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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들의 BBK 보도에 시달리던 한나라당이 28일 마침내 칼을 뽑아들었다.

 

한나라당은 일단 대중들의 영향력이 큰 방송사를 상대로 TV토론 거부, 항의 집회, 시청 거부운동을 단계적으로 펼쳐나가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가 비공식적으로 확인해준 내용을 보도한 기사에 대해서는 언론사는 물론, 기자들에게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이명박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있는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언론이 여당의 허위날조와 흑색선전을 부풀리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비난했다.

 

"특히 MBC는 사기꾼이자 범죄 피의자인 김경준 측의 일방적 주장을 아무런 여과 없이 사실인양 보도하고 있다. <PD수첩> 등 수십 건의 보도 및 제작 프로그램을 통해 이명박 후보를 음해하는 일방적인 편파보도를 일삼아 왔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최소한의 공정성과 객관성마저 포기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오죽하면 'MBC문화방송은 정동영 방송'이라는 지탄이 나오겠나."

 

"MBC는 정동영 방송... <PD수첩> 보도는 범죄행위" 막말

 

 

이 총장은 '김백준 BBK 명함'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대해 "어제 같은 보도가 나옴으로써 전국의 많은 당원들,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40%의 국민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게 얼마나 큰 범죄행위냐"고 반문했다.

 

"이제는 단순히 기사를 쓰면 방송이라는 우산에서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기자) 개개인 한 사람에게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 방송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제작·보도한 사람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

 

이 후보의 LKe뱅크 대표이사 시절 비서를 지낸 이진영씨는 MBC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고 한다. MBC가 자신과 김경준 측 변호인의 인터뷰 일부를 자의적으로 보도했고 초상권까지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29일로 예정된 MBC <100분토론>에도 한나라당 인사는 출연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 총장은 22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의 에리카 김 인터뷰에 대해서도 "아침 시간에 그쪽 주장을 생방송으로 여과 없이 내보냈는데, 방송은 피의자, 범죄혐의자에 대해 다룰 때에는 범죄행위가 과장되거나 정당화되지 않도록 하는 방송윤리위 규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가 범죄혐의자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주장을 전하는 것이 방송윤리에 반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는 일정부분 어폐가 있다.

 

<문화일보>가 27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디오피니언(소장 안부근)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정기여론조사에서는 "BBK사건과 관련, 누구의 주장이 더 맞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명박 후보측 주장에 공감한다"(25.3%)보다는 "김경준씨측 주장 공감한다"(46.6%)는 의견이 더 많았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응답률 : 19.25%)

 

박형준 대변인 "검찰발 기사들은 '소설'이 많다"

 

또 아무리 범죄혐의자의 주장이라고 해도 대통령후보의 도덕성을 다루는 사안에 대해 언론사가 두 손 놓고 기다릴 수만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 총장은 "한나라당 후보 경선때 '도곡동 땅' 문제에 대해 이 후보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60% 정도 됐지만 후보 지지율도 그 만큼 나왔다"며 "(유권자들이) 사실관계를 믿는 것과 지지도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방송사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검찰이) 한글 이면계약서에 나타난 도장이 일단 이 후보의 것이 맞다는 분석 결과를 확보했다"는 27일 KBS 보도에 대해서도 "최근 특정방송이 검찰 수사의 진행상황에 대해 '카더라' 식의 보도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개인의 피의사실을 공포하는 것은 굉장한 범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언론사 한 군데가 기사를 쓰면 다른 언론사의 경쟁의식에 불이 붙어 미확인 보도가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고 결과적으로 논란에 휩싸인 대통령후보가 큰 피해를 본다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박형준 대변인은 "김경준 계약서가 진짜라는 식의 검찰발 '카더라 통신'이 버젓이 보도되고 있는데 검찰에 확인해보니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한다. 도장이나 이면계약서는 수사의 본질과도 관련이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검찰에서 헛된 정보가 흘러나와 기사가 나가면 선거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게 된다"며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 아니라는 점과 수사 결과 발표 때까지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할 것을 명확히 해주어야 한다"고 검찰에 요구했다.

 

박 대변인은 브리핑이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차라리 정치부 기자들이 기사를 쓰면 전후 맥락을 알기 때문에 균형 있는 기사가 나오지만 검찰발 기사들은 '소설'이 많다. 이게 마치 사실인 것처럼 굳어지니 감당이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이 총장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박영선·김종률·정봉주·김현미 의원을 '흑색선거 5적'으로 규정하고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 흑색선전에 가담한 정치인은 정치권에서 영원히 발을 못 붙이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해 흑색선거 가담자의 공직진출 금지법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태그:#이방호, #이명박, #김경준,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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