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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대선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뚜렷한 이슈가 부각되지 않기 때문인지 후보자들간의 공약과 정책적 차별성 역시 도드라지지 않는다. 특히 사회의 변화에 따라 문화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면서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자 모두 '문화의 시대' '문화대통령'을 강조하고 있지만 문화에 대한 후보자들의 비전과 가치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에 <컬처뉴스>는 제17대 대선 후보자에게 '문화의 시대 문화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주제로 후보자들의 문화예술 비전과 국정운영의 철학을 들어봤다. 이번 특집은 각 후보자들의 문화에 대한 비전을 듣는 인터뷰와 문화정책에 대한 서면인터뷰로 진행되었다. 후보들의 바쁜 일정으로 게재 순서는 인터뷰 진행순에 따른다. <컬처뉴스 편집자주> 
도종환 시인이 문국현 후보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시인과의 만남이어서 그런지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도종환 시인이 문국현 후보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시인과의 만남이어서 그런지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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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만난 후보는 창조한국당의 공동대표인 문국현 후보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광고카피로 잘 알려진 유한킴벌리의 수장을 지난 1995년부터 맡아 이끌어온 그는 이번 17대 대선에 '사람이 희망이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

문 후보는 지난 10월 29일 문화예술인과 가진 간담회에서 "경제적 관점에서만 문화정책을 제시하는 문화산업 일변도의 좁은 시야를 극복"하겠다며 '사람중심 진짜문화'라는 문화분야 정책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문 후보는 인터뷰에서 그동안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왔다면서 지금까지 자신의 활동은 여러 사람들의 꿈을 함께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제17대 대통령 선거도 국민들의 꿈을 함께 이루기 위한 것이라는 출마의 변도 전했다.

'사람 중심의 창조적인 문화사회'라는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문 후보를 지난 11월 17일(토)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집 서울'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도종환 시인이 진행했다. 시인과의 만남이어서 그런지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정리 위지혜 기자.

도종환 시인이 문국현의 시를 부러워한 까닭은?

도종환 시인 "만나서 반갑다.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줘서 감사하다."

문국현 후보 "나야말로 시인을 이렇게 만나게 돼 기쁘다. 시는 문학에서도 무척 좋아하는 장르다."

도종환 "시를 배운 적이 있나?"

문국현 "시는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었는데, 대학 때 시를 잠깐 배우기도 했다. '화전문학'이라는 동인을 했었는데, 이범선 선생님과 이영걸 선생님이 지도 선생님이었다. 그때는 마냥 시가 좋아서 재미있게 배우고 즐겼던 것 같다. 당시 <주간한국>에서 주최하는 '시인만세'라는 프로그램이 지금은 불타고 없는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 자리)에서 있었다. 그 행사는 꼭 가서 보곤 했다."

도종환 "주로 어떤 시를 썼나?"

문국현 "당시 썼던 시 중에서 기억나는 시는 산사에서 새벽녘에 풍경과 마음가짐 등을 담아 쓴 '산사의 새벽'과 동생을 생각하며 쓴 '계단의 새벽'이라는 시가 있다. 영 엉터리 시들이지만 장애인 동생을 생각하면 쓴 '계단의 새벽'은 외대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불구의 소년에게'라는 부제가 달렸던 그 시는 사실 우리 모두는 장애인이다는 생각을 담은 시였다."

도종환 "부럽다. 나는 대학 때 문학상을 하나도 못 받았다. 그래서 난 참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고 실망했는데, 실은 그게 내가 문학을 하게 된 동기가 됐다. 재주는 없는데, 그게 오기가 돼서 문학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이 볼 때는 문학상까지 받았으면 그 길을 쭉 같을 것 같은데, 지금도 시를 쓰나? "

문국현 "소발에 파리 잡히듯 우연히 받은 상이다. 잘 쓴 시는 아니었는데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박목월 선생님이 계속 쓰라고 줬던 상 같다. 지금은 쓰지는 않고 많이 읽는다."

옛 안기부장 공관을 '문학의집'으로 만들어

대선 후보로 나선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를 문학의집 서울에서 만났다.
 대선 후보로 나선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를 문학의집 서울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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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이 공간('문학의 집 서울'은 옛 국가안전기획부장 공관을 개수·보수해 만든 문화공간)을 문학의 집으로 만든 것도 문 후보라고 알고 있다. 대학시절 가졌던 문학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것이었나?"

