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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과 관련된 의혹, 검찰의 수사방향이나 누리꾼들의 궁금증은 김경준씨의 한 마디로부터 시작됩니다.

 

"BBK의 실소유주는 엠비 리(이명박)이었고 나는 하수인에 불과했다."

 

주가조작사건을 일으킨 주체는 '옵셔널벤처스코리아', 폭로된 의혹에 따르면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사건은 '도곡동 땅→다스→BBK→LKE뱅크→버진 아일랜드 역외펀드 MAF→유령회사 A.M.파파스→LKE뱅크→E-뱅크'의 단계를 거칩니다.

 

주가조작 사건은 LKE뱅크의 대표이사가 이명박 후보에서 '래리 롱'으로 교체된 열흘 후에 LKE뱅크 계좌를 이용해 일어난 것입니다. '래리 롱'은 유령회사 A.M.파파스에서도 등장하는 이름인데, 가공인물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물론, 이명박 후보나 다스 측도 각각 30억원과 190억원 중 140억원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당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경준씨가 384억원을 챙기고 미국으로 도주하는 과정에서 220억원을 BBK의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고 떠납니다. 김경준씨와 그의 누나 에리카 김은 바로 그 과정을 이명박 후보의 명령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BBK는 2001년 3월에 금융감독원 조사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위·변조된 펀드운용 보고서를 전달한 혐의 등이 드러나 죄질이 무겁다는 판단 아래, 투자자문업 등록을 취소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주가조작사건에 이용된 '옵셔널벤처스코리아'에서는 BBK의 투자자문업 등록 취소 하루 전인 2001년 4월 28일에 김경준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인 것이 확인되면, '주가조작 사건'에 어떻게든 관여했다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김경준씨는 자신이 '하수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말은 곧 '주가조작 사건'도 이명박 후보의 명령에 의한 것이란 뜻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은 "BBK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실제로 BBK의 사장은 김경준씨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경준씨의 모친 김영애씨가 노구를 이끌면서까지 LA에서 서울로 날아와 검찰에 제출한 서류는 바로 '한글 이면계약서', 그 서류가 진본인지, 그 서류에 찍힌 이명박 후보의 도장(인감)이 진짜인지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수사의 관건이 됐습니다. 그리고 KBS와 MBC는 아주 흥미로운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이면계약서 속의 인감도장, 이 후보의 것인가

 

 

27일 밤 KBS 9시 뉴스는  "BBK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문제의 이면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이명박 후보의 것이 맞다는 분석결과를 확보하고 종이 재질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같은 날 MBC 9시 뉴스는 "한글계약서 작성 한달여 뒤 만들어진 E-뱅크 증권중개의 의사록, 또 같은 해 6월부터 E-뱅크 증권중개의 지분과 출자와 관련해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된 문서 4건과 해를 넘겨 만들어진 주식청약서까지, 한글계약서가 작성된 뒤 1년 동안 눈으로 봐선 구별하기 힘든 같은 모양의 도장이 각종 문서에 반복돼 사용돼 있다"면서 "수사팀은 이 도장이 당시 LKE뱅크 회사일에 통상적으로 사용된 이 후보의 도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감정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이 '도장'에 대해서 한나라당은 상당한 혼선을 빚어왔습니다. "계약서는 물론 인감·친필사인·도장 등이 모두 위조됐다"고 주장하다가, "이 후보가 맡긴 막도장을 김씨 측이 임의로 찍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혼란을 부추겼다는 이야기도 제기됐습니다.

 

정확하게, 나경원 대변인은 "LKE뱅크 설립 과정에서 업무를 포괄적으로 위임하면서 준 막도장"이라고 해명했으며, 박형준 대변인은 "이 후보의 인감도장과 비슷하게 생긴 막도장"이라고 했다가, 홍준표 의원은 "2000년 4월 24일에 인감도장을 잃어버려 그 이후에 새 인감을 썼다"고 주장합니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한겨레>는 26일자 기사 <한글 이면계약서 '도장; EBK서류서 무더기 발견>에서 한글계약서가 작성된 시점인 2000년 2월 21일에 E-뱅크 관련 서류에서 다양하게 발견됐다고 주장하면서 관련서류를 제출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수사팀의 의견대로 "당시 LKE뱅크 회사일에 통상적으로 사용된 이 후보의 도장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며, 그 다음부터는 '상황 논리'가 중요해집니다. 어떤 상황에서 작성된 것인지가 중요해지는 것이죠.

 

홍준표 의원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2000년 4월 24일에 인감도장을 잃어버려 그 이후에 새 인감을 쓰기 시작했다"지만 또 2000년 6월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한 EBK증권중개의 회사설립신고서에도 모양이 유사한 도장이 찍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양자가 배석한 상태에서 충분한 합의가 이뤄져 작성돼 도장까지 찍힌 것인지, 김경준씨가 '포괄적 위임'을 악용한 것인지, 이런 부분이 수사에서 드러나야 최종 확인이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 논리'는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합니다. 누리꾼들이 너무 많은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BBK를 창업했다"고 스스로 발언했던 언론 인터뷰가 너무 많습니다. <중앙일보>나 <동아일보>같이 이 후보나 한나라당 지지 성향의 언론들마저도 그 발언을 그대로 기사에 게재했고, <월간중앙>의 윤석진 차장은 "이 후보가 분명히 그런 말을 했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오보' 주장이 잘 안먹히는 이유들이죠.

