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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은 해운대의 주산이다. 부산 금정구에 있는 금정산은 부산의 진산이요, 부산 최대의 유흥가인 서면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는 황령산은 부산의 중심에 있는 산이다. 반면에 장산은 해운대를 해운대답게 만든 산이다. 이 산에는 장산국의 전설이 오롯이 숨어 있다. 옛 문헌에도 나오는 신비의 장산국. 옛 사람들은 이 산의 정상에 넓은 분지가 있고, 이 분지에 작고 아름다운 나라가 하나 있었다고 했다. 이 분지엔 백설기처럼 하얀 억새가 눈처럼 날리고 있다. 너무나 서러울 정도로 흰 빛을 가진 억새가.

 

 

장산은 온통 억새밭이다. 그러나 정상 근처의 분지에만 억새밭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장산의 뒤편, 즉 기장 안적사로 내려가는 길에도 화려하면서도 소박한 억새밭이 그림처럼 숨어 있다. 대천공원을 통해 올라가는 등산로가 화려한 패션쇼장의 모델이라면 안적사를 통해 올라가는 등산로는 검은 치마에 흰 저고리의 여인을 닮은 등산로다. 이 등산로 한 쪽에 숨죽이듯 서려있는 억새밭을 보지 않고선 장산의 참맛을 느꼈다고 말해선 안 된다.

 

또한 억새밭 너머엔 장산의 평안을 기념하는 돌탑들이 있다. 고혹적인 억새밭을 지나 약간의 경사로를 돌아가면 만나게 되는 돌탑. 이 돌탑의 특징은 쌓은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돌탑의 이름도 흥미롭다. 이름 하여 장안 탑. 장산의 평안을 기념하는 탑이란다. 그리고 이 탑을 세운 사람은 오로지 한 사람이라고 한다. 과연 한 사람이 이 돌탑을 오롯이 세웠을까 하는 의문점이 들기도 하지만 기단석에 그리 새겨져 있으니 믿어야 할 밖에.

  

 

오늘도 해운대를 무심히 바라보는 장산의 억새밭과 돌탑. 억새밭을 돌아다닌 후에 돌탑에 작은 합장 하나 올리고 내려가는 발걸음은 참으로 상쾌하기도 하다. 내려가는 길에 만난 내동 저수지의 은빛 물결은 또 어찌 그리 찬란한지.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함


태그:#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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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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