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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 대학 도서관 특집

*본 기사는 전국 각 대학의 도서관 실태를 살펴보고,
대학 도서관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자는 의도에서 작성된 것으로
특정 대학을 비방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1. 대학 도서관, 그간 안녕하셨쎄요?

대학 도서관들을 향해 안부 인사를 건넸다. "그간 어떻게, 안녕들 하셨쎄요?" 그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고개를 돌려 겉모습을 휘 둘러본다. 그대로다. 많은 학생들이 도서관의 출입구를 드나들고 도서관은 여전히 책을 구입해 학생들에게 대출-반납 해주며 대학생들의 곁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럼에도 멀쩡한 대학 도서관의 안녕을 살펴보고자 하는 이유는 대학 도서관들이 겉모습과 달리 썩 잘 지내는 듯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도서관들은 변하고 있다. 매일 각종 매체들을 통해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텍스트들을 최대한 저장하기 위한 디지털 아카이브(디지털 기록보관소)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해왔던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책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개념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열람실에서 공부 중인 학생들
 열람실에서 공부 중인 학생들
ⓒ 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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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용자들을 위한 일련의 변화가 도서관의 핵심인 ‘대학생들’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소장 도서의 수는 늘어만가지만 책 읽는 학생은 줄어들고 있다. 도서관은 많은 비용을 들여 엄청난 양의 정보를 담은 인프라를 구축하지만 대학 도서관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 앞에선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많은 학생들이 열람실(독서실)을 제외한 도서관 전체에 아예 등을 돌리고 있다. 지금의 도서관 풍경은 대학 도서관이 추구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대학 도서관은 잘 지냈냐는 안부인사에 웃으며 답할 처지가 아니다. 그들이 처한 현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명쾌한 해결책도 없다. 하지만 대학 도서관은 이 난제를 풀어야만 한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외면으로 일관하거나 미봉책으로 순간만 넘기려 든다면 언젠가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 도서관은 어떻게 현실을 극복할 것인가. 해답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결국 남아있는 마지막 카드는 무한도전뿐이었다.

2. 무한도전 멤버들

막막했다.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 지도 모르는 채로 떠나는 준비 없는 여행은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초행길인데다 혼자 떠나는 터라 더 무서웠다. 외롭고 쓸쓸했다. 그래서 무한도전의 길을 함께 떠날 여행 동지들을 찾아 나섰다. 대학 도서관 한 구석에서, 도서관의 사무실 안에서, 사람들이 가득 들어찬 강당에서. 그들은 '무한도전 멤버들'이었다.

대학 도서관의 주 이용자인 재학생, 도서관과 독서 문화를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작가, 직접 대학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를 만났다. 준비된 질문에 응답자들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인터뷰 속에서 필자는 무한도전을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내려 애썼다.

학생 (김민욱, 충남대 전자전파정보통신 전공)
- 공부, 휴식, 오락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저녁시간, 도서관 한 구석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끼니를 때우려 우유와 샌드위치를 비닐봉투에서 꺼내는 김민욱 씨를 만났다. 저녁 식사를 방해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말에 그는 아니라며 손을 저어 보였다.

"지금 도서관에 왜 오셨나요?" "시험공부 때문에요. 시험 기간에만 열람실 이용하려고 와요." 그의 대답은 간단명료하다. 입학 초기엔 1달에 5권 정도는 거뜬히 읽었지만, 복학한 후 학과 공부와 취업에 대한 압박감이 늘면서 독서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했다. 사회학이나 역사에 관련된 책을 꾸준히 접하려 노력 중이라는 김민욱 씨는 가장 최근에 책을 읽은 게 1달 전이라며 부끄러워했다. 그래도 친구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최근 대학 도서관이 독서실처럼 변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가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한 남학생
 서가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한 남학생
ⓒ 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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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과 독서, 도서관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는 마지막 질문에 김씨는 "책을 많이 보면 좋아요. 책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배우잖아요. 원래는 프레임이 없었는데 여러 책을 읽으면서 프레임이 생기고, 많은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참 좋은데. 도서관… 도서관에 책이 많은 게 좋긴 해요. 근데 그것보다 도서관이 공부도 할 수 있고 휴식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면 좋겠어요. 여러 가지 오락도 할 수 있는 그런 곳 말이에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작가 (황석영)
- 문화공간으로의 발전을 사회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작가 황석영 씨와의 대화
 작가 황석영 씨와의 대화
ⓒ 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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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끝이 매섭던 오후, 특강 연사로 초청되어 충남대를 방문한 작가 황석영 씨를 만났다. 그는 강연에서 "요즘의 도서관을 보면 무슨 시험 치려고 공부하는 공간 같아요. 과거처럼 생각하고 독서하는 곳이 아니에요. 시험 공부하는 곳으로 완전히 변질되어버렸어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험 공부도 중요하지만 문화적 인식(Cultural Mind)를 갖추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 말하던 그는 취업과 시험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현 세태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소수의 독서와 시험 공부만이 횡행하던 도서관에 문화가 침투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황석영 씨는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해외에선 이미 오래 전에 도서관에 문화가 뿌리내렸고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며 다양한 예를 제시했다.

