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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투자자금 회수와 관련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고발했던 심텍 사장의 형이 지난 2001년 이 후보의 측근 김백준씨에게 보낸 편지가 13일 공개됐다.

 

전영호 세일신용정보 회장은 2001년 10월 9일에 쓴 편지에서 "동생(전세호 심텍 사장)이 이명박 후보가 BBK의 회장·대주주인 줄 알고 투자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는 "심텍의 BBK 투자금은 이 후보와 관련이 없다"는 검찰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대선 및 검사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검찰은 "편지가 수사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최재천 대통합민주신당 선대위 대변인이 이날 공개한 A4 4장 분량의 편지에서 전영호 회장은  "최근 심텍이 BBK에 투자의뢰한 금액이 금융사기로 추정되는 상황에 이르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고, 또한 여기에 존경하는 이명박 회장님께서 깊이 관련되어 있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전 회장은 또한 자신의 회사에 대해 "금융권의 신용불량자나 금융사기 같은 억울한 일이 있는 회사에서 채권 위임을 받아 해결해주는 전문회사"라고 김백준씨에게 소개했다.

 

"우린 이명박 회장님을 믿고 BBK에 투자했다"

 

전 회장은 동생이 BBK에 투자 의뢰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첫째, 이명박 회장님께서 최종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지기 직전인 작년에 직접 전화를 걸어 본인이 'BBK 회장으로 있다'고 소개하였으며, BBK 영업부장인 허모씨를 통해 여러 번의 식사 초대를 제의하여 2001년(2000년의 오기로 추정) 9월27일 BBK 사무실과 중식당에서 미팅을 하였고, 그 때 동석하였던 심텍의 자금부장 김모씨와 비서(또 다른 김모씨)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BBK 회장으로 있으며 대주주로 있으니 나를 믿고 투자를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둘째, 전세호 사장은 누나인 전영숙씨와 김현옥(김윤옥의 오기로 추정) 여사 두 분의 전화통화 중에 '우리 남편이 BBK에 대주주로 있고 투자를 하고 있으니 마음놓고 투자해도 좋다'는 내용을 확인하였으며

 

셋째, 이명박 회장님의 사진이 실린 회사 카다로그에 '무위험 고수익' 펀드, 즉 원금을 보장하는 펀드라는 말을 믿고 투자를 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심텍은 이명박 회장님을 믿고 투자한 것이지, 만일 이명박 회장님과 측근들인 김백준 부회장 등이 이 회사를 운영하지 않으셨다면 결코 심텍이 투자했을 리 없었다는 것은 삼척동자가 알고 있을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심텍이 BBK에 50억원을 투자한 이듬해 4월, 금감원은 역외펀드 운용보고서 위·변조, 회사자금 유용 등을 이유로 BBK의 투자자문업 및 투자일임업 허가를 취소했다. 심텍은 이에 BBK에 투자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김경준 BBK 사장은 2001년 8월 1일 20억원만 반환하고 나머지 33억원은 돌려주려고 하지 않았다.

 

"'서울시장 출마' 고려해서 형사고발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전영호 회장은 "동생이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이명박 회장께서 BBK를 위해 노력하신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주말까지 김경준 사장에게 심텍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지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전 회장은 이 대목에서 "심텍의 고문변호사들이 (BBK의) 모든 임원들을 형사고발하자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전세호 회장은 이명박 BBK 회장님의 공인으로서의 신용과 내년 6월 서울시장에 출마하신다는 덕망을 고려하여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자신들의 입장을 소개했다.

 

전 회장은 "주말까지 이행되지 않을 경우 부득이 이명박 회장과 김경준 사장 외 금융사기 관련자들을 다음 주 월요일(2001년 10월 15일)에 형사고발할 수밖에 없음을 통고 드린다"고 전했다.

 

전 회장은 편지를 마무리하며 다음과 같이 이 후보를 압박하기도 했다.

