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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대와 제주대 통폐합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제주교대 사태는 더욱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4일에는 김정기 제주교대 총장이 제주교대 학생을 폭행한 것과 연루돼 결국 사퇴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김정기 총장은 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서 사법당국에 재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으며, 제주교대 통폐합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혁 총학생회장·과학교육과 3)는 맞고소하겠다고 대응했다.

그러는 사이 지난 10월 24일부터 시작된 수업 거부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으며, 비상대책위원회 학생들의 학교 점거도 계속돼 제주교대 학생들의 심신 피로는 물론이고, 집단 유급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교대 교수들은 총장 사퇴 후 모두 보직을 내놨고, 직원들 또한 업무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어 당장 신입생 등록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지성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이 '난장판'이 된 것이다.

권인혁 제주교대 총학생회장(왼쪽)과 김정기 제주교대 총장(오른쪽)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권인혁 제주교대 총학생회장(왼쪽)과 김정기 제주교대 총장(오른쪽)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 양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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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총장 학생 폭행사건의 전말

사건은 제주교대 통폐합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제주교대 비대위)가 제주교대 점거중에 김정기 총장이 교수와 직원들의 통폐합 찬성표를 단속한 듯한 교직원 수첩을 발견해 4일 기자회견을 앞둔 때 발생했다.

전날인 3일 제주교대 비대위는 교수들의 연구실을 폐쇄키로 하고 밤 10시께 모든 교수연구실 입구를 막을 계획으로 1층 교수연구실에 못질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2층 교수 연구실에 있던 류현종 사회교육과 교수가 1층으로 내려와 집행부 학생들과 실랑이가 붙었고, 학생들은 폐쇄 작업을 계속 진행했다.

제주교대 통폐합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밤 10시께 제주교대 거의 모든 교수연구실에 못질을 해 폐쇄시켜 놨다.
 제주교대 통폐합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밤 10시께 제주교대 거의 모든 교수연구실에 못질을 해 폐쇄시켜 놨다.
ⓒ 양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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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교수연구실 폐쇄를 마친 제주교대 비대위는 예술관과 실과관 폐쇄를 위해 이동했고, 본관에는 김현민(사회교육과 2) 학생 등 몇 명만이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김정기 총장과 직원들이 못질을 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본관으로 찾아 왔고, 김현민 학생과 김정기 총장 간에 언쟁이 붙었다. 김현민 학생은 김정기 총장을 따라 붙으며 계속 언쟁했고, 2층 본관 총장실 앞에서 김정기 총장이 김현민 학생을 폭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폭행에 대한 뚜렷한 증거는 확보되지 않고 있다.

폭행사건 진실은 무엇인가?

당시 김정기 총장에게 폭행을 당해 입원중인 김현민 학생이 '안면타박상'이라는 진단 결과가 나온 것이 김 총장이 사퇴를 하게 된 결정적 계기다. 그러나 김 총장은 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김정기 총장은 "화가 나서 육두문자를 썼다"며 "그러나 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욕설을 한 것은 시인하지만 폭행은 부인했다.

김현수(체육교육 2) 학생이 김정기 총장이 김현민(사회교육 2) 학생을 폭행한 자리라며 가리키고 있다.
 김현수(체육교육 2) 학생이 김정기 총장이 김현민(사회교육 2) 학생을 폭행한 자리라며 가리키고 있다.
ⓒ 양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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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현장에는 핵심적 증인 두 명이 있다. 제주교대 비대위 학생들이 교수연구실에 못질을 할 때 목격하고 실랑이를 벌였던 사회교육과 류현종 교수와 폭행 당한 김현민 학생의 친구 체육교육과 김현수 학생이다.

폭행 현장에는 처음에 학생들이 못질을 하는 것을 목격한 류현종 교수가 있었고, 김현민 학생과 본관에 남아 있던 김현수(체육교육과 2) 학생이 있었다.

