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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24일 오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24일 오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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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도 일찍이 말했다. "옷이 당신의 인상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이번 17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우리 후보들은 어떨까? 패션 전문가들이 보는 그들의 패션 감각은?

"감각을 말하기엔 입이 안 떼진다." 남성패션매거진 <GQ> 강지영 패션 디렉터는 대뜸 말했다.

"흡사 돌잔치에 갔는데, 한복 입은 돌쟁이 아기를 안고 부부가 내 앞에 왔을 때 아기 얼굴을 보고 '어머나, 애기가 참…….' 하고는 난감해지는 기분과 같다. 빈 말로라도 예쁘다, 라는 말이 안 나오는 아기를 본 것처럼 '감각'에 대해서는 말 못 하겠다."

그리고 덧붙였다. "애쓰신단 생각은 든다. 이회창 후보 빼고."

패션디자이너이자 제너럴 아이디어 대표인 최범석 디자이너도 안타깝다고 했다.

"서민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수트보다 점퍼를 입고, 토론 때만 깔끔한 수트를 입는 거 같은데, 좋아보이진 않는다. 조금 더 멋있는 대통령도 좋은 거 같다. 점퍼도 멋을 낸다면 낼 게 많은데, 대선 후보들은 멋있는 점퍼보단 공사장에 나가는 듯 한 점퍼를 입는다. 그걸 와 닿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솔직히 힘이 없어 보인다."

점퍼가 뭐가 어때서? 대선 후보들의 점퍼 유행에 대해 강지영 패션 디렉터도 한 마디 했다.

"양복 입었다고 위화감이 생기나? 신사가 요릿집 문 앞에서 매를 맞은 건 양복을 입어서가 아니고 돈을 안 내서잖나."

[이명박 '훌륭'] '센스쟁이 이명박, 누군가 입혀주는 게 분명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5일 여의도 KBS본관 '백남준 비디오광시곡' 전시장을 들어가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5일 여의도 KBS본관 '백남준 비디오광시곡' 전시장을 들어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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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누가 가장 센스있게 입었을까? 강지영 패션 디렉터는 이명박 후보를 뽑았다.  "수트에 리듬감만 준다면" 단서가 달리긴 했지만.

"이명박 후보는 아이템의 선택은 과감하다. 터틀넥 니트를 입거나 가느다란 머플러를 두르거나 썬캡을 고르는 걸 보면.

그런데 수트를 입은 룩은 고루하다. 진한 색 수트에 넓은 칼라 셔츠, 윈저노트의 단색 넥타이가 대부분이다. 어쩐지 머뭇거린다는 생각이 든다."

최범석 디자이너도 이명박 후보를 꼽았다. 심지어 오래 전 대선 후보 토론회 때 이명박 후보 옷차림을 기억해냈다. 이명박 후보가 파란색 타이에 남색 수트를 입었다고 했다.

"정말 잘 입었다. 사실 제가 봤을 때 누가 코디를 하지 않았으면 못 입었을 거다. 넓은 타이였다. 셔츠 자체도 칼라도 약간 틀렸다. 타이와 셔츠 어울림이 되게 잘 됐다. 상황에 맞춰 누가 입혀주는 사람이 있는 거 같다."

그 뿐 아니었다. 최범석 디자이너는 재미있는 기억을 떠올렸다.

"토론회였다. (이명박 후보가) 재킷을 벗은 채 막 질의 응답을 하던 이명박 후보가 토론이 끝날 때쯤이었다. 사회자가 국민들에게 말할 시간을 드린다니까, (이명박 후보가)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땐 재킷을 입고 말하겠다고 하더라. 그리고 재킷을 걸쳤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때론 말보다 이미지 하나가 더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정동영 글쎄] '옷걸이는 되는데... 무난한 아쉬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2일 용산역 앞에서 열린 지지유세를 마친후 영등포역 지지유세를 가기위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2일 용산역 앞에서 열린 지지유세를 마친후 영등포역 지지유세를 가기위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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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후보는 어떨까?

"여러 모로 훤칠한데도 장점을 못 살린다." 강지영 패션 디렉터는 아쉬움을 표했다.

