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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면 5년여의 일정으로 외국으로 떠나는 저희 네 식구를 위해 부모님과 형제들, 그리고 그 형제들의 아이들까지 대식구가 모여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오는 길에 홍천의 어느 산자락에 쌓인 눈이 너무 예뻐 온 가족이 차를 세우고 눈 구경을 했지요.

 

20개월이 갓 넘은 제 딸아이는 처음 보는 눈이 너무 신기한 듯 보채지도 않고 혼자 잘 돌아다닙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뛰어다니며 오래간만에 느끼는 눈밭의 재미를 만끽합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 즉석 눈썰매장을 만듭니다. 비닐 재질의 돗자리를 꺼내 아이들을 태워봅니다. 아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러 댑니다. 매형은 허리가 삐끗할 정도로 열심히 아이들을 위해 썰매를 끄는 루돌푸가 됩니다.

 

 

한바탕 눈썰매 잔치가 끝난 후, 온 가족이 눈사람 만들기 놀이를 합니다. 저마다 눈을 모아 동그랗게 만들고 머리를 붙이고 눈, 코, 입을 붙여 제법 눈사람 모양을 갖추게 합니다. 가족들의 얼굴이 하얀 눈사람 얼굴에 부딪히는 햇살만큼이나 눈이 부십니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사진 찍듯 눈에 담아봅니다. 저 아이들을 다시 만날 때는 키가 나만큼 커져 있을 것이고, 저 형제들을 다시 만날 때는 나와 같이 주름이 늘어 있을 것이고….

 

 

즐거워하는 가족들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다가 곁에서 말없이 바라보고 계시는 노부모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련해집니다. 몇 년 동안 뵙지 못할 세월에 이 막내가, 이 막내의 아이들이 그리워 더 늙으실 부모님을 생각하니 불효가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식을 낳아보니, 그리고 자식이 커서 더 큰 세상으로 자식을 떠나보낼 것을 상상해보니 그 상상만으로도 이별이 이렇게 서글픈데 직접 그 이별을 겪고 계시는 부모님의 마음은 어떠할지….

 

자식 마음 편하게 보내겠다고 애써 웃어주시는 부모님의 사랑이, 어디서든 너라면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가족들의 믿음이 먼 길 떠나는 제 마음에 가득  담겨 당당하게 세상에 나서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강원도의 이름 모를 산골짜기에 우리 가족의 웃음소리와 아련함이 함께 메아리 치고 있었습니다.


태그:#가족, #겨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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