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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후보가 9일 아침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실상 정동영 후보의 양보를 요구했다.
 문국현 후보가 9일 아침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실상 정동영 후보의 양보를 요구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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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광주 충장로에서 거리유세를 벌였다. 밤 9시를 훌쩍 넘어섰지만 1000여명의 지지자들은 "문국현"을 연호했다. 9일 오전 8시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문 후보는 "(어젯밤의 지지자들의 열기가) 화산 같았다"는 표현까지 쓰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내 문 후보의 얼굴은 굳어져 갔다. 언론은 이미 "범여권 후보단일화, 사실상 결렬"을 타전하고 있었다.

선관위는 문 후보가 후보단일화 과정 중 가장 중요하게 요구했던 토론회에 대해 '불가' 입장을 통보했다. 그럼에도 시민사회는 여전히 후보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다.

"집권여당 프리미엄 가지고도 25%도 못하면서..."  

문국현 후보는 일관되게 '국민의 마음'을 빗대 현 국면을 설명했다. 그는 "국민들은 현 정부가 조직적으로 부패해있는 상황에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현직 국세청장이 감옥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고, 검찰의 수뇌부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지만 집권여당은 아무런 소리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후보에게 깨끗하지 못하다고 공격해봤자 안 먹힌다, 그런데 대통합민주신당은 자기들 실정은 책임지지 않고 BBK 문제 등에만 매달려 한번만 더 봐달라고만 한다"는 주장.

문 후보는 "오죽하면 국민들이 무능과 무책임보다 부패보다 낫다고 생각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겠냐"며 "무능과 무책임이 조직적 부패와 함께 있다"는 말로 현 집권여당과 후보의 상황을 비난했다.

그는 "(집권여당과 그 후보는) 국민들의 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어주는 씻김굿을 해야 한다, 국민은 실정에 대한 씻김굿을 원하는데 자꾸 이명박 후보 부패만 얘기하면 되겠냐"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또 "140명 의원을 거느리고도, 대통령을 배출한 프리미엄을 가지고도, 경선이 끝나고서도 25% 지지를 확보 못했다면 원래 끝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정 후보를 강하게 비난했다. 사실상 ‘정동영 후보의 자격상실론'이다.

"후보 단일화 '결렬'? 아직 11일이나 남았잖아요"

아무래도 기자들은 정동영 후보와의 후보단일화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토록 '싱거운' 대선판에서 몇 되지 않는 변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후보와 그의 측근들은 후보단일화의 결렬이유가 마치 자신들의 '고집'때문으로 비춰질까 하는 우려하고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후보단일화 토론이 무산된 것도 신당이 전례가 없어 결론도 못내리고 있는 선관위에 '이거 하면 안 되지 않냐'는 투의 질의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울고싶은 아이 뺨 때려주는 격'으로 고민하고 있는 선관위가 '토론 불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은근히 유도했다는 것이다.

캠프 관계자들의 격앙된 반응과는 달리 문 후보는 후보단일화와 관련해서 다소 여유를 부렸다. 그는 "아직 11일이나 남았잖아요?"하며 "후보단일화 '결렬'이라는 표현은 지나치다, 아직도 기회는 많다"고 말했다. 후보단일화의 여지를 남긴 것.

하지만 그는 "(단일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실정으로부터 자유롭고, 부패의혹이 없으며, 경제를 가지고 이명박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단서의 첫 조항에서부터 사실상 자신에게로의 후보단일화와, 정동영 후보의 양보를 요구한 것이다. 140명 의원을 거느린 집권여당 후보가 쉽게 양보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그는 "제가 그런 위치라면 미래지향적으로 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다시 '국민의 마음'을 빗대 다음과 같은 말을 던졌다.

"손학규부터 유시민까지 다 모았지만 지지율 25%도 안됐다. 그 많은 몰표를 가지고도 안 되면 방법을 바꿔야 한다. 국민은 감동받을 준비가 돼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 국민들 마음은 제쳐두고 동지들만 달달 볶아댈 것인가."

"광주가 역전의 방아쇠 당겨달라"

"뭔가 화끈하게 책임지는 사람 서너 명만 있어도…. 검찰·국세청 바로잡겠다는 그런 얘기도 못하나. 그렇다고 경제의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권여당에 대한 실망감을 문 후보는 위와 같이 표현했다. 범여권 단일후보로서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 그러나 지지율은 정동영 후보에게 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는 "언제까지 '2008년 체제'를 부인하고 '1987년 체제'에 안주할 거냐, '1987년 체제'의 발전적 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집권여당이 죽어가는 표와 정치적·이념적 연고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미래세대들과 수도권에서 자신이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역전의 방아쇠를 여기서 당겨주면 좋을 텐데…. 광주전남은 중차대한 시점에서의 늘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 그 진가를 다시 발휘해 달라. 누가 민주화 심화과정을 주도할지는 명약관화하지 않나. 누가 이명박을 과감히 공격할 수 있나. 꼭 써야할 카드를 안 쓰는 게 문제다."

자신이 막판 대역전을 이룰 수 있는 '히든카드'라는 얘기다. 그의 자신처럼 그는 마지막 승부를 가를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이 역시 그가 얘기한 것처럼 '국민의 마음'에 달려 있다.


태그:#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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