 

"모든 언론사에 역외펀드 및 금융사기 행각에 관련된 사항을 알림은 물론, 요즘 대통령께서도 특별히 강조하시는 해외펀드 금융사기를 조사하는 관계기관에도 수사를 의뢰할 것을 알려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주부터 커다란 사회문제가 발생해 이명박 회장님 개인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다시 한번 부탁드리며 절박한 상황에서도 이명박 회장님을 믿고 기다린 심텍의 노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당시 이 후보 김경준씨에 편지... "심텍 고소 어떻게 대응할지 알려달라"

 

그로부터 이틀(10월 11일) 심텍은 서울중앙지법에 이 후보를 상대로 부동산 가압류를 신청했고, 22일 법원은 심텍의 신청을 받아들여 이 후보의 서울 논현동 저택을 가압류했다.

 

10월 31일에는 전세호 사장이 이 후보와 김경준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11월 2일 이 후보가 김경준씨에게 편지를 보내 "심텍 쪽이 공식적으로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여 법적 절차를 밟고 있음을 감안하여 본인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서면이나 전화로 김 사장의 의견을 조속히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11월 8일에는 김백준씨가 김경준씨에게 친필로 편지를 보내 "이명박 회장과 내가 심텍으로부터 고발됐다, 이 회장은 이와 관련하여 담당변호사를 선임하면 추후 문제를 귀하와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12월 11일 김경준씨는 심텍에 원금 30억원과 수익금 5억950만원등 총 35억 950만원을 돌려준 뒤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도주했다.

 

심텍이 이 후보에 대한 소송까지 불사하며 BBK 투자금을 반환받은 과정은 김경준씨가 BBK 자금운용과 관련해 이명박 후보 및 김백준씨와 긴밀히 상의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심텍 고소 건이 이 후보와 아무 관련이 없다"던 검찰도 전영호씨의 편지 내용에 대해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편지 내용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심텍 건에 대해 '부실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텍 고소와 이 후보 무관"하다던 검찰... 부실수사했나?

 

 

BBK 수사를 담당했던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최재경 특수1부장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심텍이 이 후보를 상대로 가압류 소송을 신청했던 것에 대해 수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은 명백히 조사했지만 수사결과 발표 때 묻지 않으셔서 말씀을 못 드렸다. 소위 가압류 결정문에는 왜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는지 그 이유가 기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 신청사유를 살펴본 결과 심텍은 이 후보가 BBK의 대주주이고 회장이니깐 믿고 아무 걱정 없이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고 했고 그 소명자료로 BBK 법인카드의 영수증을 첨부했다.

 

확인해 본 결과 2000년 9월 27일 심텍의 전 모 사장이 김경준을 만나려고 왔는데 김경준이 선약이 있어 이 후보와 허 모 부장에게 식사대접을 부탁했다. 이 때 허 모 부장이 식사비를 계산하고 김경준의 영문이름으로 영수증에 사인을 했다. 이 후보가 BBK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심텍이 형사고소한 사건에서 이 후보가 자신이 투자권유를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고 김경준과 김백준의 진술도 이와 부합해 무혐의된 바 있다. 가압류는 신청이 받아들여졌다고 해서 그 신청사유가 인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최재천 대변인은 검찰의 해명에 대해 "검찰은 도대체 무엇을 수사한 것이냐? 검찰은 지금이라도 조작수사, 부실수사를 자백하고 모든 수사기록과 자료들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최 대변인은 "이명박의 검사들이 국회가 헌법상의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에 대해 감히 시비를 걸고 나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14일 예정대로 검사 탄핵안을 처리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러나 최재경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수사를 하며 심텍 가압류 건의 수사기록도 넘겨받았는데 이중에 전영호 회장의 편지도 포함되어 있었다"며 "편지 내용까지 감안해서 수사팀이 (이 후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신당이 공개한 편지가 수사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태그:#이명박, #김경준, #심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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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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