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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의 지지율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국민들이 혹시 노망든 게 아닌지 모르겠다.”

 

최근 어느 자리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김근태 고문이 발언했다고 알려진 그 “말” 때문에 그렇잖아도 뒤죽박죽인 현 대선정국 상황에 혼란스러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나라 당은 김 고문의 그 발언에 대해 ‘국민을 깔보고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망발’이라며 법적 대응을 포함한 다각도의 대응을 검토 중 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평소 지나치게 신중하기로 소문난 김 고문의 이번 발언이 사실이라면 매우 당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중 있는 중진 정치인으로서 감정적 절제력을 잃고 실언을 한 것은 분명 옳지 못한 잘못이므로 즉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김 고문의 실언을 마주하며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지는 것도 현실이다. 그 상황을 찬찬히 다른 각도로 살펴보면, 그렇게 발언한 현상의 이면에는 ‘무엇인가 국민에게 말하고 싶은 어떤 것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본질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그 발언의 백 그라운드를 생각하게 되고, 돌출적 발언의 진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만약 누군가, “요즘 정치판 돌아가는 꼴이 오죽하면 저 양반이 저렇게 정제되지 않은 표현의 발언을 했을까?” 라고 말한다면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것은 누군가 한 사람의 지나친 정치적 편향의 표현이라 말 하겠는가? 아니면 개인적 호불호에 따른 사적(私的) 옹호일 따름이라 말해야 하는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 말에는 분명 어떤 뉘앙스가 담겨져 있는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아마도 국민에 대한 답답함과 섭섭함, 그에 더해서 현재의 대선판도에 대한 좌절감이 절박하게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현재의 대선국면에서 왜 그다지도 이명박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비교적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전부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알려지고 드러난 MB의 허물은 가히 백화점식으로 진열하고 장식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의 수차례 반복된 거짓말과 부적절한 언행, 부정과 비리에 대한 각종 의혹과 흔적이 곳곳에 남아 수사가 진행되고 있거나, 밝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간에 이미 알려진 사실들 몇 가지만이라도 살펴보도록 하자. 주소지 위장전입 문제, 도곡동 땅 투기 의혹,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는 발언, 황제테니스 논란, 자녀의 위장취업과 세금탈루 문제, 상암동 DMC 특혜분양 의혹, 그리고 최근 대선정국에 뇌관으로 등장한 BBK 주가조작 사건 등 일일이 나열하기 민망할 정도의 많은 사안들이 그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드러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왜 이명박 에게 지나치게 너그럽고 관용적인 것인가? 그가 가지고 있는 지도자로서의 심각한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여전히 짝사랑을 하고 있으니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저명한 정치학자의 표현을 빌자면 “명확한 대안이 나타나지 않으면, 기존의 상황에서 차선 혹은 차악을 선택하게 되고, 그 기간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그 상황은 공고히 고착화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의 상황이 꼭 그렇게 전개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원인은 분명 따로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계속해서 드러나고 밝혀지는 부정과 비리에 대한 끊임없는 의혹이 있음에도 국민들이 이명박에 대한 견고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있는 원인은 다름 아닌 ‘노무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는 국민들이 개혁진보 진영에게 마음을 닫게 하고, 떠나게 만든 결정적 원인 제공자이자, 결과적으로 정치적 무능의 표상이다.

 

2002년 대선에서 수많은 개혁진보 세력과 중도세력은 노무현을 선택했었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와 서민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그가 흘렸던 소박한 다짐의 눈물을 보고 사람들은 감동하고 열광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집권한 참여정부 5년 동안 그를 사랑하고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보여 준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고 참담했음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안다.

 

 국민들은 탄핵정국을 거치며 총선에서 개혁진보 세력에게 과반 이상의 의석을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대표적 4대 개혁입법의 조속한 처리를 원했던 국민의 준엄한 요구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의미 있는 성과는 없었고 시간만 허비한 채,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몇 개의 누더기 법안을 주물럭거렸을 뿐이었다. 게다가 집권초기부터 근본적 대책을 세워 대응했어야 할 부동산 광풍을 막아내지 못하고 원칙 없는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전 국토의 투기장화’를 조장한 주범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들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산산히 무너뜨린 나쁜 사람들이다.

 

교육정책에서는 또 어떠했는가? 특목고 열풍을 방관하고, 종잡을 수 없는 대학입시 정책을 발표하여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제공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공교육의 황폐화와 사교육 시장의 기형적 확대난립을 방치하였고 사실상 묵인 하였다. 그런 와중에 국민들은 하나, 둘 노무현과 개혁진보 진영의 곁을 썰물처럼 떠나갔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노선을 적극적으로 충실히 수용하는 행태를 통해 기업 구조조정은 상시화 되었고, 수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여 가난한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몰아내는 자본권력의 협력자였다. 그들은 최악의 사회적 양극화를 초래한 무능의 주범이고, 실패한 권력이었다.

 
이라크 파병 결정에다 한나라 당에 대한 이른바 ‘대연정 발언’은 또한 가관이었다. 자신을 그토록 사랑하고 지지했던 그 많은 개혁진보 세력을 욕보이려 한 참을 수 없는 굴욕의 연속이었다. 최근 불거져 커다란 파장으로 확산되고 있는 ‘삼성그룹 관련 사건’에 대한 노통과 참여정부의 입장을 보면 더욱 황당하다. 국회에서 3당이 합의 발의한 ‘삼성 특검법’에 대해 생뚱맞은 이유를 들어 거부권 운운하더니, 급기야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 작금의 여론을 감지했음인지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수용하는 듯한 모호한 태도는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노무현 대통령과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구조본 실장)이 고교 선후배 지간이고, 청와대 참모진 일부는 삼성의 장학금에 혜택을 받은 긴밀한 관계이기 때문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하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 대사로 발탁했던 일,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을 정통부 장관으로 기용했던 일 등을 살펴보면 그 행위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차치하고라도 노통과 삼성은 매우 우호적 관계였음을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노통과 참여정부는 집권 5년 동안 세간의 표현대로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을 일삼는 운전을 해왔다.” 노통이 집권하여 오는 동안 그 많던 개혁진보 세력은 순간순간 실망하고, 좌절하고 심지어 절망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가슴에 지독한 병이 생겼고, 그 병은 암이 되었으며, 치유하기 어려운 심각한 지경이 되어 버렸다. 때문에 국민들은 ‘부도덕한 돌팔이 의사’에게라도 찾아가서 위로받고 싶어 하고, 치유 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줄도 모른다.
 
개혁진보 세력은 이제 노무현과의 옛사랑을 잊어야 한다. 그와의 옛정은 잊고서 차라리 새로운 시작을 위한 소중한 묘목 한 그루씩을 자신의 삶의 터전에다 정성들여 심어야 한다. 그것을 가꾸고 키워 커다란 숲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아름드리 나무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건강하게 자라 언젠가 다시금 소중하게 쓰일 그 날을 위해 희망을 놓지 말고 품어야 한다.

태그:#노무현, #대선, #개혁진보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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