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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만나 "걱정 말고 당당하게 밀고 나가라"며 힘을 실어줬다. 김 전 총재는 또한 "일국의 대통령은 '도덕관'을 뽑는 게 아니다, 유능한 지휘자를 뽑는 것"이라며 도덕적 자질 시비에 휘말린 이 후보의 확실한 '우군'임을 천명했다.

 

이 후보는 6일 오전 서울 청구동 김 전 총재의 자택을 방문했다. 김 전 총재는 전날(5일) 검찰이 BBK 사건에 대해 이 후보에게 '무혐의' 결론을 내리자 이 후보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날 방문은 지지 표명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김 전 총재는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입당 원서에 서명했고, 선대위 명예고문으로 임명됐다.

 

이 후보는 김 전 총재의 지지로 충청권 민심을 두고 이회창 무소속 후보와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면서 충청권 표심이 주춤했지만, JP 영입으로 충청권에 기반한 확실한 '자기편'을 늘린 셈이다. 

 

"19일까지 시간을 제대로 채우면 된다"

 

이날 회동에선 이 후보가 먼저 "어려운 때 국민들이 지지를 해주셔서 감사한다"고 말문을 열자 김 전 총재는 "사실상 어제로 결정되는 것 같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정말 새출발하라, 걱정 털어냈으니까 19일(투표일)을 향해서 총매진하라"고 당부했다.

 

이 후보가 "도와달라"고 거듭 부탁하자 김 전 총재는 "'일조' 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냐"고 화답했다. 동석했던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일조만 하시면 안 된다, '이조' '삼조' '백조'를 해주셔야 한다"고 거들었다.

 

김 전 총재는 "선거법 개정에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이번에 막상 (이 후보에게) 한 표 보태려고 하니까, 왜 그렇게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느냐"며 선거법을 꼬집었다. 김 전 총재는 명예고문직을 흔쾌히 수락하며 "그래야 아무개 탓도 하지"라고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그는 BBK 의혹을 털어낸 이 후보에 대해 신뢰감을 표시했다. 김 전 총재는 "정초부터 똑같은 태도였다, 내용을 몰라서 내심 걱정도 있었다"면서도 "당당하게 밀고 나가라, 걱정할 필요 없다"며 "시간을 제대로 채우면 된다, 시간과의 다툼"이라고 격려했다.

 

김 전 총재는 "개인 도덕성 운운하면서 공격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며 "일국의 대통령은 '도덕관'을 뽑는 게 아니다, 유능한 지휘자를 뽑는 것"이라고 이 후보를 격려했다. 자녀의 위장전입 및 위장취업 등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이 후보를 다독이는 말이다.

 

김 전 총재는 "두들겨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다 소용없으니까 대통령으로서 품도를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결과, 의혹 증폭시켰지만 승복해야"

 

김 전 총재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비판하는 여권을 겨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 전 총재는 "경과를 보니까 사실이든 아니든 (의혹을) 증폭시켰더라"며 "국가 권위가 결론을 낸 것에 미흡한 점이 있어도 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재는 "이제부터 정책 대결을 본격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상대방이 취할 태도"라며 "옛날 하던 습관이 남아서인지 촛불시위 왜 하느냐"고 비난했다. 이어 "한 나라의 최고 경영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나라의 권위가 낸 결론을 승복하지 않고 반대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질타했다.

 

이 후보가 "(검찰) 임명을 자기들이 한 것 아니냐"고 거들자, 김 전 총재는 "당적을 이탈하면서 요행을 바랐는지 모르지만, 태도를 결정해서 들어가든지 협력해야 한다"며 "이름을 부르기 싫어서 부르지 않겠다"고 꼬집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회창 후보를 지칭한 것이다.

 

김 전 총재는 "입으로는 '민주주의' 하는데 민주주의는 그것이 아니다"며 "정당한 이유가 생기면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전 총재는 비난의 수위를 점차 높여 "민주주의를 부를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이 후보는 분위기를 전환시키려는 듯 "소이부답(笑而不答)입니다"라고 받아 넘겼다. 김 전 총재의 거실 벽에 걸린 문구를 인용한 것이다. '웃을 뿐 말이 없다'는 뜻으로, 이 후보가 김 전 총재의 뜻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뉘앙스다.

 

"TV 토론 공격, 일일이 대답 말라"

 

또 김 전 총재는 이날 저녁 8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 토론회를 준비중인 이 후보에게 "아마 이 후보를 상대로 별별 소리를 다 하고 덤빌 것"이라며 "일일이 대답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김 전 총재는 "듣기 싫은 소리를 하거든 눈을 질끈 감고 있다가 '질문 다 했냐' '다른 질문 없느냐'고 배짱을 부리라"고 주문했다. 또한 "그 사람들(다른 후보들)에게 끌려 다니지 말라, 일일이 대꾸 못 한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웃고 넘기고, 무시하고 토론하라"고 덧붙였다.

 

김 전 총재는 이날 회동에서 입당 원서에 서명했다. 강 대표는 "명예고문으로 모시겠다"며 입당 원서를 내밀었고, 김 전 총재는 "(선거법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렇게나 돌아다닐 수 있다면 (좋다)"며 흔쾌히 입당했다.

 

한편 20여분간 진행된 만남 도중 김 전 총재의 부인 박영옥씨는 "찰떡같이 붙으시라"면서 차와 떡을 준비했다. 이 자리에는 강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대변인, 주호영 수행실장, 박재완 대표 비서실장, 김학원 최고위원, 박성범 의원 등이 동석했다.


태그:#이명박 , #김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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