문국현 "그런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을 문학의 집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김후란 시인(현 '문학의 집 서울' 이사)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당시 김 시인은 여성문학인회 회장이었는데 내가 진행하던 숲에서 일자리 창출하기 사업인 '생명의 숲 국민운동' 사업 현장에 많은 문학 원로들과 참석했다.

나는 사람을 만나면 '꿈'을 묻는 습관이 있는데 그 날도 어르신인데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의 꿈을 물었다. '선생님은 꿈이 뭡니까, 그 꿈을 같이 꾸시죠'라고 했더니 '문학관'을 짓는 것이라 했다. 내가 평상시에 생각했던 꿈하고도 같았다. 그래서 같이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문학의 집에 대한 구상이 시작됐다. 그 뒤부터는 어디에 문학관을 열 것인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여기다.

처음 들어와 봤더니 다 '출입금지 지역'이라고 표시돼 있고, 지하에는 변기들이 나뒹굴고 물이 이만큼 차있었다. 20년 가까이 안 쓰고 있던 공간이라 음침하고 험악하기 짝이 없었다. 공간을 물색하고 서울시장한테 가서 말했다. 우리 문인들이 사랑방 같은 공간이 필요하고 일반 국민들과 문학인들이 교류할 장소가 필요한데 안기부 장소가 적합한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왜 그러냐'고 하기에 '음침하고 사람의 영혼을 죽이던 공간이었던 곳이 따뜻하고 사람의 영혼을 살리는 문학의 집이 되면 얼마나 좋으냐'고 했다.

당시 시장이었던 고건 시장이 그런 의미를 이해했다. 하지만 국가의 재산을 그냥 내줄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공개경쟁 방식을 제안했다. 어떤 용도로 누가 어떤 성과를 낼 것이냐에 대해 시민들에게 묻는, 공개경쟁 방식을 자처한 것이다. 당시 다른 입찰자들은 대부분이 국가가 돈을 주면 하겠다고 했는데, 우리는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돈을 모아서 하겠다고 했다. 여러 가지 차별성을 내세워 우리가 채택됐다.

그 때부터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발코니와 창문을 새로 수리하고, 공간을 밝게 꾸몄다. 골조만 놔두고 실상 모두 바꾼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런 것은 껍데기일 뿐이다. 실제로 이 공간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많은 문인들과 시민들이다. 매주 수요일이면 작가와 시민들이 만나고, 매주 금요일이면 시낭송이 있는 음악회가 진행된다."

도종환 "그 밖에도 많은 문화 메세나 활동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국현 "같은 계기로 이어령 선생님이 오랫동안 계획해왔던 <한중일상징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 한중일 문화유전자를 해석하는 작업인데, 워낙 방대한 작업이라 한 두 출판사가 관심을 가졌다가 포기했다고 한다. 이어령 선생님은 이제 자신이 너무 나이가 들어 힘들 것이라고 했는데, 내가 50년 사업으로 진행하자고 했다. 한중일의 석학들을 모아 네트워크를 만들고 조금씩 성과물을 내면서 앞으로 50년 동안 순차적으로 작업을 하자고 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온 것이 총 5권의 책이다. 그 밖에도 한글과 한국어의 세계화를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문화재정 GDP의 1%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메세나를 정책화하면 예술인들만 좋은 것이 아니라 예술인들이 기업의 문화를 바꿔서,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고 본다."
▲ 도종환 시인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메세나를 정책화하면 예술인들만 좋은 것이 아니라 예술인들이 기업의 문화를 바꿔서,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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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대선 정국을 보고 있으면 늘 중요하게 이슈가 되는 문제가 바로 '경제'다. 공약들을 보면 어떻게든 잘 살게 하겠다는 많은 경제 공약을 발표하는데 문화공약은 잘 보이지 않는다.

미국에 공황이 찾아왔을 때 루즈벨트는 공황의 한복판에서 문화일자리 창출을 시도했다. 살기 어려우면 문화가 뒷전이기 마련인데 문화인들을 위한 대형프로젝트를 시도했던 것이다. 문화를 살려 나라의 어려움을 극복한 사례인데,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찾아볼 수가 없다."

