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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도서관은 공동체공간이며 매뉴얼보다 지역적 개별성 고려

 

도서관장 : 도서관 운영을 해보니 신발을 신거나 벗는 문제, 책을 제자리에 꽂는 문제 등 반복되는 고민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지침을 담은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지요?

 

강사 : 매뉴얼을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보면 매뉴얼이 가장 위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꾸 남의 것을 모방하려는 습관이 있는데, 도서관은 지역문화이기 때문에 차별성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적의 도서관이 도서관 보급에 공헌한 바는 무척 크지만 너무나 많은 도서관이 획일적으로 늘어난 것은 좋지 않은 현상입니다.

 

도서관장 :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매뉴얼 말고, 최소 원칙을 담은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어야 일선에서 혼란이 덜하지 않겠어요?

 

강사 : 좋은 지적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 지역적 특색과 개별적 가치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강의실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참석자들은 전국에서 찾아온 예비도서관장들이었는데, 매우 사소한 부분부터 원론적인 점까지 많은 고민을 호소했다. 멀리 부산에서 온 예비관장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거처를 개조해 직접 도서관을 운영하겠다는 스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열기를 살펴보면 즐거움보다는 씁쓸한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세미나실의 모든 구성원들은 온몸으로 우리나라 도서관 현실의 초라함을 대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관장이 직접 매뉴얼과 가이드에 대해서 질문을 한다는 것은 현재 정착된 도서관 역시 매우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상황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느티나무도서관은 건립한 지 8년째 되어 축적된 자료도 충분하고 이미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를 지나 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리고 이번 행사가 '전국 규모'라는 점을 상기할 때 도서관이 매우 지역적인 특색을 갖춘 문화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부산에서 경기도까지 연수를 받으러 찾아오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기 그지 없는 것이다.

 

제6회 느티나무도서서관학교 정규강좌가 10월 24일~11월 24일까지 용인 수지에 있는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열렸다. 느티나무문화재단(www.neutinamu.org)에서 주최를 맡았으며, 경기문화재단( www.ggcf.or.kr)이 후원했다. 필자는 11월 21일 정규강좌로서는 마지막 날 강좌 현장을 찾았다.

 

도서관은 경제 원리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

 

지금도 '도서관' 하면 '독서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서울 시내 대부분의 도서관에는 종합자료실보다 '열람실'의 비중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06년 말 기준 서울 구립도서관 33개 중 독서실이 없는 도서관은 8개뿐이고, 그나마 이 중에서 5개는 어린이도서관이다.

 

대부분의 도서관은 자료실 좌석보다 독서실 좌석이 더 많다. 이런 현상이 가중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바로 '소통'이다. 독서실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이용자는 공무원 공부나 각종 시험 공부 등 목적이 분명하고 문화와는 거리가 먼 개인적인 이용자들이다. 이들이 도서관 문화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도서관계의 중론이다. 때문에 도서관계에서는 도서관에서 '열람실/독서실'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조사한 2006년 서울시 구립도서관의 운영 형태를 보면 지자체보다 시설관리공단이 운영 주체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공익성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이다. 수익을 내기 위해 커피전문점을 입점시키는가 하면 문화강좌, 주차장 등의 유료화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구립도서관 중에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곳이 광진정보도서관이다. 광진도서관은 2000년에 건립되어 세련된 공간디자인과 건축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당시 건립비 200억원 중 자료구입비는 3억원 정도로 저조했는데 이후 해마다 자료구입 예산이 감소했다. 게다가 2005년부터는 운영주체가 광진구문화원에서 광진시설관리공단으로 바뀌면서 수익창출에 매달리기 시작했고 무료 공연이 열렸던 야외 공간을 테이크아웃 커피점에 임대를 주었고, 무료였던 주차장·사물함 이용료도 유료가 됐다.

