두 번의 제작 발표회를 여는 등 방송 전부터 치열한 홍보전을 펼쳤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기 위해 이틀 동안 4회를 편성하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로비스트>는 평균 10% 초반의 시청률을 보이며 대작 드라마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높은 제작비, 송일국·장진영이란 스타 출연 등 드라마의 겉포장에는 신경을 썼지만, 이야기는 빈약했다.
 
SBS 드라마 <로비스트>는 방영 전부터 최완규 작가와 주찬옥 작가가 극본을 맡는다고 해 화제가 됐다. 특히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이는 최 작가다. 최 작가가 SBS <올인>, MBC <주몽>, <상도>, <허준> 등을 통해 스타 작가로 인정받고 있어서다.

 

그러나 <로비스트> 시청률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야기의 빈약함'이다. 물론 MBC <태왕사신기>라는 강적을 만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초반에 약 15%의 시청률을 보이며 선전하다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진 것은 시청률 부진을 편성 탓으로만 돌릴 수 없게 한다. <로비스트>의 진짜 문제는 큰 스케일에 화려한 영상미에는 신경 썼지만, 상대적으로 대본엔 소홀했다는 점이다.
 
<로비스트> 게시판에 글을 남긴 한 시청자는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이 어떤 환경에서 성장해 어떤 캐릭터를 갖게 됐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청자도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작가의 철저한 사전준비 부재, 이야기를 구성하고 풀어나가는 상상력 부재, 글 솜씨의 부재"를 비판했다. SBS 내부 드라마 관계자들도 "이야기 구조가 튼튼하지 않았다"는 점을 시청률 부진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스타 작가인 최 작가가 대본 작업에 참여했는데 왜 이야기의 빈약함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될까. 최 작가의 전작을 보면 탄탄한 이야기 구조로 시청자들을 작품에 몰입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런 최 작가의 강점이 <로비스트>에는 보이지 않는다.

 

 

제작사에 확인한 결과 <로비스트>의 모든 대본이 최 작가의 손을 거치진 않았다. 김기범 초록뱀미디어 대표는 "처음 계획은 주찬옥 작가가 기본 틀에서 대본을 써나가고 최완규 작가가 수정,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며 "초기에 함께 회의하고, 전체 줄거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처음의 원칙을 지키고 싶었지만, 잘 안 된 부분이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SBS 드라마국 관계자도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최완규 작가는 대본에 거의 참여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로비스트>는  최 작가의 이름을 앞세우고 실제 내용물에 비해 과대 '포장'된 셈이다.  

 

이에 대해 방송사의 한 드라마 PD는 "스타 작가의 이름만 내걸어 드라마를 홍보하는 것은 심하게 표현하면 시청자를 우롱하는 일"이라며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최 작가가 <로비스트>를 포함해 MBC 드라마 <이산>의 감수와 내년 방송을 준비 중인 <식객>, <종합병원 2> 등의 드라마에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한 명의 작가가 동시에 여러 가지 작품을 제대로 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드라마 PD는 "스타 작가의 이름을 내세우면 투자를 받거나 방송사의 편성권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며 "지상파 방송사에서 이름이 알려진 작가를 선호하는 것은 작가에 대한 신뢰도가 있어 그에 걸맞은 작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완규, 주찬옥 작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초록뱀미디어와 SBS <로비스트> 제작진 측을 통해 연락을 시도하려 했으나 제작사와 SBS 제작진 모두 작가 연락처를 밝히길 거부했다.

 

시청률 저조해도 "손해는 안 본다"
SBS, 시청률 15% 못 넘어 '보상'광고

 

SBS는 <로비스트>의 11월 평균 시청률이 15%를 넘지 못해 '보상 광고'를 하는 수모(?)를 당했다. 10월 10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로비스트>는 10월과 11월 광고에 대해 특별판매를 했다. 특별판매는 전 달 기준 시청률이 15%를 넘으면 기본 광고 단가의 120%가 적용되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자체 규정이다. 만약 시청률 15%를 넘지 못하면 광고주에게 보상 광고를 공짜로 해야 한다. 이에 따라 SBS는 현재 천만원대 프로그램에 광고 1개를 공짜로 붙여주고 있다는 것이 코바코 측의 설명이다.

 

<로비스트>의 12월 광고 판매 실적도 10월과 11월 100% 판매됐던 것과 비교하면 좋지 않다. 코바코에 따르면 수, 목요일 방송하는 동안 <로비스트>에 총 56개(15초 기준)의 광고가 붙을 수 있는데, 12월엔 약 40개의 광고가 붙었다. 물론 특별 판매가가 아닌 기본단가로 판매됐다.

 

그러나 SBS는 <로비스트> 제작으로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SBS는 <로비스트>의 제작비 120억 가운데 제작을 담당한 초록뱀미디어 쪽에 한 회당 1억5400만원씩 총 36억9000만원을 지급했다. 그리고 10월, 11월 두 달 동안 <로비스트> 광고의 특별판매로 약 70억 원의 광고 수익을 얻었다. 다른 비용을 빼고 단순 계산하면, 약 30억의 이익을 본 것이다.  

 

김영섭 SBS 드라마국 CP는 "<로비스트>로 처음 예상한 수익만큼 높지는 않지만, 광고 수익이 있기 때문에 수지를 따지면 손해는 아니"라고 밝혔다. 

 

SBS가 광고 수익에 기대고 있다면,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는 주로 해외 수출을 통한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초록뱀미디어는 이미 지난달 일본에 TV 방영권과 비디오그램권을 포함해 총 30억원에 <로비스트>를 선판매했다.
 
김기범 초록뱀미디어 대표는 "30억은 미리 받은 금액이고, 비디오그램권에 대해 런닝 로열티를 받기로 해 추가로 40억원 정도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대만 등 다른 동남아권 국가들과의 계약도 추진중"이라면서 "국내 시청률이 높았다면 파이가 좀 더 커져서 좋았겠지만, <로비스트> 제작에 들어간 기본 제작비는 충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PPL을 포함한 협찬비로도 20억원을 충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외 판매가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해외 판매는 보통 방송이 끝난 지 3년까지 이뤄지지만, <로비스트>의 경우 국내 시청률이 좋지 않아 판매가 그다지 희망적이진 않을 것"이라며 "요즘엔 해외 판매 시 국내 시청률이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 PD저널 >(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그:#로비스트, #최완규, #주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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