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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호의호식할 수 있는 거창한 요구사항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사람이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먹는 일과 화장실 가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것뿐입니다. 우리 같은 중증장애인들도 살 권리는 있는 것 아닙니까?”


대구시 달서구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 사무실에서 중증장애인 자활보조예산 삭감에 반발해 1주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의 눈에는 핏발이 서고 목소리가 갈라지고 있었다.


지난 20일 한나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 의원들의 주도로 국회에 제출된 중증장애인 자활보조예산 749억7800만원 가운데 143억원을 감액하기로 결정하자 해당 국회의원들의 사무실을 점거하고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중증장애인들의 실력행사가 1주일째를 맞아 이들의 건강악화나 불상사가 우려되고 있다.
 

 

중증장애인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원상회복을 약속하는 문서의 제출을 요구하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점거농성을 풀지 않을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더욱 강력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중증장애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


당초 한나라당 의원들이 유연한 입장을 보여 장기농성에 대비하지 못한 탓에 중증장애인들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심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추위로 인한 감기 등 건강도 급속하게 나빠지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예기치 않을 사태의 발생을 우려하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변변한 난방장치도 없이 사무실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잠을 자거나 전동휠체어에 앉은 채로 토막잠을 자고 있으며 음식도 열악해 김밥이나 컵라면으로 때우기가 일쑤다.
이마저도 정상인과 달리 혼자서는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 대부분이라 자원봉사자가 종이컵에 덜어주면 이를 마시는 방식이기 때문에 라면이 우동가락 굵기로 불어나기 일쑤이다.
 

 

하지만 이들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물러설 곳이 없어 물러서고 싶어도 죽지 않으려면 물러설 수도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농성에 참여중인 박아무개(중증1급)씨는 뇌성마비 탓에 어눌한 목소리로 “버러지처럼 살아오다 내년부터 자활보조가 시행되면 인간답게 살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지금 물러서면 그 지긋지긋한 벌레생활을 또 하란 말이냐”며 “차라리 이곳에서 싸우다 죽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던 ‘자활보조’란 혼자서는 생활할 수 없는 1급 장애인 18만2000명 가운데 올해 1만6000명을 지원하던 것을 내년에는 2만 명으로 수혜범위를 늘리고 1인당 이용시간을 월 46시간에서 56시간으로, 활동보조인 지원단가를 1인당 6400원에서 7500원으로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도덕적 해이’ ‘지방재정의 부담’ ‘사업의 효율성 검증부족’ 등의 이유로 올해 수준의 유지를 주장하며 예산증가분 143억원의 삭감을 결정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국회 예결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본부 이상영 장애인정책관은 “1급 장애인의 수를 감안하면 2만 명 수혜범위는 정말 최저수준이며 이들이 가족 없이 살아가려면 한 달에 최소 108시간이 필요하데 56시간으로 하는 것도 결코 과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중증장애인들의 결사투쟁이라는 복병을 만난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사태의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태그:#중증장애인 자활보조, #한나라당, #박종근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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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인 달신문에서 약 4년, 전국아파트신문에서 약 2년의 기자생활을 마쳤으며 2007면 10월부터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에 소재하는 외국인근로자쉼터에서 재직중에 있슴. 인도네시아 근로자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보호와 사고수습 등의 업무를 하고 있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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