 

 

 

 

 

게다가, 에리카 김씨가 KBS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또 하나의 자료를 공개했거든요. 바로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 명의로 된 2개의 신한은행 계좌와 입출금 내역, BBK의 돈이 LKE 뱅크로 이동한 증거라는데, 예금주명은 '이명박 ㈜LKE뱅크'라고 합니다.

 

이명박 후보가 LKE뱅크 대표로 재직하던 2000년 3월부터 2001년 4월까지 총 184억원이 BBK에서 LKE뱅크로 흘러갔으며, 이명박 후보 명의의 신한은행 계좌에는 2000년 8월 22일과 30일에 각각 40억원씩 삼성증권 BBK 계좌를 거쳐 입금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검찰이 '소환해야 할 인물'임을 암시하는 김모 변호사를 거론했습니다.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가 이면계약서를 체결할 당시, 배석했다는 인물입니다.

 

그러니까, '도장'이 이명박 후보의 것임이 밝혀진 지금 시점에서는, '이면계약서 작성 상황'과 '신한은행 계좌'가 또다른 수사의 핵심요점으로 자리잡은 것입니다. 물론 각각 '김 모 변호사 소환'과 '신한은행 계좌 추적'이라는 방법이 필요하지만, 이 후보 측에서는 완강한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특히 '김 모 변호사'에 대해서는 "김씨 남매와 입을 맞췄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에리카 김이 말한 '제3자'인 김모 변호사, 김희연 변호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 누가 마음대로 '사건 종결'인가

 

한나라당은 지난 25일을 기점으로 '사건 종결'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무대응 전략'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후보 등록 마쳤으니, 안심하겠다는 뜻입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1조는 "대통령선거 후보자는 후보자 등록이 끝난 때부터 개표종료시까지 사형·무기 또는 장기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행범이 아닌 이상 체포 또는 구속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거든요.

 

홍준표 의원이 지난 15일에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노골적으로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의 후보등록 이후에는 수사가 중단돼야 한다"면서 "김경준의 범죄 사실이 확인되고 10일 정도가 지나서야 이 후보 관련 여부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선거운동기간"이기 때문에, 수사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당 후보가 다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홍준표 의원은 "이명박 관련 부분은 고소된 것도 아니며 사건 피해자도 아닌 제3자인 피고인"이라면서 "선거운동 중 수사 본질도 아닌 부분을 언론에 흘리는 것은 검찰 본연의 자세가 아니다.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정치검찰이며 검찰의 중립성을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예의 '제2의 김대업론'과 '정치검찰론'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가 '고소된 것이 없기에 제3자인 참고인'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명박 후보 스스로도 "나도 피해자"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 이야기했습니다.

 

게다가, "BBK 주식은 한 주도 소유한 적이 없다"는 그동안의 주장과는 달리 25일의 출마선에서는 "어떠한 불법과 비리에도 관여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 발언의 뉘앙스가 약해졌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스스로 '피해자'라면, '피해자'로서 검찰로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할 입장입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홍준표 의원이 식상한 '정치검찰론'을 반복하면 누리꾼들은 "홍준표 의원은 식사하셨느냐"는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사실,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이명박 후보 스스로 "BBK를 창업한 바 있다"고 했다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도 검찰에 출두시켜 확인해봐야 합니다. 이명박 후보도 그 스스로의 주장대로라면 '피해자'로서 소환돼야 할 입장입니다. 하지만, '정치검찰론'과 '후보자 등록'을 이유로 이 모든 것을 피하면서 '무대응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5천여 명의 피해자가 존재한 막대한 사건임에도 지나친 정치적 판단 아래, 무책임한 선언을 해버린 것이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는 모든 사람들을 껴안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후보는 "나도 피해자"라는 자신의 말대로라면 5천여 명의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김경준의 실체'를 이야기하고 '에리카 김의 폭로'를 반박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 종결'로써 이 모든 것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인터뷰들 이외에도 정황은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오직 "나는 무관하다"는 주장과 홍준표·고승덕 양자, 그리고 검찰의 수사에만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 '검찰 수사'조차도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경우를 대비해 '정치검찰'이라는 식의 경고만 남발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압력 행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에리카 김씨와 라디오 인터뷰를 가졌다는 이유로 모 당직자가 "MBC를 민영화시켜 버리겠다"고 해 파문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KBS가 에리카 김씨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렇다면 KBS도 민영화되는 것입니까? 이런 납득안가는 반응은 한나라당의 명분을 상실케 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5천여 명의 피해자가 양산된 주가조작 범죄는, 정치와 선거를 떠나 명백하게 밝혀져야 합니다. 자살자까지 있었다는 사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주도해서 벌어진 사건인지의 여부를 밝히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일입니다.

 

그 자살자를 생각해서라도 '무대응'은 옳지 않습니다. 반박당할 때 반박당하더라도, 한나라당은 고승덕 변호사가 그랬듯이 '증거'를 내놓고 당당하게 반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BBK 이면계약서, #김경준, #이명박, #에리카 김, #B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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