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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에 시작한 토목작업 및 오두막 짓기가 11월 중순이 
되어건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 오두막의 늦가을 아침 9월 20일에 시작한 토목작업 및 오두막 짓기가 11월 중순이 되어건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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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박OO씨가 추천한 김목수가 왔다. 손등이 부어올라 아무 일도 못하는 집사람을 대신하여 일을 거들 계획이다. 오두막 터에 도착하여 준비작업도 하고 오두막 터까지 목재도 운반하였다. 오후에는 하루걸러 오는 비 때문에 김목수는 철수하였다.

오두막 터로 굴착기가 지나가면 길이 메워져 계곡의 물이 넘쳐 진흙탕으로 만드는 지점에 배수관을 묻어 굴착기나마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천막을 사서 목재를 덮어놓고 조금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인 10월 5일에도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이 정도 비 때문에 작업을 지체할 수 없다. 어떻게든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한다. 작업장에 칠 큰 천막을 사서 치고 대전집에서 준비해간 나무상자를 바닥에 깔아 놓으니 훌륭한 작업장이 되었다.

석축을 쌓으려는 박OO씨는 작업여건과 기초가 중요하다며 영운기가 다닐 수 있는 진입로 공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석축을 쌓을 지반을 다지고 초석 돌을 놓기 위한 작업과 집터 주변의 돌을 모으는 작업을 끝내고 난 후 , 석산에 사 놓은 돌을 영운기를 시켜 집터로 나른다.

박OO씨는 물론 굴착기기사 박사장으로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나와 집사람이 박OO, 박OO 하고 부르는 것은 믿고 의지할 신뢰감을 주는 사람인데다 친근감 있게 부르기 쉬운 이름이기 때문이다. 박OO씨는 일반적으로 험하고 억센 굴착기 기사들과 다르게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는 사람이었다. 집사람이 보는 박OO씨는 지금까지 자기가 보아온 사람들 중 누구보다 이상형에 가까운 인간이라면서 “인간 박OO”이라는 제목으로 수필 한편을 쓰겠단다. 집사람은 등단한 수필가이다.

우리가 박OO씨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보든 말든 자기의 신념대로 일을 하고 살아가는 절실한 기독교인이다. 박OO씨는 처음 자기소개 당시 돈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 일을 한다는 말을 그대로 실천하였다.

집터 바닥 부근까지 처진 전기 줄을 한전에 연락하여 굴착기 작업에 지장 없도록 조치하고, 계속 오는 비 때문에 불어나는 물이 잘 흘러내리도록 배수로를 만들고, 엔진톱으로 돌을 쌓아놓기 좋도록 나무를 잘라내고 정리하다 보니 날이 또 저문다.

10월 6일 아침에 일어나니 오늘부터 집을 지어도 좋다는 신호인 양 날씨가 맑다. 김목수에게 오늘부터 일을 하자고 연락했더니 날씨가 좋아도 오두막 터가 젖어있어 일을 못한다고 한다. 일단 현장으로 나오라고 했다. 현장에 나온 김목수는 나무상자를 깔아 마루바닥을 만들고 천막을 쳐 비에 대비해 놓은 우리들의 열의에 놀란 듯하다.

주춧돌을 놓자면서 레이저 레벨을 들고 나왔다. 한나절 걸려 굴착기로 4개의 주춧돌을 설치하였다. 모든 주춧돌을 전부 같은 높이로 맞추는 일은 매우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일이다. 주춧돌의 높이를 똑 같게 맞추는 일보다 일단 주춧돌 중앙이 원하는 지점에 오도록 하고 상부면이 수평이 되도록 하였다.

그 다음 레이저 레벨을 이용하여 각 주춧돌 사이의 높이를 측정하여  주춧돌 간의 높이차이 만큼 기둥을 자르면 윗깔도리 부분의 기둥의 높이를 일정하게 맞추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땅을 파고 크기와 모양이 다른 주춧돌을 거의 같은 높이로 맞추어 원하는 위치에 놓는 주춧돌 작업은 그리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기둥을 받칠 주춧돌 설치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 주춧돌 설치 기둥을 받칠 주춧돌 설치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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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김목수가 주춧돌을 놓은 동안 집사람은 남원 건재상에 들러 추석 휴가 때 사온 물건 중 창틀 및 집수통 등 몇 가지를  반품하고 방음과 단열용으로 사용할 스티로폼 그리고 지붕 방수에 사용할 루핑을 사왔다.

