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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찬양팀 '천둥' 공연 국악찬양팀 천둥' 의 공연은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되었고 많은 박수갈채와 함께 앵콜이 터져나왔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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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8일)는 기독교가 정한 추수감사주일입니다. 각 교회들은 저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배를 드렸습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 산동네에 위치한 저희 교회에서도 감사예배를 드린 후 교인들뿐만 아니라 이웃들을 초청하여 떡과 음식을 나누는 잔치를 벌였습니다.

 

오후 예배는 짧게 드리고 음악축제로 대신했습니다. 교회 내의 각 찬양대와 찬양팀들이 모두 참가한 축제 한 마당이었지요. 그런데 예년과 다른 모습은 마지막 순서에 하이라이트로 국악버전이 등장한 것입니다.

 

다른 찬양팀들의 순서가 모두 끝나고 드디어 국악찬양팀 '천둥'이 등장했습니다. 천둥이라는 이름은 대원들의 합의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국악팀의 이미지와 어울리고 우리 정서에도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둥, 둥, 둥, 둥, 덩 덩 덩덩 따따! 덩따따 쿵따쿵, 따쿵따따 쿵따쿵! 쿵따따따
허이! 허이! 허이! 허이! 읏 짠 짜짜!  깨갱 깨갱, 지잉~~~

 

북소리, 장구소리, 꽹과리와 징소리. 예전에는 교회 안에서 절대로 들어볼 수 없었던 소리가 쿵쾅! 쿵쾅! 울려 퍼졌습니다.

 

그동안 거의 대부분의 교회들은 서양음악과 서양악기만을 선호하고 우리 국악이나 우리 소리를 무속의 소리라고 금기시 해왔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우리 기독교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것, 우리 문화, 우리 소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자각이 일기 시작한 것입니다.

 

드디어 우리 교회에도 국악찬양팀이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소망하던 일이었지요. 주일 오후 예배 후에 2시간씩 사물놀이 전문국악인 한종아씨의 지도를 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대원들의 나이는 거의 대부분 50대와 60대로 여성 9명과 남성 3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차 목표는 추수감사주일에 첫 공연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기초부터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소화해내는 일은 상당히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그 첫 번째 목표가 대원들의 열성으로 드디어 어제 결실을 맺게 된 것입니다. 어제의 축제는 계획을 세우고 진행까지 제가 앞장을 섰습니다. 교회에서 금기시하는 새로운 문화를 도입한다는 부담과 책임감이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은 계획단계에서부터 토요일 밤 총연습을 한 때까지 상당한 고심을 했습니다. 만일 성공하지 못하게 되면 모처럼 서양문화와 서양음악 일색의 교회에 도입하려고 했던 우리 문화와 우리 가락이 좌절되고 말 수도 있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그런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음악축제는 시작부터 열기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저와 파트너의 복장이 한 몫을 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전통 사물놀이복에 머리에는 연초록색의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 스스로 홍익교회 "돌쇠"라고 소개를 했고, 파트너도 같은 복장에 머리 귀퉁이에 우리 전통의 작은 패랭이 모자를 쓰고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인들은 처음에는 국악팀에게 별로 기대를 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배우고 연습하는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막상 무대에 오른 국악팀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월등한 기량으로 작품을 잘 소화해냈습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관중들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졌고 마침내 공연이 끝나자 “앵콜!” “앵콜!”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정말 대단한 환호였지요.

 

그러나 이걸 어쩝니까? 앵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겨우 작품 하나를 만들어 공연에 임했는데 앵콜준비를 어떻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찬양 한 곡으로 앵콜에 답하기로 했습니다. 찬양곡도 우리 가락의 “좋은 일이 있으리라”라는 곡이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국악의 열기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급기야 권위의식이 강한 나이든 장로님들과 목사님까지 모두 무대 앞으로 나오고, 모든 교인들이 일어서서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 가락에 맞춰 춤을 덩실덩실 추는 것이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얼쑤!” “조오타!”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역시 우리 가락 우리 문화가 우리 정서에 얼마나 잘 어울리고 흥겨운지를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대성공이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교회에서는 우리 가락이 확실하게 한 자리를 차지할 것 같습니다. 덩기덕 덩 다다다, 얼쑤! 우리가락 한 마당에 같이 어울려보실래요?


태그:#이승철, #국악찬양팀, #천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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