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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11일 국회앞 국회경비대 소속 전의경들을 격려차 방문하여 악수를 하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11일 국회앞 국회경비대 소속 전의경들을 격려차 방문하여 악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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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일을 일주일여 앞둔 지금,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위기상황이다. 지난 10월 15일 후보 확정 이후 잠깐 지지도 반등 기미를 보이다가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등장하자 3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5일 BBK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 이후,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2위로 올라가는 추세지만, 1위인 이명박 후보와는 여전히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의원수 141명의 거대정당이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대선보다는 내년 총선에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뛰고 있다는 것을 정 후보 쪽도 인정하고 있다.

정 후보 쪽은 남은 8일 동안 두 개의 네거티브와 두 개의 포지티브 전략으로, 막판 역전승을 끌어내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① BBK 올인... 검사 3인 탄핵소추안 발의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11일 신당의 단독발의로 BBK 특검 및 검사 탄핵안 강행처리를 막기 위해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11일 신당의 단독발의로 BBK 특검 및 검사 탄핵안 강행처리를 막기 위해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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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의혹 사건에 '올인'해 온 신당은 검찰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이 문제를 대선 운동의 핵심고리로 삼고 있다. 10일 소속의원 전원 명의로 BBK 사건을 수사했던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 최재경 특수1부장, 김기동 특수1부 부부장 등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한나라당이 11일 법사위 상정을 반대하는 것은 물론 본회의장 점거에 나서자, 신당은 임채정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임 의장은 신당 의원들에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린다는 소리 듣는다"고 거부한 뒤, "각 당이 합의를 해오면 12일 오후 2시 본회의를 개의하겠다"고 말했다.

신당은 한나라당을 제외한 다른 당들과 힘을 합쳐, 검사탄핵소추안과 BBK특검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신당은 BBK 문제를 대선은 물론 총선 때까지 연결시켜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신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명박 후보에게 '범죄 혐의자'라는 꼬리를 확실히 붙여서, 불안한 후보라는 점을 각인시켜 나가겠다"면서 "설사 그가 당선된다 해도 이 부분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신당은 197개 시민단체가 13일에 열기로 한 검찰규탄과 재수사 촉구 국민대회에 당 차원에서 결합할 계획이다.

② 노무현 대통령과의 확실한 차별화

김현미 신당 선대위 대변인은 11일 오전 브리핑에서 청와대와 법무장관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 대변인은 "무슨 근거로 절대다수의 국민이 잘못됐다고 하는 (BBK의혹 사건) 수사에 대해 법무장관은 잘 됐다, 청와대는 직무감찰을 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가 있는지, 요건이 되느냐고 얘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또 "절대다수의 국민이 수사 결과를 믿지 않는 것은 국민이 정부를 믿지 않기 때문"이라며 "민심을 외면하고 민심 앞에 오만했다고 하는데, 여전히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10일 '정동영 통신'에는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고언-사법정의 쓰레기통에 버린 검찰, 대통령이 나서 꾸짖고 벌주어야"라는 글을 올려, "이번 검찰수사가 유신이나 5공 시절과 다른 점이 있느냐"며 "지금 국민들 사이에 대통령님에 대한 실망과 의문이 급속히 커져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지나치지 않으셔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정의의 관점에서 볼 때 요 며칠 사이 처음으로 납득할 수 없는 대통령님의 태도를 본다"고 말했다.

어정쩡한 사이였던 노 대통령과의 관계가 BBK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확실한 차별화' 국면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정 후보도 10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국민의 상처가 이렇게 깊은 줄 몰랐다. 사죄한다"고 말했다. 신당의 한 핵심인사는 "'더 강하게 참여정부 책임론을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또한 내년 총선과 연결된다. 이번 대선의 성격이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관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내년 총선을 위해서라도 이번에 확실하게 선 긋기를 해놔야 한다는 판단이다.

③ 후보단일화... 안 되면 문국현, 이인제 무력화

위 두 가지가 네거티브성이라면, 이른바 범여권 후보단일화는 포지티브성이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시킨 지지자들을 결집시켜내고, 지지자들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크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신당은 후보단일화를 필수적인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불가능해지는 분위기다. 곧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민주당은 11일 오전 최고위원회를 열어, "12월 19일까지 신당과 통합은 물론 후보단일화는 없다"고 결정했다.

문국현 "정동영이 결단해야"... 이인제 "19일까지 통합, 단일화 논의 없다"

이인제 후보는 이 자리에서 "단 1표만 나와도 국민만 보고 완주하겠다"고 선언했고, 12일 오전에 '무한도전' 유세단 전국버스투어 출정식을 갖기로 했다.

문국현 후보 쪽도 마찬가지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번 정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참여정부 5년 실정의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다.

김현미 대변인은 이에 대해 "어떻게, 누구로 단일화해야 하는지, 국민의 뜻은 이미 정해져 있고, 문 후보 국민의 뜻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 사퇴요구에 대해서도 "국민경선 통해 선출한 정통성 있는 후보에 대해 할 수 있는 말과 그렇지 않은 말의 금도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시민사회단체의 대표적인 인사들이 압력을 가하고 있음에도 문 후보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 후보로서는 다시 한번 정치력에 타격을 입었고, 범여권은 각개약진으로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단일화가 최종적으로 무산될 경우, 신당 쪽에서는 당연히 문국현, 이인제 후보 무력화를 시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④ 주택·교육 공약으로 수도권 30~40대 공략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11일 국회에서 전국 개발제한구역 주민대표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 이날 정 후보는 약속했던 시간보다 무려1시간30분 정도 늦게 도착해 30여명의 주민대표들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11일 국회에서 전국 개발제한구역 주민대표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 이날 정 후보는 약속했던 시간보다 무려1시간30분 정도 늦게 도착해 30여명의 주민대표들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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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은 대선 막바지로 갈수록 주택, 교육 공약을 강조하고 있다. 수도권의 99평방미터(30평형대) 규모의 아파트를 3.3평방미터당 건축비 300만원, 택지비 200만원 이하로, 신규주택 수요가 충족될 때까지 공급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향후 5년간 52만5천 가구의 신혼부부에게 총 61조원(연간12.3조원)의 20년 만기 장기 고정금리의 주택담보대출 지원공약도 있다.

세금관련 공약도 있다.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특별공제를 매년 4%씩 인상하여 20년 이상 보유 시 80% 수준 확대, 1세대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현행 3년 이상 보유 2년 이상 거주) 중 거주요건을 폐지, 주택에 대한 등록세를 없애고 취득세로 통합해 거래세부담을 현재의 2% 수준에서 1% 수준 완화 등이다.

정 후보는 최근 유세에서 BBK 문제와 함께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도가 강고한 것은 30~40대 수도권 유권자의 지지가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원래 도덕성과 부패에 민감한 세대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지지성향이 높았었다.

원래 지지자였던 이들을 돌려내지 않고는 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 신당의 판단이다.


태그:#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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