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할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직접 나서서 구글에 '국가전략지도'에 해당하는 전국지도를 제공하려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오마이뉴스>의 취재 결과, 국정원은 구글측이 청와대 등 주요 보안시설들을 모자이크 처리해준다는 조건으로 '1:5000의 대축척 전국지도 무상제공'을 요구하자 국토지리정보원을 압박해 구글에 지도를 제공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토지리정보원의 한 관계자도 "구글에 지도를 제공할 것인지를 놓고 국정원과 협의중"이라고 밝혀 <오마이뉴스>의 취재 내용 중 일부가 사실임을 인정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1:5000 지도를 제공하라고 요청했다기보다 협의하고 있는 것"이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정원측에서 요구한 '모자이크 처리'도 문제가 있다. 설사 구글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한다고 해도 이것이 누리꾼들에 의해 다시 복구될 가능성이 있어 결국 주요 보안시설이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것. 구글측도 협상과정에서 이러한 한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국정원이 이렇게 1:5000 대축척 전국지도까지 제공하려는 배경에는 구글어스의 위성사진 서비스가 국가보안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청와대와 군 시설 등 주요 보안시설들이 인터넷상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에 1:5000의 전국지도를 제공한다고 할 때 국가지리정보시스템(NGIS)을 통해 구축된 중요한 지리정보가 미국기업에 유출돼 그 피해가 심각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지도를 제공했을 경우 공간정보 서비스산업이 구글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지도제공 여부 등을 협의하고 있지만 국정원이 국토지리정보원에 압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며 "지도제공 여부는 국방부, 산업자원부, 국정원, 경찰, 국토지리정보원 등이 참여하는 유관기관 회의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구글코리아측은 "올해 중반부터 정부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서비스에 반영할지를 놓고 정부쪽과 논의중"이라며 "구체적인 논의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구글코리아측은 민감한 질문에 대해선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구글은 지난 2004년 위성·항공촬영으로 디지털지도를 제작하는 업체인 키홀사를 인수한 뒤 2005년부터 세계 전역의 고해상 사진지도를 보여주는 '구글 어스'(Google Earth)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 어스가 제공하는 위성지도는 미국의 위성영상촬영업체인 디지털글로브(DigitalGlobe)가 제작한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구글 어스의 위성사진 공개... 청와대 등도 노출지난 2005년 8월 국정원을 긴장시킨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구글이 구글어스 서비스를 통해 청와대, 국방부, 기무사령부, 주한미군기지 등 국내 주요 보안시설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고 있었던 것. 특히 권력 심장부인 청와대의 경우 경내 주요 건물의 배치와 도로 등이 육안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자세하게 노출돼 큰 충격을 주었다.
현재 군사기밀보호법상 주요 국가시설은 '국가 주요 보안목표' 또는 '가∼다급 보안시설' 등으로 분류돼 사진촬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진은 기무사, 위성사진은 국정원의 검열을 거친 뒤에야 공개할 수 있다. 특히 주요 보안시설의 항공사진은 아예 공개할 수가 없다.
또 국정원은 국내에서 해상도 4m 이상의 국내외 위성지도 사진이 민간에 제공될 경우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국가 주요 보안목표시설'과 군사시설의 노출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당시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 사진들은 미국의 상업위성이 찍은 것으로 일종의 영업행위여서 국내법상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며 "국가안정보장회의(NSC)가 미국측과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10월 진영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정감사에서 "구글어스는 미국의 주요 국가시설 위성영상은 제공하지 않고 있으면서도 다른 국가의 위성영상은 제공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며 "러시아, 호주 등은 서비스 중단을 촉구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어떠한 호응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구글은 서울 인근의 공군 방공포부대, 진해 해군기지, 서산 공군기지, 강원도 일대의 비행장 등 국내 군사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심지어 공군 방공포 부대의 경우 내부의 지대공미사실 진지와 미사실 배치 현황까지 노출돼 이러한 위성사진 공개는 심각한 국가보안 침해사안으로 등장했다.
