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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17대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이인제 민주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손을 모으고 있다.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17대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이인제 민주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손을 모으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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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통령선거의 첫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BBK 문제로 정면충돌했다.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TV토론은 한반도 주변국가와의 관계, 북한 핵 문제 해결방안 등 외교안보 문제를 주로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검찰의 BBK 수사 발표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양 후보가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모두발언에서부터 두 후보는 심상치 않은 기류를 보였다.

이명박 후보는 "어제 검찰조사 결과로 모든 것이 밝혀졌지만 그동안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겠다. 2002년 김대업 공작정치 같은 구태정치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수사로 모든 것 밝혀져"-"미국 같으면 이 후보는 이자리 못앉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다른 후보들과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기다리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다른 후보들과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기다리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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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동영 후보는 "탈세와 위장, 각종 거짓말을 하는 후보와 TV토론을 한다는 게 창피스럽다. 미국 같으면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이 후보는 TV토론 자리에 앉을 수가 없다"고 이 후보에 포문을 열었다.

"어제 검찰은 이명박 후보를 세탁해주려는지 모르지만 이 후보가 부패한 후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중략)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개인의 인권이 협박·회유·유린되고 있다. 사법체계가 실종됐다. 국민적 저항이 뒤따를 것이다."

두 사람의 감정 대립은 북한 핵 문제를 토론하는 도중에 다시 폭발했다.

북한에 대한 강온 정책을 놓고 후보들의 견해가 엇갈리자 이명박 후보는 "대한민국은 뭐든지 분열되고 갈등이 된다. 여기서도 보면 편을 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햇볕정책 10년간 북한주민을 따뜻하게 만들지 못하고 북한이 핵무장을 하게 했는데 내가 대통령이 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을 포기하도록 강력히 설득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에 이어 발언권을 얻은 정동영 후보가 아픈 공격을 날렸다.

"좋은 말 했지만, 국민들이 과연 그 말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외교의 기본은 신뢰와 일관성이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는 상황에 따라 자주 말을 바꿨다. 작년 북한 핵실험할 때는 전쟁불사론에 가까운 주장을 했고 북미 대화가 시작되자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을 지지한다고 했다가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자 그건 내 생각이 아니라고 했다. 남북정상회담 찬성한다고 했다가 반대한다고 했다가 이제 그 결과를 이행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오늘 한 말씀도 언제 변할 지 모르겠다."

이 후보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정 후보의 공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외교는 당당함이 생명이다. 뒷거래 외교를 통해서 부시 대통령 면담을 추진하려다가 국가 망신을 시켜놓고 어떻게 당당한 외교를 하겠나? 김정일 위원장을 실패한 지도자라고 매도해놓고 어떻게 김 위원장을 설득한단 말인가? 앞뒤가 안 맞는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도 "남북관계는 국가지도자의 확실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면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거들었다.

이명박 후보는 "정책을 토론하는 자리인데 정동영 후보는 전쟁하려고 나온 것같다. 평화주의자 아닌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이 후보도 정 후보에게 단단히 화가 났다.

"아까 대한민국검찰을 믿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범죄자 얘기는 믿고 대한민국 검찰은 믿지 않는다는 것인가? 누가 임명한 검찰인가? 노무현·정동영 정권이 임명한 사람들 아니냐?"

이 후보의 '북조선 검찰' 발언은 이 순간에 나왔다. "그들을 믿지 않는다면 혹시 북조선 검찰이 조사했다면 믿겠냐?"고 반문한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 검찰을 믿어야 한다. 2002년 검찰이 권력과 합작했기에 이번에는 제대로 (조사)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후보는 이회창 후보를 겨냥해서는 "내가 일관되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인터넷을 주욱 공부하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있다"며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려고 변을 짰는지 모르지만 내 정책은 일관된 정책"이라고 응수했다.

토론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는 이인제 민주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토론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는 이인제 민주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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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후보, 이명박 공격에 발언시간 대부분 할애

정동영 후보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시간에도 발언 시간의 대부분을 이 후보를 다시 공격하는데 할애했다.