 

자료구입비 역시 매년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2005년 1억1000만원에서 2006년 6300만원으로 절반이 줄었다. 독서실의 공간은 오히려 확대됐다. 건립 당시 한 개 동 4층에만 독서실이 있었는데, 주민들의 요구로 지금은 한 개 동의 2층~4층이 모두 독서실이 됐다. 이로써 광진정보도서관은 '독서실'과 '데이트코스'로 각광받게 되었지만, 도서관 고유의 가치에서는 완전히 멀어졌다. 당분간 도서관 문화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광진정보도서관을 '반면교사'로 삼아도 좋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도서관의 '개념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곳도 있다. 2006년 6월에 개관한 동대문구정보도서관은 실질적 주체가 운영자가 아닌 이용자, 즉 시민이란 점이 특색이다. 시민단체인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성찰하는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개관한 이곳은 처음부터 독서실(일반 열람실)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 도서관을 암기가 아닌 사색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도서관 사업은 경제 원리와 사회적 책임과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느티나무도서관학교의 실무를 담당한 강영아 사서도 이와 같은 고민을 토로하였다.


좋은 취지를 가지고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좋은 자료를 축적하고 문화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을 확충하려고 하더라도 계속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수익성의 관점에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 강 사서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실은 돈벌이가 우선시되기 때문에 기업체 자료실, 신문사 자료실의 순서로 중시되고 어린이도서관이 제일 뒤의 순서라고 한다.

 

※ 도서관 실태에 관한 참고기사(부분 인용함)


1. 경향신문, 2007년7월2일자 "[도서관을 살리자]‘소통’막는 독서실 도서관을 떠나라"

2. 경향신문, 2007년7월2일자 "서울 공공도서관 ‘공공성’이 없다…수익성만 추구"
3. 경향신문, 2007년7월2일자, "[도서관을 살리자]“사색·성찰의 공간…독서실이 없어요”"
4. 경향신문, 2007년5월21일자 "‘독서 서포터스’ 광진도서관 ‘친구들’"

 

 

지역문화를 위한 경기문화재단의 역할
 

필자가 경기문화재단의 모니터링 비평가 활동을 하면서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경기문화재단에 대한 아쉬움이다. 대체로 사업 계획을 세우면서 경기문화재단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딱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신청 자금의 50~60%선에서 지원액이 결정되고 자금지원 외에는 별로 받아본 경험이 없다는 반응이 한결 같았다.


필자 역시 이러한 불만에 동의한다. 경기문화재단이라면 경기도의 문화단체를 음으로 양으로 지원해주는 든든한 '비빌 언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자금지원창구'로 역할이 한정돼 있다. 게다가 모니터링 활동 역시 '감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니터링은 경기문화재단을 대신해서 현장 단체들의 어려움을 듣고 이를 지원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설득한 이후에도 경계심을 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문화비평가로서 상당히 난감할 때가 많다.


필자가 현장 인터뷰를 가기 전에 받는 자료는 '교부신청서'라는 관련 서류이다. 지원을 의뢰한 단체의 신청서를 수렴하고 지원액을 결정하고 쌍방이 협의한 일종의 '합의서'라고 할 수 있는데, 첨부 자료로는 문화지원금 신청서와 사업계획서 등 각종 서류가 포함된다. 하지만 필자의 모니터링 활동이 경기문화재단의 지원활동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는 회의적이다. 심지어 인터뷰 후에 제출하는 보고서와 한 장의 비평서를 확인하는지조차도 의심스럽다. 만약 모니터링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모니터링과 재단의 소통이 원활하다면 현장에서 이와 같은 거부감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암행어사가 임금의 전권을 위임받고 백성들의 민원을 듣고 불합리한 것을 교정해 주었던 것처럼, 모니터링 비평가는 경기문화재단의 전권을 위임받고 현장의 아쉬운 소리를 '듣는' 데에 신경을 써야 하고, 경기문화재단은 모니터링 비평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느티나무도서관의 강영아 사서의 말과 같이 고압적이고 무관심한 면이 적지 않다. 마치 정부의 관료처럼 민원인 위에 군림하려는 인상을 여럿 느꼈다는 주장을 자주 듣는다.