이렇게 국가보안 침해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국정원은 미국 정부와 구글 미국 본사에 주요 보안시설 공개를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구글의 보안시설 공개에 대한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 정부와 이를 차단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글이 민간기업이어서 미국 정부도 사진공개를 강제로 차단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국정원은 미국 정부를 통해 '강제 차단' 대신 주요 보안시설에 대한 해상도를 낮추는 방안을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주요 보안시설 모자이크 처리 대가로 1:5000 지도 제공 요구이런 가운데 구글 코리아에서 지명과 지역설명 등이 한글로 표기된 '구글어스 한국판'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해 국정원 등 관계당국을 또다시 긴장시켰다. 청와대와 국정원 등 일부 보안시설과 군사시설에 대해 해상도를 낮추거나 모자이크로 처리하는 등의 보정작업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서비스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구글이 2005년부터 제공하고 있는 구글어스의 한국판 서비스에는 청와대, 국정원 등이 (그대로) 나오고 있다"며 "이때부터 우리 정부가 구글 미국 본사와 미국 정부에 (해당 이미지를 보정처리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협의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7월 구글코리아측은 "올래 말까지 구글어스의 현지화 작업을 마무리짓기 위해 내부적으로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보안시설 처리 문제 등 한국정부기관과 협의를 거쳐야 할 문제가 있어 실제 출시가 언제쯤 이루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23일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정원 등 여러 정부기관들과 논의중"이라며 "구글은 '현지법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법에 저촉되는 범위에서는 서비스를 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구글어스의 한국판 출시 일정에 대해 "말해줄 수 없다"며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말한 단계도 아니고 예측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글측이 주요 보안시설을 모자이크로 처리해 달라는 국정원의 요청을 수용하는 대가로 1:5000의 대축척 전국지도를 무상으로 제공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양측의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국정원은 구글의 제안을 받아들여 국토지리정보원에 국가전략지도에 해당하는 1:5000 대축척 지도를 구글측에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지도를 제공할 권한을 갖고 있는 국토지리정보원측은 "요청이라기보다 국정원과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오마이뉴스>의 취재결과, 국립지리정보원이 '지리정보 해외유출의 문제점'을 들어 지도제공을 거절하자, 국정원은 보안과 직원을 통해 "국정원장이 결정한 사안이고 곧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라면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의 관계자는 "국정원이 청와대 등 주요시설물이 구글어스에 노출되어 있는 것을 해결한다는 이유로 1:5000 지도를 제공하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며 "그런데도 확인되지 않은 국정원장 결정사안이나 국무회의 상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토지리정보원을 압박하는 것은 구시대적 월권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토지리정보원의 한 관계자는 "압박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약간의 의견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국정원은 국가안보를, 국토지리정보원은 데이터 제공을 맡고 있어 서로 처지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국정원도 "국가기관들끼리 서로 협조할 사안이지 압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국토지리정보원 "국토정보가 빠져 나갈 경우 유·무형 피해 고려해야"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주요 보안시설의 모자이크 처리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구글측의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만 유독 전국지도 제공을 조건으로 협상을 벌였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게 1:5000의 대축척 전국지도를 제작하는 국가라는 점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지리정보원 한 관계자의 얘기다.
"1:5000 지도는 우리나라 지표면에 있는 상세한 정보가 담긴 지도다. 공공기관, 병·의원, 학교, 호텔 등이 다 나와 있고, 군사시설 등은 삭제된 상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1:25000나 1:50000 등 소축척 지도를 주로 만들고 있다. 1:5000와 같은 대축척 지도를 만드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할 정도다."
결국 1:5000 대축척 전국지도를 구글에 제공한다고 할 때 보안문제는 물론이고 국토지리정보라는 국가전략정보가 유출된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국토지리정보원측도 "국토정보가 외국에 빠져 나갈 때 발생하는 유·무형적인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며 "한마디로 내 정보를 남에게 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저런 영향을 고려해 검토를 반복하고 있다.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현재 국내 산업과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외국 업체에 유출되는 것에 따른 영향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더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구글은 일반적으로 (인터넷) 서비스 기업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통계청, 국정원을 직접 접촉해 통계, 지도 등 국가기간에 해당하는 전략적 정보를 사들이거나 제공받으려 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이는 한국 시장에서의 약세를 극복하려는 산업적인 시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구글에 이들 정보가 제공될 경우 단지 관련산업에 피해를 주는 수준을 넘어서 국가전략정보들이 미국에 노출되는 문제점이 있다.
