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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 “시장이 죽어가요. 김장철이라 요즘은 쬐끔 났네요.”
▲ 정육점 “시장이 죽어가요. 김장철이라 요즘은 쬐끔 났네요.”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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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 소용없어, 아무것도 없은께.”
“대형마트가 바로 요 앞에 생겨갖고 더 안 돼 부러.”

정읍 장날(2일, 7일)이다. 신시장(정읍2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어디서 왔냐며 사람구경 하려면 구시장(정읍1시장)으로 가란다. 시장을 휘 둘러봤다. 오늘이 장날 맞나 의아스럽다. 휑뎅그렁한 장터는 겨울 찬바람만 이따금씩 스치고 지날 뿐 사람의 그림자도 안 보인다.

겨울의 날씨처럼 황량한 마음을 안고 구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정읍시청 앞에서 구시장에 간다는 아주머니(65·강경자) 한 분을 만났다.

"누가 대통령이 될란가? 대통령은 하늘에서 내린다고 하던디..."

“살만한 게 있는가 둘러보고 가야지.”

이런저런 세상사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대통령선거 유세차가 지나가며 순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삼켜버린다.

“누가 대통령이 될란가? 대통령은 하늘에서 내린다고 하던디… 누구 찍어줘야 된다요?”
“글쎄요. 아주머니 맘 가는 대로 하세요. 장에 자주 다니시나요?”
“한 달에 대여섯 번도 더 다녀, 여기는 오늘이 장날인디 맨날 장이 서.”

대구 “저 대구에다 생태나 병치 한 마리만 끼워줘요.”
▲ 대구 “저 대구에다 생태나 병치 한 마리만 끼워줘요.”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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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구시장 정읍 구시장(제1시장) 풍경
▲ 정읍 구시장 정읍 구시장(제1시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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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장에 오니 그래도 그런대로 장분위기가 느껴진다. 어물전 앞에는 풀치를 엮어 매달아 놨다. 싱싱하고 물 좋은 해산물이 가득 진열되어 있다.

“반지락 1kg에 3천원 인디 5천원어치 사면 더 드려요. 자~ 보세요. 많이 담네요.”

어물전 아주머니는 바지락을 담아주며 장사하려면 별것 다 갖다놔야 한다고 한다. 할머니 한 분이 어물전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대구를 보며 몇 번을 묻고 또 묻는다. 저쪽에서 장사하던 분은 더 싸게 주던데 오늘 안 나왔다며 자꾸만 깎아달라고 흥정을 한다.

“저 대구에다 생태나 병치 한 마리만 끼워줘요.”

제법 씨알이 굵은 대구 3마리에 2만원, 생태는 3마리에 1만원이다. 어물전 아주머니는 생태 한 마리를 덤으로 넣어주며 “아줌마 큰~거요. 봐요 잉~!” 넉살이다. 어물전, 채소전 ,푸줏간, 장터를 오가는 사람들…. 굴비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뭐~ 드릴까요? 새우 무시 넣고 지져 묵으면 맛있어요. 한 바구니에 1만원이요.”

새우 “뭐~ 드릴까요? 새우 무시 넣고 지져 묵으면 맛있어요. 한 바구니에 1만원이요.”
▲ 새우 “뭐~ 드릴까요? 새우 무시 넣고 지져 묵으면 맛있어요. 한 바구니에 1만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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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이런 거 개평 안 줘요?
▲ 홍어 이런 거 개평 안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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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기 장보러 나왔다는 할아버지는 나이가 드니 먹고 노는 게 일이라면서 홍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 장보기 장보러 나왔다는 할아버지는 나이가 드니 먹고 노는 게 일이라면서 홍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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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평 안 줘요?" 보고만 그냥 지나쳐

“홍어 1kg에 3만원이요.”

홍어 가게 앞에서 정읍 연지동 사는 김충기(77) 할아버지를 만났다. 장보러 나왔다는 할아버지는 나이가 드니 먹고 노는 게 일이라면서 홍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맛있는 거 많이 사셨어요? 어디 한번 봐요.”
“콩나물 5백원, 갓 1단, 낙지도 사고…. 이거여. 우리 각시가 또 사러갔어.”

할아버지는 홍어가게 아주머니에게 대뜸 개평 안주냐며 말을 건넨다. 홍어가 몹시 잡숫고 싶으신가보다.

“이런 거 개평 안 줘요?”
“할머니! 할아버지 홍어 좀 사드리세요.”
“이 사람이 전주예요. 돈 죄다 갖고 있어요.”
“허허허~.”

할아버지는 너털웃음을 웃으시며 자전거를 챙겨 그냥 간다.

멸치젓 구수한 곰삭은 젓갈 향기가 진동한다.
▲ 멸치젓 구수한 곰삭은 젓갈 향기가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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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죽어가요, 김장철이라 요즘은 쬐끔 났네요"

고깃간이다. 고기를 썰던 아주머니는 장사가 해가 갈수록 안 된다며 재래시장이 죽어간다고 한숨이다. 할머니 한분이 잡채 한다며 돼지고기 한 근을 떠간다.

“시장이 죽어가요. 김장철이라 요즘은 쬐끔 났네요.”

배추 3포기 한 다발에 6천원. 배추도 배추 나름이다. 폭이 큰 것은 더 비싸다.

젓갈가게. 이 집은 집에서 직접 젓갈을 담가 발효시킨다. 젓갈 가게는 김장철이라 잡젓, 황석어젓, 멸치젓이 주로 많이 팔려나간다고 한다. 잡젓1kg 3천원, 황석어젓과 멸치젓은 1kg에 5천원이다. 구수한 곰삭은 젓갈 향기가 진동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날#장터#개평#대통령#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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