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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앞 문국현 후보 유세 현장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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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스럽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를 아는 사람들이 가끔씩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다. 이 말은 양면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긍정적 의미. 문 후보를 본 사람들은 대개 이런 말을 한다. "반듯하다" "예의가 바르고 친절하다" "솔직하다" "도덕적이다" 등등. '문국현스럽다'는 이런 평가들을 압축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이 항상 좋게만 쓰이는 건 아니다. 문 후보는 "교장 선생님 같다"는 평가를 종종 받는다. 반듯하지만 다소 답답하고, 사람들을 확 잡아끄는 매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 후보는 주장이 강하고 고집스러운 점도 있다. 문 후보 캠프에서는 이를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고 있다.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지 3일째인 29일 오전.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부산을 방문했다. 문 후보가 지방유세에 나선 건 이날이 처음이다.

 

문 후보는 가장 먼저 부산 민주공원을 찾아 참배하며 그 지역에 대한 '예'를 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부산 사상공단을 찾아 핵심공약인 중소기업 육성 정책으로 지역 공략에 나섰다. 이어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자갈치 시장, 부산대학교 앞에서 유권자를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문국현스러운' 모습을 시종일관 유지하면서 말이다.

 

[#1. '문국현스러움'의 힘] "사람 참 실하네!"

 

"실제로 보니 인상 억수로 좋네! 사람 참 실해 보이고."

 

사상공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안해영(50) 사장은 문 후보와의 간담회를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오전 9시 40분께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20여명의 중소기업 대표가 참여했다. 문 후보 쪽 류승완 대변인은 "이렇게 많이 참석할 줄 몰랐다"며 고무적인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문 후보를 만난 중소기업인들도 신선한 느낌을 받은 듯했다. 안 사장 곁에 있던 다른 중소기업인들은 "우리 말을 대충 듣지도 않고, 아는 것도 많네"라며 끼어들었다. 안 사장의 말을 더 들어보자.

 

"뭐, 대선 후보가 온다고 해서 대충 몇 마디 하고 갈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말을 받아적고 나름대로 자기 정책도 정성스럽게 설명하니까, 사람이 참 좋아 보인다. TV에서 본 것보다 확실히 느낌이 좋다."


안 사장의 말대로, 문 후보는 어딜 가서 누구의 말을 듣든 우선 수첩과 펜을 꺼낸다. 그리고 상대방이 이야기하면 받아 적는다. 다 들은 다음에야 자신의 생각과 정책을 이야기한다. 태도가 이렇다보니, 문 후보를 만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의견을 밝힌다.

 

이날도 중소기업인들은 문 후보에게 어음정책의 문제점, 공장부지 확보의 어려움, 원자재 값 인상에 따른 고충을 이야기했다. 문 후보는 이들에게 "집권하게 되면 중소기업부를 만들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며 "많은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 후보는 서면 롯데백화점 앞과 자갈치 시장을 방문했다. 문 후보가 시민들을 만나는 자세는 그야말로 '문국현스럽다'. 문 후보는 어떤 유권자를 만나든 허리와 고개를 숙인다. 두 손을 모으고 인사하기도 한다. 때로는 장갑을 낀 자갈치 시장의 손을 덥석 잡기도 한다. 그를 만난 사람들이 나쁘게 평가할 리 없다.

 

자갈치 시장에서 가덕도상회를 운영하는 김모(60) 사장은 "인상 좋고, 반듯하네"라며 웃었다. 팔도상회 이병규 사장도 "여기 상인들은 아무래도 이명박 후보를 많이 지지한다, 다른 누가 많이 노력해도 그건 잘 안 바뀐다"며 "그런데도 문 후보가 정성스럽게 상인을 만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 '문국현스러움'의 한계] "연설을 하는 건지, 강의를 하는 건지..."

 

문 후보는 선거운동 돌입 이후 가장 어려운 점으로 연설을 꼽았다. 정치 경력이 짧은 문 후보에게 연설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분야다. 정치권에서 많이 단련된 다른 주요 후보들에 비해 문 후보의 연설은 흡입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29일 오후 문 후보는 부산대학교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문 후보는 "나는 34년 동안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청년들의 실업 고통과 그 부모님들의 아픔을 달래주기 위해 이렇게 정치에 나섰다"며 "이런 나의 마음을 (청년들이) 받아주길 바란다"고 외쳤다.

 

적지 않은 대학생들이 발길을 멈추고 유세 차량에 선 문 후보를 흥미롭게 바라봤다. 여전히 "문 후보를 모른다"는 학생도 있었고, "정직함 때문에 조금씩 지지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중 부산대 화공학과에 다니는 김모(3학년)씨는 문 후보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연설을 하는 건지 강의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가만히 집중해서 들어야만 문 후보가 주장하는 바를 알 수 있다. 한 번에 귀에 쏙 들어오는 매력이나 감동은 없다. 많이 바쁠 텐데, 저렇게 '설명'을 해서 언제 사람들을 설득할지 모르겠다."

 

부산대 물리화학부에 다니는 배주연·신인철(1학년)씨는 "문 후보의 깨끗함은 좋다"면서도 "문 후보가 사람들을 끌어당기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문 후보의 팬클럽은 결집도가 높다. 이날 부산 유세에서도 문 후보의 팬클럽 '문함대'는 적지 않은 회원들을 동원했다. 부산에서만 문함대 회원 9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런 열성 지지자들에게 '문국현스러움'은 문 후보의 매력이다. 그러나 그 외 사람들에게도 매력으로 다가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 쪽은 "시간이 좀만 더 있으면 해볼 만하다"는 말을 자주한다, 이들은 "문 후보를 만나보면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으로 대선은 20일도 남지 않았고, 이 기간 동안 문 후보가 모든 유권자를 만날 수는 없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날 롯데백화점을 찾은 문 후보 지지자 박현익(35)씨는 "문 후보를 알면 많은 사람들이 지지할 텐데, 확실히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다시 자갈치 시장으로 돌아가 보자. 시장 앞에서 연설을 마친 문 후보는 주변 상인들과 역시 공손하게 악수를 하며 시장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문 후보 뒤쪽 귀퉁이의 한 상인이 "왜 나하고는 악수를 안 해줍니까!"라고 외쳤다. 1분 1초가 아쉬운 참모진들은 빨리 가야한다고 문 후보를 재촉했다.

 

이런 순간에 문 후보의 태도는? 그는 바로 뒤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상인들과 웃으며 "잘 부탁합니다"라며 악수를 나눴다. 문 후보는, '문국현스러운' 모습으로 바쁜 대선 정국을 돌파하고 있는 중이다.


태그:#문국현, #대선,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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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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