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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결과 발표를 며칠 앞 두고 갑자기 폭탄 발언을 한 홍종국 전 E캐피탈 대표.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E캐피탈은 BBK투자자문의 주식 98.4%를 보유하고 있다가, 1999년 10~11월에 절반을, 2000년 3월 9일에 나머지 절반을 김경준씨에게 매각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이제는 다들 훤히 아시다시피 김경준씨 가족이 검찰에 제출한 '한글 주식매매계약서(이명박 후보가 2000년 2월 21일에 BBK투자자문 주식 61만주(49.95%)를 김경준씨에게 양도했다는 계약서)'는 거짓이 되는 것이고, 이명박 후보의 무관함이 증명되는것이에 파급이 컸습니다. 한나라당에서도 환호성을 높였죠.

 

하지만 이 주장은 에리카 김씨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김씨는 "홍종국씨의 증언은 2000년 2월 당시 김경준이 BBK투자자문 주식을 100% 소유했다는 이명박 후보의 주장이 거짓임을 재확인시켜주는 것"이라면서 "BBK투자자문의 장래가 불안해 투자금을 회수했다면서 2000년 5월 다시 30억원을 BBK가 운영하는 MAF에 투자했다고 하는데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주장하지요.

 

대통합민주신당 정봉주 의원 역시 "홍종국씨는 국정감사에서는 1999년 12월에 BBK투자자문과의 합작관계를 청산했다고 증언했다"면서, "또 홍씨는 BBK에 투자할 때 MAF자금을 이용했다고 했는데 홍씨가 주장하는 BBK투자 시점에는 MAF가 설립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귀신의 돈을 끌어다가 투자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알려졌듯이, 버진 아일랜드 역외펀드 MAF는 2000년 5월 31일에 설립됐습니다.

 

이렇듯, 홍종국씨의 주장은 곧바로 다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여기서 홍종국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인이 1명 더 나타났습니다. 채운섭 전 웰컴기술금융주식회사 대표입니다.

 

'오락가락' 홍종국... 반면 채운섭은 자료 들고 기자회견

 

채운섭 전 웰컴기술금융주식회사 대표는 2일 오후 3시 30분 국회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웰컴기술금융이 이캐피탈과 합병하기로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캐피탈이 사실상 BBK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양해각서'를 체결했던 1999년 12월 27일까지 이캐피탈이 소유하고 있던 BBK 주식 60만주는 합병계약서를 체결했던 2000년 3월 31일에는 4만주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합병 합의가 이뤄졌다면 그 시점 이후로는 자기 회사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씨가 BBK지분을 처분한 데는 필경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양해각서'를 체결했던 1999년 12월 27일까지 이캐피탈이 소유하고 있던 BBK 주식 60만주"라는 부분입니다. 홍종국씨는 "1999년 10~11월에 BBK 주식 30만주(50%)를 매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이게 8년이나 지난 일이기 때문에 정확한 날짜는 기억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처음에 저희가 김경준씨하고 합작관계를 할 때 99년 9월 말에 저희들이 30억을 투자해서 98.4% 지분을 보유하게 됐고요.

 

원래 50:50으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한두 달 후에 50% 지분을 김경준씨한테 매각을 하고 그 다음에 2월 말 경에 김경준씨가 저한테 찾아와서 회사 운영이 잘 안 돼서 죄송하다고, 나머지 지분을본인이 다 사 가겠다고 이렇게 제안을 해왔습니다."

 

채운섭씨는 그러면서 "그러다가 '합병계약서'를 체결하던 2000년 3월 31일에는 BBK 주식이 4만주(6.5%)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양해각서 체결 당시까지 BBK 지분을 유지했다가 합병계약 체결 직전에 팔아버렸다. 합병 합의가 이루어졌으면 그 시점 이후에는 자기 회사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안된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말이죠.

 

채운섭씨의 주장은 한 마디로, "이는 틀림없이 BBK를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제3자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며 E캐피탈이 BBK 지분을 합병회사로 가져올 수 없는 그 어떤 이면계약이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 그래서 "나(채운섭)는 홍종국에게 속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채운섭씨는 증거자료로 '자본투자와 업무협조를 위한 제안서'(이캐피탈), '제1기세무조정계산서'(이캐피탈),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선진회계법인), '합병비율에 대한 평가의견서'(세종회계법인. 2000. 3. 31)를 제시했습니다.

 

"8년이나 지난 일이라 확실치 않다"는 주장과 "직원들에게 물어본 2000년 2월말에서 3월초라더라"는 주장으로 일관한 홍종국씨와는 사뭇 다른 태도입니다.


