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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얼마 전 서울의 한 잡지사로부터 뜻하지 않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월간 <좋은생각> 편집팀 기자로부터 받은 '원고 청탁'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등단 이후 그동안 각종 문예지를 비롯하여 사보 등에서도 원고 청탁을 자주 받아왔으나 선뜻 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바쁜 일선 경찰관으로서 글을 쓰는 일과는 정서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주어진 일에도 시간을 쪼개야 하는 처지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마땅한 글감이 없는 데도 청탁에 못이겨 머리를 억지로 짜내야 하는 글은 쓰지 않겠다는 평소 소신 때문이지요. 그런 글은 꼭 써내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고요.

기꺼운 마음으로 원고청탁에 응했던 사연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좀 달랐습니다. 글을 청탁하는 기자의 깍듯하면서도 정중한 예(禮)와 전업 작가가 아닌 처지에서 글을 쓰는 사람의 고충을 헤아리는 인정 어린 배려, 그리고 간곡함이 묻어나는 '청탁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로지 '좋은 잡지'를 만들고자 하는 기자의 남다른 '정성'과 '인간적인 따뜻함'으로 느껴져 거절하기 어려웠습니다.

더구나 기자의 이런 말 한 마디에 '긍정의 답'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부담을 느끼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선생님이 쓰신 글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렇게 자연스럽게 써 주시면 됩니다. 주제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주시면 됩니다. 자세한 청탁서는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우선 전화로 의사 타진을 한 뒤에 메일을 곧바로 보내주었습니다. 메일 내용에는 필자의 마음을 더욱 움직이게 하는 요소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동안 받아 보았던 여느 청탁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따뜻한 요소'가 담긴 청탁서이기에 기꺼이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각별한 인정이 느껴지는 원고 청탁서 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따뜻한 요소'가 담긴 청탁서이기에 기꺼이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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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선생님께 

월간 <좋은 생각> 편집팀에서는 2007년 12월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부탁드리는 글은 '오늘의 만남'이라는 에세이 코너에 실릴 글입니다.

1992년 8월에 창간한 <좋은 생각>은 지난 15년 동안 한결같이 밝고 긍정적인 삶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전함으로써 더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와 뜻을 같이 하는 독자가 날로 늘어나 <좋은 생각>은 학생들을 비롯해 교사, 회사원, 주부, 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에게 널리 읽혀지고 있습니다. 이에 윤승원 선생님의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밝고 재미난 이야기, 편안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싣고자 합니다.[하략]

'편안하고 따뜻한 이야기' 싣는다는 말에 더욱 이끌려

무엇보다 '편안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싣고자 한다는 청탁서의 한 구절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편안'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는 사람의 마음을 왠지 넉넉하게 하는 묘한 속성이 있습니다.

일선 경찰관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일상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소재로 글을 쓰는 것은 필자가 우선 부담을 느끼지 않아 '편안한 일'이거든요.

<좋은 생각>이란 월간지를 저는 도서관에서 가끔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잡지사로부터 뜻하지 않게 이런 원고청탁을 받고 보니 더욱 반갑고 한편으론 영광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일에 제백사(除百事)하고 글을 써서 원고 마감일보다 앞당겨 송고했습니다. 현학적인 글은 본시 생리에 맞지 않으니, 평소 살아가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꾸밈없이 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가족'이란 주제를 택해서 최근에 신세대 대학생 아들과 함께 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글에 담았습니다.

뜻하지 않은 선물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퇴근을 하니, 아내가 유난히 밝은 얼굴로 "잡지사에서 특별한 선물이 왔어요!" 하면서 택배 물건을 건네주는 것이었습니다.

 택배 속에는 아내가 더 좋아하는 물건이 들어 있었다.
▲ 뜻하지 않은 선물 택배 속에는 아내가 더 좋아하는 물건이 들어 있었다.
ⓒ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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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상단에는 '문화관광부 선정 2007 우수잡지'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책갈피 속에 들어 있는 기자의 예쁜 편지글이 '정성'으로 느껴졌다.
▲ '아름다운 사람들의 밝은 이야기' 라는 부제가 붙은 '좋은 생각' 12월호 표지 상단에는 '문화관광부 선정 2007 우수잡지'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책갈피 속에 들어 있는 기자의 예쁜 편지글이 '정성'으로 느껴졌다.
ⓒ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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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청탁했던 기자가 필자에게 정성들여 보내준 책(증정본)에는 친필로 쓴 이런 예쁜 그림엽서도 들어있었습니다.

