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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뉴스에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산간 지방인 장수 지방에 첫눈이 내렸단다. 그런데 이곳 전주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첫눈이 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집사람은 첫눈이 내렸다는 보도에 방방 뜬다. 첫눈이 내리면 눈을 맞으면서 하염없이 걷고 싶단다. 상기된 표정을 바라보면서 내 마음을 바라본다.

 

눈이 내리고 있는 화면을 바라보면서 즐겁고 신나는 마음보다는, ‘얼마나 추울까?’라는 생각이 앞서게 된다. 삭풍의 혹독한 바람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런 마음이 앞서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각을 통해 감지하는 눈에도 몸이 움츠려 드는데, 청각적으로나 피부로 느낄 때에는 더욱더 끔찍할 것이 분명하다.

 

“당신은 정말 늙었군요.”
“늙어?”
“낭만이라고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으니―.”
“허- 참.”

 

집사람의 표정에는 측은함이 가득 넘쳐나고 있었다. 몸은 비록 세월에 어찌할 수 없을지라도 마음만큼은 살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몸부터 사리고 있어 딱하다는 얼굴이었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온몸에 박히니, 그것 또한 쉽지가 않았다. 퉁명스러운 시선으로 방어벽을 쌓고는 출근하였다.

 

오전 내내 내리던 비도 지쳤는지, 개었다. 한구석에 코스모스 꽃이 보인다. 가는 가을이 아쉬웠는지, 활짝 피어 있었다. 겨울의 힘이 미치고 있음에도 초록을 잃지 않고 있었다. 홀로 우뚝한 모습을 하고 있는 꽃이 그렇게 당당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하얀색 분홍색으로 장식을 하고서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그렇게 청초할 수가 없다.

 

겨울에 당당하지 못하고 움츠리고 있던 마음에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코스모스 꽃은 신선함과 생동감을 불어 넣어주고 있었다. 한줄기 따스한 빛으로 자연의 평화를 창조해내고 있었다. 겨울의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내 마음을 온화하게 감싸 안아줌으로써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고 하였던가? 코스모스 꽃을 통해 마음의 눈을 뜨게 되니, 세상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다. 삭풍의 위력이 사라지고 신나는 겨울이 다가오는 것이다. 추위 정도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되니, 가슴이 펴진다.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펴지면서 당당하게 겨울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겨울은 추위 때문에 소극적이고 정적인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는 통념을 가지기 쉽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역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계절이 아닌가? 춥다고 방 안으로만 향하게 되면 더욱더 행동은 제한적이고 정적이 되고 만다. 그러나 당당하게 맞서면 상황은 달라진다.

 

집사람의 생각처럼 눈 속을 하염없이 걷게 되면 얼마나 멋질까? 눈을 즐기게 되면 추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찰 것이 분명하다. 온몸에서 발산하는 더운 열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신나게 겨울을 즐길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겨울은 결코 생활하는데, 장애가 되는 계절이 아니다. 열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코스모스 꽃을 통해 생각을 바구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집사람이 실망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집안에서 살림만 하면서 겪게 되는 고통을 삶의 열정과 낭만으로 극복하고 있는데, 그런 마음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다. 퇴근할 때에는 집사람이 좋아하는 장미꽃을 한 다발 사 가지고 들어가야겠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완주군에서 촬영


태그:#첫눈, #삶,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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