점심 후 현장으로 돌아오니, 산악회 후배 조OO 사장으로부터 소개받은 박OO씨가 전문 심마니라는 사람과 같이 우리 현장에 와 있다. 심마니 모씨는 우리 오두막 뒤터가 장뇌삼 재배에 아주 적합하고 우리 산이 전반적으로 곰취 등 산물 재배지로 적격이라면서 자기도 우리 산과 비슷한 터를 구하러 지리산에 왔단다.

때가 되면 실제 도움이 되는 세부적인 지원을 해주겠단다. 3~5년 생 장뇌삼 1,000 뿌리 만 심어놓으면 5년 후, 20% 이상 수확할 수 있으며 한 뿌리 당 100,000원은 받고 수매가 가능하단다. 솔깃해진다. 아직도 돈버는 일에 흥미를 느끼다니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영리가 목적이 아닌 자체 소비용이라면...

김목수는 내가 치목해 놓은 석가래와 기둥의 대패작업과 사포작업을 마쳤다. 이제 드디어 첫 번째 기둥을 세울 차례다. 오전에 좋던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더니 빗방울이 되어 떨어진다. 또, 일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김목수는 기독교인이라 주일에는 일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요일 저녁에 일단 철수할 우리들의 입장을 이해할 것 같아 일요일인 내일도 같이 일을 하겠단다. 공구들을 대충 정리하고 비 젖은 수탉이 되어 숙소로 들어선다. 어느새 60여 평의 한옥이 우리 집 같다.

샌딩작업과 대패작업을 마치고 기둥들을 세우고 조립한다.
▲ 기둥을 세우고 샌딩작업과 대패작업을 마치고 기둥들을 세우고 조립한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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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 일요일 김목수와 약속 시간에 맞춰 현장에 도착하였다. 흐린 날씨나 비는 오지 않는다. 기둥을 세우고 마룻대(상량)까지 올렸다. 서까래를 걸었으면 방수차원에서 지붕까지는 일사천리로 가야한다.  날씨는 정말로 나에게 너무 큰 시련이다. 어떻게 하면 내가 집짓는 것을 방해할까? 작정하고 있는 것 같다.

서까래는 지붕의 경사에 맞는 각도로 절단하고 
새주둥이(bird mouse)홈을 정확하게 파야 틈이벌어지지않고
잘 맞는다.
▲ 서까래 설치 서까래는 지붕의 경사에 맞는 각도로 절단하고 새주둥이(bird mouse)홈을 정확하게 파야 틈이벌어지지않고 잘 맞는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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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니 갑자기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비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물기둥 같이 쏟아진다. 지붕이고 방수고 그것도 어느 정도 갖춰진 환경에서나 찾을 수 있는 호사이다. 꼭 필요한 공구만 대충 천막으로 덮어놓고 철수다. 다행히 조사장이 방문하였던 터라 그도 비를 주룩주룩 맞으면서 우리의 철수를 도왔다.

일본사람들이 우리 가요 “돌아와요 부산항에” 라는 노래를 좋아한다고 들었다. 갑자기 일본으로 쫓겨 가는 실향한 백제 왕족들이나, 금관가야를 비롯한 6가야 유민들의 당시 모습이 지금의 나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일념이 스친다. 나는 비 맞고 있는 내 공구들과 서까래와 기둥을 뒤로하고 돌아서면서 울분이 목까지 차올라 “돌아와요 지리산에”를 질근질근 씹는 기분으로 불렀다. 온몸이 물에 빠진 것 같이 젖었다.

올해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아열대 지역의 우기와 건기로 나눠지는 기후의 형태를 보였다. 10월 중순인데도 하루 건너 비가 내린다. 도로 시공사인 OO건설 공정도 1개월 반이 늦어 졌단다. 환경을 경시하는 우리들이 받아야하는 인과응보(因果應報)일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자신의 경험담입니다.



태그:#목수, #오두막,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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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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