문국현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하는데, 결국 선진화의 끝 단계에 문화와 환경의 시대가 열리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도 백범 선생님이 말했듯 문화의 힘이 강한 나라, 선진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려면 물적으로 질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현재 문화예술 분야에 쓰고 있는 예산이 국가 1년 예산의 1%도 될까 말까 하는 정도인데 전체 GDP의 1%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쉽게 1조원 정도의 문화예산을 10조까지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문화중심 국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 다음은 질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결국 우리사회가 창조적으로 바뀌어야 되는 문제인데, 기본적으로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야 된다. 그것은 창작인들이 많아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곳 문학의 집에서 '우리 시 우리 노래'라는 시노래 작업을 만 6년 동안 해오고 있는데, 한 편의 시노래를 위해서는 작사자·작곡자·연주자·성악가 네 명의 예술활동이 이뤄진다. 매년 20편을 발표하게 되면 총 80명의 창작활동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1인당 100편의 시를 외울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온 국민이 100편의 시 정도는 기억할 수 있는 문화수준 있는 나라를 만들려면 시노래를 만드는 사람들처럼 창작인들이 늘고, 문화예술을 즐기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됐을 때 문화산업도 크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도종환 "문 후보님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국민이 문화를 즐기는 것은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의 근간이 되는 기초예술이 살아야 하는데, 문 후보님이 해왔던 것 것처럼 기업이 메세나 활동을 통해 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문화예술 메세나에 대해 적극 장려할 생각은 없나?"

문국현 "도 시인의 말을 듣고 보니 나 역시도 우리 회사 차원에서만 생각했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기업과 예술인의 직접적인 연결 시스템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해봤다는 걸 깨달았다.  도 시인의 말처럼 회사가 특별히 지원하는 스포츠가 있듯이 1사1문화재단운동이라든가, 1사1예술인 같이 문화예술인과 자매결연 방식의 지원도 가능할 것 같다.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에 문화예술에 메세나 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겠다. 꼭 만들겠다."

도종환 "그렇게 하면 문화 예술인들만 좋은 것이 아니고 예술인들이 기업의 문화를 바꿔서,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고 본다." 

문국현 "기업들은 공익적 관점과 국가 문화수준의 발전을 위해 기여한다고 생각했지 그것이 기업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업 스스로 생각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인과 기업메세나의 관계는 상생의 관계인 것 같다.

유한양행이나 유한킴벌리 유일한 박사가 재산을 국민들에게 기부하면서 공익재단을 만들었다. 그 돈은 환경사업과 자선사업, 문화사업에 쓰이고 있다. 총 매출액의 1.5%, 약 150억 원 정도가 매년 공익사업을 위해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니 노동자들도 회사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지역사회에서도 존경을 해주는 것 같다. 그게 상생의 관계인 것 같다. 특히 예술인들과의 교류 속에서 창조적 생각이 기업으로 스며들기도 한다. 문화에 대한 기업의 지원도 바로 그런 차원으로 상생적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예산, 창작 부분에 집중되어야 한다"

"내가 말하는 '사람 중심의 나라'라는 것은 지식 기반의 나라이고, 문화 수준이 드높은 나라이다."
▲ 문국현 후보 "내가 말하는 '사람 중심의 나라'라는 것은 지식 기반의 나라이고, 문화 수준이 드높은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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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잠깐 GDP 대비 문화재정 1%를 얘기했는데, 현재 문화예술 예산을 보면 순수 예술창작에 대한 예산은 문화산업 예산의 1/3밖에 안 된다.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산업에만 기형적으로 집중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문국현 "맞는 말이다. 문화산업도 기초예술이 살아야 가능한 것인데 산업화에만 관심을 가지면 균형이 맞지 않고 오래가지도 못한다. 한류 같은 것도 계속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창작 쪽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하고, 작품과 예술가 자체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종환 "그것과 연결해 문화부는 오랫동안 그 이름을 갖지 못하고 문화공보부, 문화체육부, 문화관광부라는 이름으로 공보나 체육·관광의 하위개념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산업부로 가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우리사회의 문화가치가 어디에 방점을 찍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현실이다. 그래서 문화예술계에서는 문화부나 문화예술부로 바꿔야 한다는 말도 적지 않다."