"수트는 몸에 제일 잘 맞지만, 가끔 난감한 타이를 매고 등장한다. 타이 없이 셔츠에 라운드넥 니트를 입어도 '앗쌀한 맛'이 없다. 얼굴 톤이 밝아서 베이지나 연한 회색을 입어도 어울릴 것 같은데 어두운 계열만 고수하는 이유는 뭘까. 앵커 시절, 촘촘한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에 블랙 타이를 날씬하게 맸던 지적인 이미지는 요단강 너머로 사라졌나."

최범석 디자이너는 "일부러 패셔너블하게 안 가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항상 타이 없이 간다. 앵커할 때 타이에 수트 주로 입었잖나. 방송인이었던 이미지 벗으려고 오히려 털털하게 입는 것 같다. 일부러 무게 있게 보이기 위해서 패셔너블하게 안 가는 거 같다."

이명박 후보를 이미지 컨설팅한 강진주 이미지퍼스널 연구소 소장은 정동영 후보가 선택한 컬러가 정 후보에게 잘 맞는다고 했다.

"정동영 후보에게 오렌지 색깔은 꽤 잘 맞는다. 우선 눈에 띄고, 오렌지 컬러가 화합적이고 친근한 색깔이라 잘 선택한 것 같다."

한 마디로 정동영 후보 패션을 요약하면 그렇다. 무난하다. 그래서? 아쉽다.

[이회창 '안습'] 힘없는 그의 점퍼, 서민이 봐도 '빈티'

17대 대통령선거의 공식 선거일정이 시작된 27일 오전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가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17대 대통령선거의 공식 선거일정이 시작된 27일 오전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가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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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양복보다 점퍼로 확 돌아선 이회창 후보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패션 전문가들 시선은 혹독했다. 강지영 패션 디렉터는 단호히 지적했다.

"'사이즈'의 문제다. 그토록 즐겨 입는 점퍼건만, 어깨 폭은 넓고 소매 길이는 길다. 바지는 길어서 구두 위에서 사정없이 접힌다. 수선이 필요하다."

최범석 디자이너도 비판적인 시선을 내놨다.

"너무 힘이 없어졌다. 전엔 화려했던 거 같다. 말씀이나 표정이나 옷차림이 좀 더 화려했다. 지금은 뭐랄까. 나는 반성을 하고 있단 느낌이 강해서, 보기 싫더라. 대통령 후보로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되레 힘이 없어 보인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도 조심스레 우려를 표했다.

"너무 파란색만 쓰는 게 대쪽 같아서 그런 것 같은데, 추워 보이는 요소가 생긴다. 좀 더 따뜻하게 보이고 싶으면, 붉은 색 계열이 들어간 따뜻한 색이 낫지 않나 싶다."

패션전문가들이 서민들 차림을 몰라서일까? 하지만 서민들마저 냉혹했다. 서울시 서교동에 사는 주부 김희숙(45)씨는 "너무 후줄근하다"고 꼬집었다. "깔끔하게 입고 그런 이미지가 나을 거 같다. 사람이 너무 '빈티'나 보인다."

주부 이경미(40)씨도 따끔한 의견을 내놨다.

"저번 대선 땐 너무 상류층처럼 보이시더니 이번엔 너무 하류층처럼 군다. 너무 아래로 다운했다. 조금 올리는 게 나을 듯 싶다."

일반 서민들 시선은 더 날카로웠다.

서민표 얻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후보인데 품위가 없어"

제17대 대통령선거 유세 첫날인 27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대전역 유세장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서울역 유세장에서 각각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
 제17대 대통령선거 유세 첫날인 27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대전역 유세장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서울역 유세장에서 각각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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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이미지 중요성을 아는 대선 후보들이 대충 입었을 리 없다. 나름 고심한 결과다. 하지만 전문가들 생각은 달랐다. '상황'이 안 맞는다고 했다.

"상황에 맞는 옷차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최범석 디자이너는 강조했다. 대통령 후보인데 "고급스러움이 없다"며 옷차림에 '품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지 컨설팅 전문가인 강진주 퍼스널 이미지연구소 소장은 말했다.  "정치인을 하던 기업인을 하던 그 분이 본래 어떤 이미지를 풍기는지 본다. 그게 중요하다." 누군가에게 이미지 컨설팅을 할 때, 본래 이미지를 제일 먼저 챙긴다고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현재 상황에 '자신에게 맞는 옷차림'이다.

