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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김윤구 김남권 기자 = 강화도 군용 무기 탈취사건 용의자 조모(35)씨가 12일 경찰에 검거되면서 사건이 해결국면에 들어섰지만 범행 동기, 공범 유무 등 의문점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용의자는 해병 병사 2명을 승용차로 덮치고 흉기로 찌르는 등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면서까지 무기를 탈취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너무나 쉽게 무기를 버렸다.

 

도주 과정에서도 증거 은폐를 위해 승용차를 불 태우는가 하면 요금소 통과시 얼굴을 최대한 가려 CCTV 화면에 얼굴 노출을 막는 등 용의주도하고도 치밀함을 보였으나 무기를 숨긴 장소를 알리려 부산에 남긴 편지에는 자신의 지문을 그대로 두는 허술함을 보였다.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을 정리해 본다.

 

◇ 무엇을 노렸나

범행 동기를 놓고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견해가 가장 설득력이 있다.

 

용의자 조씨는 보증금 300만원, 월세 25만원에 서울 용산의 다가구 주택 반지하 방에서 살아왔지만 8개월 동안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 100만원만 남아있을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착실하고 친절한 청년이었다는 이웃의 말로 비춰볼 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식 범죄나 테러 행위를 목적으로 총기를 탈취했을 가능성은 다소 낮은 것으로 보인다.

 

◇ 무기는 왜 버렸나

용의자는 해병 병사와의 격투 과정에서 입은 상처로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도 K-2소총과 수류탄·유탄·실탄 등을 다량으로 챙겨 달아났지만 이 무기들은 용의자의 편지 내용대로 전남 장성에서 그대로 모두 발견됐다.

 

2차 범행을 강행하지 않고 무기를 버린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목숨을 걸고 수중에 넣은 무기를 쉽사리 버린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범죄 전문가들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자신이 저지른 결과를 막상 눈 앞에 보게 될 때는 불안과 공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조씨와 같은 초범일 경우에는 심적 압박이 더욱 컸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더욱이 승용차를 이용한 도주 중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자신의 범죄 사실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군·경 검문검색이 대대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접했다면 무기를 버리면서 심리적 부담도 함께 떨쳐 버리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 공범은 없나

공범이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은 사건 초기부터 제기돼 왔다.

 

용의자와 격투를 벌였던 해병 병사와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6일 강화도에서 무기를 탈취할 당시에는 조씨 혼자만의 범행일 가능성이 높지만 경기도 화성에서 도주차량을 불 태운 뒤 누군가가 용의자에게 또 다른 차량을 제공, 제2의 도주를 돕지 않았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용의자는 부산에 남긴 편지에서 범행 과정과 수법을 상세하게 밝혔지만 공범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조씨만의 단독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도주차량을 제공할 정도의 공범이 있었다면 도피처도 제공했을 텐데 자신의 주거지인 서울에서 검거된 점을 보면 아마 조씨는 마땅한 도피처도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 편지는 왜 썼을까

경찰에 곧장 검거될 수 있는데도 지문이 묻은 편지를 남긴 이유도 의문이다.

 

부산에서 발견된 편지에는 무기 은닉장소, 범행 과정, 유족과 국민에게 전하는 사과, 자수 의사 등의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고 실제로 조씨가 편지에 적은 백양사휴게소 인근에서 탈취 무기 모두가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이 편지가 경찰의 수사망을 교란하기 위해 작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서울에 주거지를 두고 있는 조씨로서는 부산에 편지를 남길 경우 경찰 수사망이 경남·부산 지역에 집중돼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을 기대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러나 도주 과정에서 거의 완벽하게 증거를 남기지 않았던 조씨가 지문을 남겨 경찰수사에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은 실수 외에는 달리 해석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과 없는 보병 출신이 혼자서 어떻게?

해병 병사 2명을 승용차로 덮친 뒤 순식간에 흉기로 찌른 용의자의 범행수법으로 미뤄볼 때 용의자는 고도의 군사 전문훈련을 받은 특수부대 전역자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조씨는 특수부대가 아닌 육군 모 부대를 전역했으며 전과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조씨는 평소 착실하고 친절한 청년이었다고 이웃들은 말하고 있다.

 

이처럼 평범한 조씨가 해병 병사 2명을 흉기로 찌르고 도주 과정에서도 단서가 될만한 증거를 거의 남기지 않는 등 용의주도한 면을 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kimyg@yna.co.kr
kong79@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태그:#총기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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