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나는 지난 2001년 10월 16일 “근정전 기둥, 미국산 소나무로 바뀐다”라는 기사를 올린 적이 있다. 문화재청은 2000년부터 경복궁 보수복원공사를 벌여왔는데 이 과정에서 2층짜리 근정전, 네 귀퉁이의 뿌리기둥 4개 중 3개가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부서져 1~2층을 연결하는 중심기둥인 '뿌리기둥'을 그해 연말까지 미국산 홍송(더글러스 퍼)로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소나무 집에서 태어나서 소나무관에 들어가 죽을 만큼 소나무와 함께 살아온 민족이다. 모든 궁궐은 ‘황장목(黃腸木)’이란 이름으로 불린 소나무로 건축했고, 조선시대 조정에선 소나무를 특별히 관리하는 사람도 두었다. 따라서 소나무는 우리나라,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나무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경복궁의 보수 또는 복원에는 당연히 소나무만 써야 한다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문화재청은 산림청에 이 규격에 맞는 소나무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나라 안에서 규격에 맞는 나무를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문화재청은 조건이 비슷한 미국산 홍송을 쓰기로 하고 길이 12.6미터, 밑동 둘레만 83센티미터~1미터나 되는 북미산 홍송 13그루를 들여왔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근정전의 상징성과 민족정서를 무시할 수 없어 바꿈 작업을 앞두고 속을 태웠던 것이다.

 

어떤 시민은 하필이면 미국산이냐? 중국 또는 유럽산을 구할 생각은 해보지 않았느냐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그럴 때 북한에 협조를 구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인데 왜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의 마음이야기 <소나무>란 책을 썼던 시인 정동주씨는 우리나라에 근정전을 보수할 나무는 당연히 우리 소나무여야 한다면서 우리 땅에 그런 소나무 하나 없냐며 개탄을 했다.

 

 

그런데 최근 광화문 복원을 하면서 그에 우리 소나무를 쓰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그러려고 문화재청(청장 유홍준)과 산림청(청장 서승진)은 11월 29일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에서 경복궁 광화문 복원에 쓰일 국내산 금강소나무의 벌채와 위령제 행사를 열었다.

 

광화문의 기둥과 보 등에 쓸 이 금강 소나무는 강릉시 일원과 강원도 양양군 일원에서 자란 소나무로 사람 가슴높이에서 잰 지름이 90센티미터 이상 2그루, 80센티미터 이상 11그루, 50센티미터 이상 4그루로 나이가 최대 250년에서 80년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특히 29일 행사에 시범 벌채된 소나무는 수령이 150년 된 것으로 시가 800만 원에 이른다.

 

금강소나무는 강원도와 경북 북부지역 일원에서 잘 자라는 나무로 재질이 뛰어나고, 껍질은 얇고 붉은색을 띠며, 나무 가운데는 붉은색 또는 적황색을 띠고, 나이테가 조밀하고 잘 썩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황장목으로 불렸던 소나무이다.

 

현재 산림청은 문화재용 목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국유림 내 자람이 우수하고 집단적으로 자라는 소나무 숲 36개소, 811헥타르를 문화재용 목재 생산림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현재 문화재용으로 공급 가능한 소나무는 20만 그루, 9만 세제곱미터이다.

 

 

 

11월 29일에 이른 11시에 문화재청⋅산림청 주최, 동부지방산림청 주관으로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임도변에서 열린 시범 벌채 때 광화문 복원에 사용될 금강소나무를 벌채ㆍ공급하기에 앞서 산신과 소나무의 영혼을 달래고 안전작업 비손하는 위령제를 열었다.

 

위령제는 벌채목 근처 소나무에 신령 앞에서, 부정을 없애고 소원을 비는 뜻으로 하는 소지(燒紙) 매기와 위령제를 하고 강릉 단오제보존회 산신굿 예능보유자 민순애와 6명의 산신과 나무 영혼을 달래는 굿을 했다. 또 나무의 영혼을 달래는 헌시 낭독, 소나무 1그루를 벌목하여 헬기로 운반하는 시범을 보이고, 26그루의 벌채대상 금강소나무 사진전시가 곁들여졌다.

 
특히 벌목⋅운반행사는 손도끼(자귀)로 “어명이요”를 세 번 외치면서 벌채할 나무뿌리 근처의 껍질을 벗기는 “근부박피”, “어명이요”를 세 번 외치면서 뿌리 부근에 “산”이란 도장 찍기(극인), 재래톱으로 먼저 자른 뒤 기계톱으로 자르는 “벌도”, 잘라진 나무를 나무 기계톱으로 가지치기를 하고 정해진 규격대로 자르는 행사가 이어졌다.

 

 

우리에게 문화재의 복원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문화재 복원에서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원래의 규격과 재질을 찾아야 하며, 더욱 중요한 것은 당시 문화재를 만들고 건축했던 사람들의 철학을 담아내야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광화문 복원에 우리의 금강소나무를 쓰는 것은 칭찬해마지 않을 일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광화문 , #복원, #소나무, #문화재청, #산림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