사건을 목격한 류현종 교수는 "당시 교수연구실에 있다가 제주교대 본관 1층에서 못 박는 소리가 들려 내려갔다가 집행부 학생들이 교수연구실에 못을 박고 있는 것을 보고 애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했다"고 증언하며 "학생들이 다른 쪽으로 이동한 후에 김현민 학생이 그 자리에 있었는 데 그때 김정기 총장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김정기 총장은 김현민 학생과 언쟁이 붙었고, 김현민 학생이 '여기 왜 오셨습니까?'라고 말하며 총장을 계속 따라 붙어 대들자 총장이 화가 나서 멱살을 잡으려다가 못 잡게 되자 손으로 몸을 밀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주관적인 입장에서 폭력이라고 인식될 수는 있지만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니까 놀랐다"고 말했다.

반면 김현수 학생은 "정말 하늘에 맹세코 폭행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하며 "주먹으로 얼굴을 한 대 때리는 것을 확실히 봤으며 얼굴을 때린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는 김현수 학생은 "김정기 총장이 현민이를 주먹으로 얼굴 때리는 것을 직접 봤다"며 "본관 2층 총장실 앞에서 총장과 현민이가 실랑이하는 것이 보여서 뛰어 오던 중에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고 증언했다.

제주교대 김정기 총장이 지난 4일 기자회견 후 한 학부모와 언쟁이 붙었다.
 제주교대 김정기 총장이 지난 4일 기자회견 후 한 학부모와 언쟁이 붙었다.
ⓒ 양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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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총장의 독단 행동이 부른 '재앙'

제주교대의 통합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말하는 반대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비민주적인 절차를 통한 밀어붙이기식 통합이다.

지난달 10일 김정기 제주교대 총장은 교수와 직원만 통폐합 찬반 투표를 벌여 압도적인 찬성율을 얻어 교육부에 통폐합신청서를 제출했다.

학생들과의 합의는 하지 않은 체 통합신청서를 제출해 버린 것이다. 대학의 세 구성원 교수, 직원, 학생 중 두 개 구성원이 찬성했다는 것이 김 총장의 논리다.

더욱이 학생들이 장기간 대학을 점거하던 중에 김정기 총장이 투표 전 외압설이 있었다는 증거자료가 나와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제주교대 통폐합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제주교대 본관 점거 중 발견한 교직원 수첩을 공개했고, "학생들은 3개 부처를 점거하던 중 수첩 한 권을 발견했다"며 "그 수첩은 겉보기에 교대 관계자 누구라도 가지고 있을 법한 평범한 학생수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그 내용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며 "바로 풍설로만 떠돌던 투표 외압설을 증명하는 내용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정기 제주교대 총장이 기자회견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정기 제주교대 총장이 기자회견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양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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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붙이기식 통합에 대해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도 김정기 총장은 "교육부 계획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통합을 하라고 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학생들을 설득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되어 밀어붙이기 식으로 한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2006년 3월 교육인적자원부의 직권으로 제주교대 총장으로 임명된 김정기 총장은 교육부로 부터 제주교대 통폐합 지시를 받고 내려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지만 취임 초에는 제주교대 통폐합을 막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구성원들과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차츰 제주교대와 제주대의 통합을 추진해 나갔고,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도 "제주교대에 1년 동안 있으면서 통합의 필요성을 느껴서 추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교대는 지난달 10일 학생과 동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교수와 교직원들의 통합 찬·반 투표를 실시해 교육부에 통합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날 오전과 오후 제주대와의 통합에 따른 찬·반을 묻는 교수 투표와 교직원 투표를 잇따라 실시해 오전에 실시된 교수 투표에서는 총 35명의 교수 가운데 31명이 투표에 참가해 25명이 찬성하고 6명이 반대했고, 오후에 열린 직원 투표에서는 총 39명의 교직원 중 37명이 투표, 32명이 찬성했고 5명이 반대했으며, 2명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관련기사는 미디어제주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제주교대, #통폐합,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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