최근 전직 CIA 요원 로버트 데이비드의 증언에 따르면 구글은 이미 CIA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기 때문에 구글에 제공되는 한국의 전략지도나 국가통계는 미국 정부기관이나 다른 미국 업체에 공유될 가능성이 크다.
관련기관들이 구글의 우호적인 이미지 때문에 구글의 요구가 가지고 있는 심각한 측면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리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 등을 헤아려 관련업체들의 의견도 수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지리정보원측도 "(다음 등) 포털사이트, 콩나물 등 여러 관련업체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글코리아측은 "단언할 수 없지만 구글의 철학이 '사악하지 말자'라는 점에서 (한국에서 제공한 지리정보가) 미국 정보기관이나 다른 기업으로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며 "게다가 논의중인 상황에서 미래의 일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일축했다.
관련업체 이구동성 "1:5000 지도는 쉽게 넘겨줄 수 없는 지도"관련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구글에 지도제공을 해서는 안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음, 엠엔소프트, 콩나물 등 관련업체들은 지도제공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토지리정보원을 방문해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사는 "과거 2003년 미군이 당시 측량법 기준을 어기면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S사를 통해 6억5000만원에 획득한 지도가 1:25000과 1:50000인 데 비하면 구글이 요구하는 1:5000지도는 쉽게 넘겨줄 수 없는 수준의 지도"라고 우려했다.
A사는 ▲영토주권·경제주권·정보주권의 침해 ▲NGIS 사업을 통해 구축된 중요한 지적재산의 유출 ▲IT, GIS를 비롯한 관련산업의 피해 ▲국내 공간정보 유관산업의 성장 저해 ▲지명오류문제(일본해 시정 불가 원칙) ▲통계 등 다른 기간정보 유출 가능성 등을 들어 '지도제공 불가' 판단을 내렸다.
A사는 "구글이 확보한 대한민국 지도 데이터는 다른 미국 기업에도 콘텐츠로 판매, 제공될 수 있기 때문에 구글에게 1:5000 지도를 제공하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국토지리정보원이란?] 세계에서 드물게 대축척 지도 보유 |
국토지리정보원(원장 손봉균)은 건설교통부 산하 기관으로 명실 상부한 우리나라의 '국토정보 종합 관리기관'이다. 이 기관은 국토정보화 전략계획 수립 등 국가전략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데다가 국토정보의 디지털 시대를 맞이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측량 및 지도제작과 관련된 기본정책과 제도를 종합적으로 수립·운영하고 있다. 국가 기본측량, 항공사진·위성영상 측량 및 국토기본지형도 제작 등 각종 지리정보를 생산·관리·보급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아울러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 1995년부터 본격화된 '국가지리정보시스템(NGIS)' 구축을 위해 전 국토에 대한 정밀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5000(전국), 1:1000(일부 지역) 등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대축적 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지리정보원 및 건설교 통부는 지리 정보 및 지도에 관한 배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지도는 측량법 24·25·27조에 따라, 국토지리정보원장·건설교통부 장관의 사전승인 없이는 지도 복제와 국외 유출 등을 금지하고 있다.
가령 측량법은 국가안보·국방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경우나 복제물이 상업적으로 이용될 경우, 지도 복제와 해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최고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한편, 국토지리정보원의 기원은 미군 당국의 요청과 육군의 건의에 따라 1958년 4월 18일에 창설된 국방부 산하 지리연구소(대통령령 1363호)이다.
지리연구소는 1961년 2월 15일 내무부 국립건설연구소(측량과·지도과)로 이관될 때까지 운영됐다. 국립건설연구소는 측지(토지를 헤아려 잼)업무를 담당하는 최초의 공식기관으로 측량·지도제작·지명조사 및 측량법의 기초업무를 수행했다.
이어 1974년 11월 1일 국립건설연구소의 측량 업무는 건설부 국립지리원의 독립기구로 이관됐다. 이 기구는 1981년 11월 2일 축소 조정되었다가 이후 1994년 건설부와 교통부의 통합으로 건설교통부 국립지리원으로 개편됐다.
현재와 같은 명칭은 지난 2003년 7월 26일 건설교통부와그소속기관직제중개정령(대통령령 제18067호)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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