최범석 패션디자이너가 말했다.

"정치하는 사람들 다 부자인데, 선거 때만 되면 없는 사람들 표를 얻으려고 가난하게 보이려는 게 웃기는 거 같다. 없는 패션을 보여주는 거 같아, 되레 우스워 보이기마저 한다. 동정표를 얻으려는 그런 것 때문에 우리나라 정치인 패션이 그 모양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강지영 <GQ> 패션 디렉터는 패션에도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트는 단색만 있는 게 아니다. '핀 스트라이프'도 있고 '글렌 체크'도 있다. 텔레비전 화면에 난데 없는 줄긋기처럼 나올 수 있어서 꺼린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것쯤이야, 하는 자신감이 있으면 좋겠다. 유세는 텔레비전으로만 보는 게 아니다. 베스트까지 갖춘 쓰리피스 수트, 트위드 재킷이나 블레이저를 입는 건 왜 안 되나."

이어서 덧붙였다.

"'눈치 보지 않는 정치'는 너도나도 말하던데 '눈치 안 보는 패션' 같은 건 어디 없나?"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17대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이인제 민주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손을 잡고 서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17대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이인제 민주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손을 잡고 서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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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패션?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억하라

미국 대통령 연설문 작가로 맹활약했던 제임스 C. 흄스는 처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윈스턴 처칠도 루스벨트와 같이 타고난 배우였다. 처칠은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금시계 줄을 목에 걸고 군청색 줄무늬 스리피스 양복을 입고 다녔다. 넥타이는 푸른 눈을 돋보이게 하는 청색 물방울 무늬였으며 와이셔츠 소매 끝동은 영국 왕실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리고 가슴주머니에는 늘 깨끗한 흰 손수건이 꽂혀 있었다. 유난히 돋보였던 모자는 런던의 유명 재단사가가 만들어준 맞춤형 중절모였다."

패션엔 전혀 신경쓰지 않을 것 같던 유명 정치인도 알고 보면, 엄청난 노력파였다. 세심하게 신경 썼고,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그래서 당시 거인 축에 들던 링컨 대통령은 항상 연통형 모자에 긴 숄을 걸친 검은 양복을 즐겨 입어 안 그래도 큰 키를 더 크게 보일 뿐만 아니라 호리호리해 보이게 만들었다. 영국 마가렛 대처 수상은 늘 단정한 맞춤 정장에 왼쪽 옷깃에는 브로치를 꽂았으며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머리손질을 했다. 빈틈없고 완벽한 '철의 여인' 이미지는 그렇게 탄생했다.

과연 이들 뿐일까? 국내에 그런 정치인은 없었나? 남성패션 매거진 <GQ> 강지영 패션 디렉터는 말했다.

"신체조건 좋은 사람들 얘기는 빼고. 단연, 박정희. 자신의 신체적 특징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팬츠 길이는 복숭아뼈, 재킷의 길이도 깡총해 보일 정도로 짧게 입었다. 톰 브라운이 본대도 박수를 칠 룩이다.

칼라가 좁은 셔츠에 매듭을 야무지게 진 타이를 정확하게 맸다. 포켓치프를 적당하게 활용했고 선글라스는 두말하면 잔소리. 시원하게 깎고 살릴 데만 각 잡아서 딱 살린 헤어스타일도 멋졌다. 연회 석상에서는 턱시도 재킷에 보타이를 맸고 점퍼를 입을 땐 '파나마 햇'을 썼다. 작은 키와 검은 얼굴 같은 건 문제도 아니었다. 머리 두 개만큼은 더 큰 사람들 속에서도 제일 눈에 띄었고 한 눈에 들어왔다.

개인적으로는 고이즈미 총리나 푸틴 대통령보다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더 잘 입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눈썹 정리도 안했고 머리 염색도 안했다."

"새벽종이 울렸네"라며 "새마을을 만드세"라고 외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건, 새마을만이 아니었다. 그도 사실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
ⓒ 육영수 여사 전자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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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통령후보, #패션,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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