그렇다면 경기문화재단이 재정지원 외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을 들으니 경기문화재단이 해야 할 일이 의외로 많았다. 재단의 지원을 받는 문화단체들은 대체로 영세하기 때문에 홍보와 일정 조율, 유관 기관과의 협조에 상당히 애를 먹고 있었다. 경기문화재단이 지위를 통해 유관기관과 협조하거나 영향력을 이용해 홍보를 대행해준다면 훨씬 부담이 덜할 것 같다는 주장이 일반적이었다.


강사 지원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자문 역시 현장에서 절실한 문제였다. 경기문화재단이 협력하고 있는 많은 문화단체의 프로그램을 접수받는 상황이라면 효과적인 컨설팅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현장의 의문이다. 하지만 경기문화재단은 이러한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지원영역의 편차도 문제다. 강영아 사서에 의하면 경기문화재단은 공연이나 전시 중심의 문화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는 듯 보이며, 도서관이나 일상문화공간에 대한 실무자의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도서관을 전시/영화/공연 등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니터링과 경기문화재단의 소통이다. 모니터링 요원이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을 몇 쪽짜리 보고서에 담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재단측에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재단과 모니터링 요원 간의 대화 공간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보고서만으로 경기문화재단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지원정책에 반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도서관은 창의성, 아이디어, 콘텐츠가 아니라 '기본'에서 시작하는 것

 

강의가 끝나고 나서 몇 명의 참가자와 인터뷰를 나눴다. 지방에서 온 참가자가 많은지라 인터뷰하기가 쉽지 않았다. 참가자들에게 어떻게 알고 이 행사에 참아하게 되었는지, 무엇을 얻었는지, 아쉬운 것은 무엇인지, 현장 실무에서 어려운 것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대체로 도서관 운영이나 건립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기 때문에 홍보보다는 스스로 갈구하여 찾아온 경우가 많았다. 어린이도서관 문화재단에서 건립위원회 일을 맡고 있는 조현정씨는 재단에서 추천해서 등록하게 되었다고 했다. 부산 어린이도서관 '맨발동무 도서관' 관장인 임숙자씨는 이런 프로그램이 주변에는 찾을 수가 없어서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돼 이번 행사까지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가장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 점은 예상 외로 '기본'과 '원칙'이었다. 강좌 실무 담당자 강영아 사서 역시 기획 단계에서부터 원칙과 기본을 강조하였다고 말했는데 이런 취지가 확실히 각인된 듯했다.


참가자들이 말하는 기본 원칙이라는 것은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일상적 가치에 대한 공감, 도서관의 문화적 정체성, 지역과 소통하는 공동체공간, 주민참여공간 등 하나하나 소중한 가치들이었다.


부산 맨발동무도서관 임숙자 관장은 이전에는 피부로 느끼지 못했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게 되었고, 이제까지 자신들이 노력해온 것들이 하나같이 공공성에 포함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으로는 '사례'를 꼽았다. 사례가 다소 미흡했다는 평이다. 조금 더 세분화해서 알려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았고 현재 12강으로 운영되는 강좌를 조금 더 확대하였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강영아 사서는 이번 강좌가 대학으로 따지면 모두 학점이 있는 정규강좌라고 말했다. 한 학기짜리 정규강좌를 1일에 소화하는 데서 참가자에겐 부담이 될 법하다.


다음은 강영아 사서 일문일답

- 참가자들로부터 어린이도서관 운영에 대한 어려움과 사연을 들어 보았다고 하는데, 어떤 점이 문제인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2002년 기적의 도서관이 많은 화제를 낳으면서 도서관이 공공영역의 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자료접근이나 이용, 자율성, 비용부담 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책 읽고 문화 누리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는데, 이런 욕구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그야말로 '띄엄띄엄'이다.

 

도서관 사업은 돈이 계속 들어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문제의식이 확립되지 않으면 사업을 추진하고 진행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현장의 어려움도 이와 같았다. 대학에서도 개설과목이 별로 없다. 돈벌이가 우선이므로 자꾸 뒤처진다. 도서관 역시 기업체 도서관, 신문사 자료실 순이고 어린이도서관은 맨 뒤쪽에 있다."

 

-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 강좌에는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나?