"국민들이 원하기 때문에 짚을 건 짚어야겠다. (이 후보는 내게) 범죄자 얘기를 믿냐고 했는데 범죄자와 동업하지 않았나? 동업할 때 나라의 미래를 위해 했나 아니면 사리사욕을 챙기려고 했나? 범죄자인줄 알고 동업했나 아니면 나중에 범죄자인지 알았나? 이건 대답해야 한다."

정 후보는 "이 정부 들어 검찰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냈더니 검찰이 이걸 악용해서 이 후보의 품에 안겨버렸다. 검찰은 불신의 대상이 됐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토론 분위기가 과열되자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정 후보님, 대한민국 검찰은 이 후보의 대변인·경호실장 된 게 맞다. 국민들이 다 아는 얘기니 오늘은 그만하고 북핵 문제를 토론하자"고 정 후보를 다독였다.

정 후보에게 질문할 기회를 잡은 이명박 후보도 상대방의 약점을 건드렸다.

이 후보는 "정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총리도 하고 당의장도 두 번이나 하고 좋은 건 다 했다. 그런데 인기가 떨어지니 당을 확 뽑아서 다른 곳으로 가고, 너무 좋은 곳만 찾아다니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할 말이 없었는지 "좋은 반격을 한 것 같다"는 코멘트만 하고 별다른 항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개헌 및 권력구조 개편 문제를 토론하게 되자 정 후보는 검찰의 신뢰성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정 후보는 "개헌보다 더 중요한 것은 헌법정신이 뿌리가 안 내렸다는 것"이라며 검찰의 인권 유린 사례로 김경준 사건을 거론했다. 검찰이 BBK 수사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에 유리한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해 자신을 협박·회유했다는 김씨의 주장을 근거로 한 것이다.

정 후보는 "김경준씨의 혐의를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며 "나는 검찰이 협박하고 회유해서 진실을 생매장해버리고 인권을 유린한 것에 분노한다. 검찰이 국민이 아니라 이명박 후보의 품으로 돌아간 것을 바로 잡는 것이 (개헌보다) 훨씬 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더 이상의 공방을 원하지 않는 듯 "만약 개헌을 하게 되면 권력구조만 바꿔서는 안된다. 21세기 시대정신에 맞는 여성·기본권·환경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이번에는 권영길 후보가 "이 후보의 관기 발언·마사지걸 발언에 분노한 여성들이 후보의 진정성을 믿을 지 걱정된다"고 한마디 했다.

마무리 발언 시간에도 정동영·이명박 후보의 설전이 이어졌다.

정 후보는 "선진국은 거리와 지도자가 깨끗하고 신뢰가 두텁다"며 "인감도장과 주민등록등본 안 쓰고 개인의 서명이면 족하다. 부패·거짓말·정경유착의 시대가 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진짜가 가짜 같고 가짜가 진짜 같은 혼란스런 세상에서 경험·책임감도 없고 말만 무성한 사람들이 정치에 판을 치고 있다"며 "대한민국에서 말로 되는 것은 없다. 과거에 얽매여서 남을 음해하고 비판하면 안 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명박 후보, 박영선 의원과 마지막 장외 설전

이 후보가 토론장을 빠져나가면서 정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고있는 박영선 의원과 맞닥뜨린 것이다.

2000년 11월 MBC 기자 시절 LKe뱅크 시절 이 후보를 인터뷰했던 박 의원은 "이 후보가 역외펀드를 통해 돈세탁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한나라당으로부터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상태다.

이 후보가 박 의원을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하자 두 사람이 잠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영선 의원 "저를 똑바로 못 쳐다보시겠죠?"
이명박 후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박 의원 "부끄러운 줄 아세요!"
이 후보 "(박 의원이) 옛날엔 안 그랬는데..."

박 의원이 별다른 대꾸 없이 정 후보를 따라 퇴장하면서 아슬아슬한 순간은 막을 내렸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정책 토론은 안하고 네거티브만 해서 국민 보기에 참 민망하다"고 이날 토론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태그:#정동영, #이명박,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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