"보내주신 글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실어 12월호를 만들었습니다. (중략) 한 해 넉넉한 마음으로 잘 마무리하시고, 늘 건강하세요.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좋은 생각> 이ㅇㅇ 드림"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좋은 생각만 하는 행복한 우리집'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하얀 수건과 '좋은생각'이란 로고가 새겨진 고급 양말 두 켤레, 그리고 따뜻한 색상의 겨울 목도리도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좋은 생각만 하는 행복한 우리집'이 새겨져 있었다.
▲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 '좋은 생각만 하는 행복한 우리집'이 새겨져 있었다.
ⓒ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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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좋은 생각'이란 로고가 새겨져 있다.
▲ 따뜻한 색상의 '겨울 목도리' 여기에도 '좋은 생각'이란 로고가 새겨져 있다.
ⓒ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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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에는 모두가 빠짐 없이  받는 이의 기분을 좋게 하는 '의미있는 글귀'가 들어 있었다.
▲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라는 문구가 들어 있는 고급 양말 선물에는 모두가 빠짐 없이 받는 이의 기분을 좋게 하는 '의미있는 글귀'가 들어 있었다.
ⓒ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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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선물을 내게 각별히 보내준 까닭은 무엇일까?'

온라인으로 고료를 송금해 주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이런 따뜻한 마음이 담긴 선물과 손수 쓴 예쁜 편지 글을 책갈피에 넣어 보내준 기자의 각별한 뜻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글을 쓰기 쉽지 않은 일선 경찰관 신분의 필자이기에 특별히 보내준 귀한 선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좋은 가정'을 만드는 데 더 없이 '소중한 선물'

'좋은 생각만 하는 행복한 우리집'이란 로고가 새겨진 수건을 사용할 때마다, '좋은 생각'이란 로고가 새겨진 양말을 신을 때마다, 또는 '좋은 생각'이란 글자가 새겨진 목도리를 목에 두를 때마다 아무리 속이 상해도, 스트레스를 받아도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 나름 대로 노력할 것을 다짐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선 경찰관의 직무 환경은 거칠고 삭막합니다. 직장에서 심신이 고단하면 가정에서도 '밝은 생각'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나의 처지를 생각하여 잡지사에서는 특별히 글을 청탁하여 싣고, 의미 있는 선물까지 정성들여 보내주었으니, 올해 필자에게는 가장 의미 있는 선물이 되었습니다.

독자들에게 '좋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책을 만드는 가장 큰 목적이라면 이런 선물을 받은 필자로서는 '좋은 가정'을 만드는 데 더 없이 '좋은 물건'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가 말했습니다.

"수건에 새겨진 '좋은 생각만 하는 행복한 우리집'이란 말이 참 좋네요. 날마다 이런 '좋은생각'만 하고 산다면 우리집은 앞으로 얼굴 찡그릴 일이 없겠네요." 

군 복무하는 아들에게 '연말 위문품'으로 보내고 싶어

아내 만큼이나 기분이 고조된 나도 한 마디 대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 얼마나 좋겠수. 가급적이면 얼굴 찡그리지 말고 살아야지! '좋은 생각'이 새겨진 이 물건을 사용하면서 심리적으로 '자기 체면'에 걸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게다가 '좋은 생각'이 가득 담긴 책을 함께 읽으면 더욱 아름다운 생각만 품게 될지도 몰라 !"

가정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들을 전혀 알 길이 없는 아들도 있습니다. 추운 전방에서 군 복무하는 '소대장 아들'입니다. 아비의 이런 사연과 함께 읽을 거리가 그 어느 달치보다 풍성한 이 책을 '연말 위문품'으로 보내주면 소대원들과 함께 돌려 보면서 도란도란 따뜻한 이야기 꽃을 피우리라 믿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보람을 느끼는 현직 경찰관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입니다. 틈틈이 글을 써 오면서 1990년 등단 이후 <삶을 가슴으로 느끼며> <덕담만 하고 살 수 있다면> <우리동네 교장선생님> <부자유친> <아들아, 대한민국 아들아> 등 수필집을 펴낸 바 있습니다. 2001년 경찰문화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평범하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청촌수필]http://cafe.daum.net/ysw2350


* sbs블로그에도 소개합니다.



태그:#좋은 생각, #잡지, #선물, #원고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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