1999년 12월에서 3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채운섭씨의 주장은 "1999년 12월에서 2000년 3월, 3개월 사이에 홍종국씨가 원칙을 어기고 90% 이상의 주식을 '제3자'에게 팔았는데 제3자가 소유하면서 마음대로 처분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홍종국·채윤섭·김경준·이명박 사이의 서로 엇갈리는 증언을 정리하자면, E캐피탈이 정말로 1999년 12월까지 BBK투자자문의 주식 98.4%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그리고 2000년 3월 31일 당시 E캐피탈이 정말로 BBK투자자문의 주식을 6.4%만 가지고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E캐피탈이 90% 이상의 주식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추적해야겠죠. 채운섭씨의 주장을 정리하면 "합병 합의 이후에는 마음대로 재산을 처분해서는 안된다는 원칙까지 어겨가면서 홍종국과 E캐피탈이 90% 이상의 주식을 함부로 매도했다면, '제3자가 실소유주'일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이명박 후보의 주장 중 하나는 홍종국·채운섭 양자의 엇갈리는 증언 속에서 거짓일 확률이 커졌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그동안 "2000년 2월 당시 김경준이 BBK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홍종국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가정해도, BBK투자자문의 주식 50% 이상은 2000년 2월 21일 당시 E캐피탈 소유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측이 다시 한번 흥미로운 자료를 선보였습니다. BBK투자자문의 등기부등본입니다. 그 등기부등본 상에는 홍종국씨가 1999년 9월 29일에 이사로 취임해 BBK투자자문이 폐업하는 2001년 4월 18일까지 이사직을 유지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즉, "김경준을 믿을 수 없어 주식을 회수했다는 홍씨가 4월까지 회사의 이사로 남아있는 것은 김경준과 청산했다는 주장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대통합민주신당의 반응입니다.

 

여기서 제가 또 뭔가를 보탠다면, 2000년 3월 30일에 E캐피탈과 웰컴기술금융의 '합병선언'을 다룬 언론기사가 무더기로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중에서 <동아일보> 기사 이미지를 앞서 인용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홍종국씨는 "대주주와의 견해차이로 퇴사했던 홍종국 전 이캐피탈 사장은 최근 자본금 10억원의 벤처컨설팅사 '다인벤처스'를 세웠으며 연내 자본금을 100억원으로 늘려 창투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라는 <머니투데이> 2000년 9월 4일자 기사 <창투 전문 CEO들 잇따라 독립>이 발견됐고, E캐피탈과 웰컴기술금융의 합병은 2000년 10월 4일에 이루어졌습니다. 다음 기사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대주주와의 견해차이'로 홍종국씨는 퇴사했고, E캐피탈과 웰컴기술금융의 합병은 선언 후 6개월 이상 지난 10월초에 실현됐습니다. "합병으로 인한 신주발행으로 최대주주가 채운섭에서 이덕훈외 1명으로 변경됨"이라는 부분이라는 부분이 눈에 띕니다. 합병으로 인해 '채운섭·이덕훈'이라는 양대 대주주가 탄생했다는 뜻입니다. 이 당시에도 채운섭씨는 30.56%의 웰컴기술금융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였습니다.

 

그러니까, 2000년 3~10월까지 채운섭·이덕훈·홍종국 사이에 뭔가 급격한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거죠. 그 '급격한 변화'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채운섭씨의 증거를 갖춘 자료를 감안하면 그 가운데에는 BBK투자자문의 주식이 자리잡고 있을 개연성이 있습니다.

 

이덕훈 전 흥농종묘 회장의 '엉성한 논리'

 

이덕훈 전 흥농종묘 회장은 이미 <문화일보> 11월 30일자 기사 <“李후보-BBK 관련 있었다면 투자 안했다”>에서 드러나듯이 "홍종국씨의 이야기가 모두 맞으며 이명박이 아닌 김경준 때문에 투자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투자는 법인 차원에서 이루어졌으며, 내용은 맞지만 내가 주도한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BBK에 투자한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가 BBK 문제가 부각될 때 알았다"고 했습니다. "전혀 몰랐다"면서 "홍종국씨의 이야기가 모두 맞으며 김경준 때문에 투자했다"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것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 또 하나는 이덕훈씨가 "이명박 후보와 BBK 사이에 관계가 있었다면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역시 논리적 오류입니다.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가 대선정국에 BBK 문제가 부각될 때 알았다"면서, 어떻게 이런 표현이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령 이 말이 맞다 해도, 이명박 후보에게 전혀 유리해지지 않습니다. "이명박 후보와 BBK 사이에 관계가 있었다면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곧, "홍종국이 '이명박 후보와 BBK 사이에 관계가 있을 경우에는 투자를 원치 않는 이덕훈'을 무시하고 BBK에 투자했다"는 말이 성립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채운섭씨가 언급한 '실소유주인 제3자'와 이덕훈씨의 "나는 전혀 몰랐으며 주도하지 않았다"는 주장, '웰컴기술금융과 E캐피탈의 인수 합병 과정에서의 홍종국 이탈', '이명박 후보와 BBK에 대한 이덕훈씨의 앞뒤 안맞는 민감한 반응'을 조합하면 뭔가 결론이 나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남대문 세무서 (BBK) 주식거래변동 상황'과 '합병비율에 대한 평가의견서'냐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객관적으로 남대문 세무서에 (BBK) 주식거래변동 상황이 제출돼 있고 미국 소송에서 김씨 측이 제출한 자료도 그렇게(홍종국씨 주장대로) 돼 있다"면서 홍종국씨의 주장이 사실임을 이야기했지만, 채운섭씨가 내놓은 증거자료도 꽤 폭발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당은 지금 시점에서 '특검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유력 대선후보의 눈치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 그리고 특별수사팀 책임자가 한나라당 전 대표의 조카라는 점도 이전부터 문제제기돼 있었다는 사안을 감안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이 모든 증언과 자료, 정황을 취합해 5일에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때 드러나게 돼 있지만, 입장에 따라 분명히 한쪽은 반발의 기류를 확실히 드러낼 것입니다. 수사결과가 발표돼도 대선정국에서는 'BBK 의혹'이 여전히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끝까지 모든 사항을 놓치지 않고 주시해야 할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BBK, #홍종국, #이명박, #김경준, #BBK 실소유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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