"일본엔 국민 도서관이 있어요. 이건 생활 문화센터나 마찬가지에요. 마을 주민회관 같다고나 할까요. 미국이나 유럽도 그렇고요. 사람들이 편하게 오가요. 책 뿐 아니라 다양한 걸 접할 수 있지요. 독일 같은 경우도 자치적인 도서관들이 운영되고 있는데 많이 발전되어 있어요.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많은 배려를 하고 있거든요. 서점까지 배려하는데요. 참 좋아 보이더라고요. 예전에 느낌표를 방송했었는데 좋았어요. 그 때 한창 벽지 도서관 같은 게 많이 생겼잖아요? 근데 지금은 조용해요. 책 읽는 사회를 외쳤지만 금세 식어버렸어요. 사회가 지속적으로 책 읽는 세상을 추진을 하는 게 중요하죠. 책 읽는 사회로 가야되요."라며 말을 줄였다.

도서관 사서 (이은종, 충남대 도서관 자료운영과 팀장)
- 학생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

서가마저도 독서실이 되어버린 대학 도서관
 서가마저도 독서실이 되어버린 대학 도서관
ⓒ 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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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종 씨는 도서관 업무에 바빠 보였지만 웃으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이러다 밥줄 끊어지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동료들과 주고받는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반 공공도서관보다 대학 도서관은 비교적 활성화 정도가 낮고 열람실 치중 정도는 더 심한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학 도서관은 아무래도 공공도서관들에 비해 전공도서들이 더 많다는 어려움이 있어요. 주된 이용자가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뿐이라는 것도 어려움 중의 하나고. 방문자들이 한정적이니 아무래도 덜 활성화되죠. 우리의 주요 업무는 책 대출, 반납 같은 일이에요. 근데 시험 기간이면 열람실 사석 정리하느라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대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인터넷을 꼽았다. "인터넷에서 보고 복사해 붙이면 보고서잖아요? 다 써 놓은 보고서를 팔기도 하는데 도서관에 올 필요가 없어요. 우리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 놨는데 이용을 하지 않으니 안타깝죠. 이젠 대학과 사회가 연계해 학생들이 도서관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도서관 이용자 교육도 하나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어요."라고 답했다.

"도서관에서 행하고 있는, 대학생들과의 활발한 소통이나 교감을 위한 노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팀장은 독서와 도서관 이용 장려, 문화 행사 개최, 홈페이지의 불만-제안 게시판과 희망 도서 신청 메뉴 운영, 총학생회와의 접촉을 통한 보완책 마련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했다. 최근에는 많은 어려움에 봉착한 대학 도서관들이 연대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말하던 그는 "요즘 좋은 책 정말 많아요. 독서들 많이 하면 좋겠는데 안타까워요"라며 못 다한 말들을 대신했다.

 3. 무한~도전!!

아름다운, 함께 하는, 맛있는 도서관을 위하여
 아름다운, 함께 하는, 맛있는 도서관을 위하여
ⓒ 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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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함께 짧은 여정에 올랐던 무한도전 멤버들은 대학 도서관의 앞날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진정한 지기들이었다.

학생 김민욱 씨가 말한 공부와 휴식, 오락이 공존하는 도서관은 현재의 도서관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 요즘 대학생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며, 학생들이 바라는 도서관은 어떤 모습인지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내엔 공부, 휴식, 오락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도서관이 학생의 요구에 부합하는 다양한 기능을 수용하면 도서관에 무심하던 학생들을 끌어안는 작업이 한결 수월해진다.

작가 황석영 씨는 단순히 시험 공부를 위한 공간에서 책과 대학생, 문화가 공존하는 도서관으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책의 논리만이 도서관을 지배하던 때는 갔다. 이제 학생들은 더 많은 역할을 도서관에 요구하고 있다. 앞서 김민욱 씨가 했던 답변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대학 도서관은 시대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다양한 문화 체험, 공부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즐길 거리까지 갖춘 멀티 플레이어 도서관으로 학생들 앞에 서야 한다. 

사서 이은종 씨를 비롯한 대학 도서관의 직원들은 학생들의 발걸음을 도서관으로 향하게 하는 데 골머리를 앓는다. 그들은 이용자들을 위해 방대한 정보를 마련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사회의 요구와는 맞지않다. 대학 도서관에서는 좀 더 학생들과 사회 커뮤니티에 다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도서관 사회가 그들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도서관 밖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한 줄기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특히 황석영 씨와 이은종 씨가 함께 언급한 "사회적 노력"에 관한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동안 도서관 위기론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단발에 그쳤던 게 사실이다. 사회, 더 폭을 넓혀 국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독서를 진흥시키기 위해 체계적인 이용자 교육을 실시한다거나, 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도서관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구체적이면서 장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세 명의 인터뷰 참가자는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했지만 하나하나가 큰 의미를 지닌 것들이었다. 그들의 지향점은 저마다 달랐지만 한 가지에서 만큼은 일치했다. 대학 도서관이 쉽고 즐겁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도서관이 나아가야할 방향 또한 여기에 있다.

대학 도서관의 여행에 동반해 준 친구들이 있어 즐거웠던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이제 대학 도서관의 앞에 남은 건 진정 대학 도서관을 아끼고 걱정하는 이들이 들려준 조언들을 바탕으로 더 나은 도서관을 만들어가는 것 뿐. 모두가 즐겁게 드나드는 도서관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도전을 즐거운 '무한도전'으로 끝내느냐 서글픈 '무모한 도전'으로 마무리하느냐는 도서관 사회의 노력에 달렸다.


태그:#도서관,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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