"처음에 시작하시는 분들은 테크닉이나 콘텐츠 자체만 눈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 다음에는 그것을 하는 이유, 정체성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번 강좌는 처음부터 이런 가치들을 이해시키고 그 기반 위에 여러 가지 개별적 특성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밑작업에 신경을 많이 썼다. 2강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 과 자리매김이나 3강 도서관의 자리매김 사회적 접점을 넓혀갈 것인가, 9강 함께 만들고 누리는 도서관 문화 같은 사회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담으면서 강좌가 너무 추상적이지 않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참가자들이 잘 이해해주어서 고맙다.


결국 역사와 철학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왜 시작됐는지를 알아야 방향성이 생긴다. 처음 도서관을 건립할 때는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다."


- 참가자들의 분포는 어떻게 되나?

"지역분포는 일산 지역의 분들이 다수이다. 그밖에 경기의 양평, 성남, 송탄이 있고 서울에서 오신 분도 있고 부산에서 올라오신 분도 있다. 올해는 준비(건립) 단계에 있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건축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작년에 건립을 해서 철학이나 정체성에 대해서 갈구하는 참여자들도 적지 않았다.


- 어린이도서관 서비스라면 어떤 부분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어린이도서관에 한정짓기보다는 누구나 차별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가 정말 '누구나'인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겉도는 아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사서가 어린이에게 드러나지 않게 방법을 섬세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린이 중에서는 부모가 없는 아이들도 많기 때문에 섣불리 그런 사항을 물어보지 않는다. 어떨 때는 '쪽지'를 쥐어주고 정보를 얻기도 한다.


그리고 도서관을 운영하다 보면 이용자들을 대상화시킬 우려가 있는데, 가르치려 하거나 시키려 하거나 평가하려고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런 점들은 조심해야 한다.


- 느티나무도서관학교 같은 프로그램이 확대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도서관은 일상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지역차가 많다. 당연히 지역에 따라 요구수준이 다르다. 표준화가 되어야 할 필요성도 있지만 도서관은 섬세한 부분이기 때문에 정형화가 쉽지 않다. 아이들의 사회적 상황, 이용자 이해 필요성은 강의를 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되는 것은 다르다. 때문에 사례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마다 장서수나 대출 권수가 다르다. 하지만 사례를 모으고 분류하다 보면 자기 지역에 적용해볼 수 있는 유형을 발견할 수 있다. 섬세한 서비스가 되려면 이를 통해 자신의 지역을 잘 알아야 하는데, 지역조사를 통해서 한계와 역할을 가늠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 ‘한 도시 한 책 읽기’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5년이 넘었지만 시민에 대한 홍보 부족과 실무자의 이해 부족으로 헛바퀴만 돌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떤 대안을 생각할 수 있을까?
"청주의 경우를 예로 들겠다. 청주에서는 도서관이 시민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아침 출퇴근마다 라디오에서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가지는 것이다. 생활에 쫓겨 책 읽을 시간이 없었던 직장인들에게 아침 저녁마다 라디오에서 책을 읽어주는 데 좋지 않겠는가. 이것이 대단히 인기를 얻었고 지금은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결국은 '이벤트'와 '지속성'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기획 단계에서 이런 것들을 잘 설계해야 한다."

 

- 이번 행사에서 경기문화재단이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재정 지원 외에 다른 부분에서 어떤 지원을 해주었으면 하는가?

"홍보가 가장 아쉽다.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자문 역할을 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강사의 경우도 자체적으로 섭외하기 어려운 경우 도움을 요청하면 이를 지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경기문화재단의 강사 데이터 서비스와 넓은 네트워크를 이용해 공유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명목상 민간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관에서 하는 것처럼 딱딱하게 대응한다. 컨설팅을 하더라도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강영아 사서뿐만 아니라 현장을 방문하다 보면 지원신청을 할 때 '구걸'하듯한 수치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는 응답을 듣는 경우가 많다. 외양상 경기문화재단이 지원하는 형세로 보이지만, 사실은 일선 현장에서 경기문화재단의 취지를 돕고 있는 것이고, 그들이 결국 경기문화재단을 빛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도우미들에게 왜 경기문화재단은 '도우미'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경기문화재단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기문화재단, #느티나무도서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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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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