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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유통시장이 개방되고 난후 대기업들이 유통시장에 뛰어 들기 시작하면서 현재 대형마트는 전국에 330여개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대형마트는 매년 25%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동네 구멍가게까지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어디든 가릴 것 없는 진출로 지역 중소상인들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활로를 찾고자 부평 상인들이 한데 모였다. 대형마트를 규제하고 지하상가와 상점가, 재래시장을 포함한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 상인들이 모여 상인대책협의회를 구성했다. 여기에 노점상까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일 부평종합시장상인회·진흥종합시장·문화의거리상인회·전국노점상연합회 부평지회·지하상가 소속 상인들은 중앙새마을금고에서 모임을 하고 ‘대형마트 규제와 시장 활성화를 위한 부평상인대책협의회’(이하 부평상인대책협의회)를 발족시키고 공동대표에 각 상인회 회장을 추대했으며 집행기구라 할 수 있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운영위원은 각 상인회에서 1~2명이 맡기로 했다.


공동대표에는 김화동 부평시장상인회장·심흥구 진흥상가회장·김문곤 문화의거리 상인회장·양귀자 전노련 부평지역장이 추대됐으며 운영위원장은 이상복 부평시장상인회 총무가 맡기로 했다. 아울러 카드수수료율 인하운동 때부터 상인들과 함께한 민주노동당 부평구위원회 김종현 상인대책위원장이 간사를 맡았다.


4개 지하상가의 경우 이날 행사가 있어 회장단이 직접 참가하진 못했으며, 대신 참가한 직원은 “무너지고 있는 지역 상권에 대한 우려는 같은 만큼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 오늘 이 결과를 잘 전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부평상인대책협의회 출범 진행을 맡았던 박병규 민노당 인천시당 민원상담실장은 “아울렛이 들어서고 나서 지하상가 매출이 43% 가까이 줄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신용불량자 개인회생 등에 관한 면담을 담당하고 있는데, 무너진 중소상인이 한 둘이 아니”라며 “상인들의 권리는 상인들이 나서서 찾아야 한다, 말 그대로 밥 그릇 찾아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평상인대책협의회는 곧 인선을 완료하고 오는 13일로 예정돼 있는 롯데마트 삼산점 개장에 맞춰 대형마트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아울러 앞으로 부평 상인들을 모으기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다음은 이상복 부평상대협 운영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 부평상대협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1986년에 부평에 처음 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부평시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때 부평시장의 속설이 뭐였냐면, ‘부평시장에서 돈 못 버는 사람은 어딜 가서도 못 번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상권이 좋았기 때문에 돈 못 버는 것은 그 사람 자질에 대한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부평 동아백화점이 롯데백화점으로 바뀌던 때, 그때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하나둘 지역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때는 몰랐다. 이렇게까지 상권이 붕괴될 거라고는.
 
부평에만 무려 6개나 된다. 지금 부평시장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냐면, 건물주가 ‘월세는 못 줘도 좋으니 전기세만 내면서 장사하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빠졌다. 시장 안에도 빈 점포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래서다. 이제는 그냥 앉아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상인들이 그동안 먹고 살기 바빠서, 속된 말로 주는 것만 받는 사람들이었다면, 이제는 상인들이 직접 나서서 상인들의 생존권을 지켜야한다는 뼈저린 아픔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 출범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나?
"장사꾼은 장사하기 바쁘다. 또 장사꾼의 속성은 개별적이고 이해관계에 대한 셈이 빠르기도해서 잘 안 모인다. 헌데 그런 상인들이 공동의 상권을 위해 모였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다가 그래도 모이고 나니 희망이 보이고 자신감도 생겼다. 더 많은 상인회와 상인들이 모여야 하지만 일단 첫 발을 뗀 셈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진행된 카드수수료율 인하운동이 모태라 할 수 있다.

 

문화의 거리·지하상가 쪽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다보니 카드수수료율의 부당함에 대해 공감했고 자연스레 대형마트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상인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여기에 또 노점상까지 함께했다. 노점과 상인은 ‘입술’과 ‘이’다. 지금도 상인들은 노점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고 하는데, 실은 노점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노점은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다. 노점역시 상인이 잘 돼야 노점도 잘된다. 그런 노점과 상인회가 한데 모여 부평상권 활성화를 논의하게 된 점도 큰 의의라 할 수 있다."

 

- 부평상대협의 향후 활동계획은?
"자영업자가 35%인 시대라고 한다. 부평시장 만해도 점포가 1000여개다. 지하상가 점포도 1000군데가 넘는다. 여기에 십정시장·문화의거리·일번가거리·부일시장·삼산시장 또 동네 구멍가게까지 합하면 장사해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부평상대협은 이 모든 부평 상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장사꾼들이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으로 가게 문을 열고, 흡족한 마음으로 가게 문을 닫을 때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대형마트 하나 생기면 옷가게 하나, 생선가게 하나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집에서 갑자기 전구가 나가서 사러 갈 때 이제는 대형마트까지 가야 한다.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데, 그 노인들이 대형마트 가려면 자동차 가지고 가야 하는데, 그럴 수 있나? 노인들은 구멍가게가 곁에 있는 게 좋은데, 구멍가게는 점차 구멍 없는 가게로 전락하고 있다. 지역의 부가 대형마트를 통해 서울로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 외에도 대형마트로 인하 손해가 이만 저만 아니다. 카드수수료율 인하운동을 전개하면서 상인들이 모이면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부평상대협의 활동계획은 간단하다. 부평상권을 위해서 외적으로는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법안을 제정토록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상인들의 목소리를 전할 계획이다. 또한 내적으로는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부평상대협 소속 상인회 사람들과 공동의 행사·마케팅·재래시장의 특성을 발굴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부평의 더 많은 상인회가 부평상대협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지속으로 만날 예정이다. 상인들의 권리는 이제 상인들이 찾아 나서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부평상인대책협의회, #대형마트, #부평상권, #부평상인, #부평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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