문국현 "현재 우리 정부는 18개 부처 4개원으로 총 22개 부처가 있다. 다른 나라가 12~13개 안팎인 것에 비해 너무 많다. 그래서 줄일 생각인데 문화부를 별도로 만드는 것이 가능할 지는 잘 모르겠다. 표만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약속을 해야 하지만, 대신 도 시인이 말한 문화부에 담고 싶은 가치와 철학은 반드시 국정운영에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하겠다. 문화예술이 가지고 있는 근본 가치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역사상 문화인물 한 명을 꼽는다면 '세종대왕'"

도종환 "최근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다. 이주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문화인데, 우리 사회 안에 문화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충북 보은에서는 올해 10쌍 중 4쌍이 다문화가정을 이뤘다. 농촌지역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의 언어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이주민의 언어, 이주민의 문화를 우리나라 배우자와 가족이 관심을 갖고 배울 수 있는 교육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문국현 "일단은 우리 사회가 수용준비 태세가 없었던 것 같다. 좀 더 잘 준비했더라면 우리나라에 대한 나쁜 이미지나 불법이민자, 이주노동자 인권문제 등을 줄일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본의든 아니든 2개 국어를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주민이 자신의 언어를 잃지 않게 해야 한다.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만큼 그들의 말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그랬을 때 아이는 두 언어, 두 문화를 배우게 되고, 그것은 그 주변에 문화적 충격, 언어적 충격을 주변서 거기서 다양성이 인정되고 창조력이 확대된다고 생각한다. 즉 함께 공존하자는 것이다. 다문화 다언어를 국가전략으로 활성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2002년에 아시아문화축제를 열었었다. 5000명의 아시아인들을 초청하고 국내 지도자 5000명을 초대해 같이 걷기, 연날리기를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당시 약 95개국의 아시아인들이 참여했는데, 그때의 꿈은 95개 국가의 문화를 한국에서 지켜주자는 것이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고국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들을 지원하는 서포터즈 그룹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첫 회가 성공적으로 끝났었는데 당시 아시아를 휘감았던 싸스로 인해 2003년과 2004년 행사가 진행되지 못하면서 결국 그만 두었다."

도종환 "우리 문화 역사 속에서 문화인물을 꼽는다면?"

문국현 "나는 세종대왕을 꼽는다. 세종대왕은 당시 전 세계 24개 언어를 장악하고 있었는데, 집현전에서 그 언어들을 연구하고, 입술의 모양, 혀·목의 위치를 분석해 한글을 만들었다. 언어는 그 자체로 문화이다. 그 외에도 집에서 연구하는 학자들을 위해 재택근무를 만들고, 노비 임산부를 위해 산전휴가 30일, 산후휴가 60일을 당시 디자인했다. 그 문화적 수준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신라시대 이후 세계 4대 문화권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때가 바로 세종 때이다."

"사람 중심의 나라는 곧 창조사회"

도종환 "마지막으로 국가 운영전략에서 후보에게 문화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말해 달라."

문국현 "그동안은 부동산에 국가가 너무 많은 투자를 했다. 그래서 부동산 거품도 많이 커지고, 부동산 붐도 많이 생기고, 부동산 부자도 많이 생겼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그것이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것이다. 작금의 국가 경쟁력은 지식의 힘, 문화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문화의 힘은 바로 '창조력'에서 나온다.

그동안 세계에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길이 생겼다. 댐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 중에 하나다. 차량도 주행거리가 엄청 나고, 에너지를 세계에서 10번째에 꼽을 정도로 많이 쓰는 나라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에 가장 없는 것이 바로 '창조력'이다. 창조력은 문화의 영역이고, 지식의 영역이고, 디자인의 영역이다. 또 그 모든 것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말하는 '사람 중심의 나라'라는 것은 지식 기반의 나라이고, 문화 수준이 드높은 나라이다.

연간 25조원이 건설산업에 과잉투자되거나 부패하게 쓰이고 있다. 그 돈을 부부가 아이를 맘껏 낳을 수 있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창조력을 키우고, 중소기업의 역량을 키우는데 쓸 것이다. 그렇게 되면 5년 후 쯤에는 대한민국의 힘은 문화의 힘, 지식의 힘, 교육의 힘, 사람의 힘이 인정되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사람 중심의 창조적인 나라를 만들 것을 감히 약속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컬처뉴스>(http://www.culturenews.net)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그:#문국현, #도종환, #공약, #대선,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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