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선은 끝났다? 이른바 범개혁 진영에 패배주의 그림자가 깔려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다시 한 번 더"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가치과 비전 경쟁을 통한 후보단일화를 통해 대선 의미를 회복하고 과거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선택을 호소하는 목소리다. 지난 13일 강금실 전 장관에 이어 박주현 전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이 글을 보내왔다. 박 전 수석은 현재 시민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편집자주>

자신이 민주개혁세력 혹은 진보개혁세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견디기 힘든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기간 동안 1인당 국민소득은 6천불에서 2만불로 늘었다. 10년간 3배 이상 늘었으면 경제를 상당히 잘했다고 봐야 한다. 집값불안과 고용불안을 해소하지 못한 책임이 있으나, 은평뉴타운 강남재건축 등으로 집값 불안을 부채질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고용불안의 근원을 만든 외환위기를 초래한 한나라당에게 반사이익이 간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국민이 지겨워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언론이 4년 반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았던 네거티브 신공의 위력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했고 잘못했고를 떠나 그냥 싫은 정서적인 거부 상태로 만들었고, 그 미움은 그대로 받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본다. 물론 길이 없는 건 아니다. 국민이 보수진영의 후보를 더 미워하게 되는 일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일어난다면 덜 미워서 선택받는 결과가 될 수도 있겠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는데, 피하지 말고 감내하였으면 좋겠다. 이왕 미움을 받을 것이면, 국민이 한점의 여한도 남지 않을만큼 완벽하게 미움을 받아야 한다. 완벽하게 미움을 받는 방법은 개혁진영이 모든 최선의 노력을 다한 뒤 그래도 거절을 당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노력은 완벽한 연대다. 분열되어 있으면서 패하면 스스로 분열로 패한 것이지 국민의 심판을 받아 패한 것이 아니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국민은 아직 미움과 심판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개혁진영이라 함은, 2002년 대선 이후 분열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창조한국당과 민주노동당, 시민사회를 모두 포함한다. 나는 아니다, 나는 다르다, 나는 책임이 없다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은 같은 진영으로 본다.

 

지지율이 동반상승, 동반하락하는 것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으며, 국민이 후보단일화의 대상과 연대의 대상을 정확하게 그렇게 거론하고 있다면 국민의 시각을 상식이라 여기고 그대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선거연합 혹은 연립정부를 시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믿고 싶고, 실제로 믿는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정체성도 다양해지는데, 선거구도는 양자구도만을 허락한다. 특히나 결선투표제도 없고 빈약한 비례대표에 소선거구제인 우리나라에서는 양자구도 외에 현실적으로 개혁진영이 짤 수 있는 구도는 없다.


다양한 정체성과 양자구도를 결합할 수 있는 방법이 선거연합이고 연립정부다. 선진국들이 대체로 그렇게 하고 있다. 1등과 2등이 결합하는 것은 독점이 되어서 사회정의에 반하지만, 3등과 4등이 연대하는 것은 소수자연합으로서 사회정의에 부합한다.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한 노무현 대통령이 오만의 소치였다고 반성한 것은 전자의 예이며, 97년의 DJP연합이 나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후자의 예다. 그런데 DJP연합은 가치지향이 다른 보수진영과 개혁진영간의 부자연스런 연합이었다.


보수진영의 후보가 1,2위를 하고, 개혁진영의 후보가 3,4,5,6위를 하는 현재의 상황은 ‘가치지향이 비슷한 소수자연합’이라는 가장 바람직한 연대를 시도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리도 선진정치처럼 각 세력이 다양한 정체성을 지키면서 선거연합과 연립정부를 시도해볼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속에 주어진 절호의 기회다.


통합신당은 평화경제, 민주당은 지역경제, 창조한국당은 사람경제, 민주노동당은 노동경제라는 각자의 색깔을 유지한 채, 남북대결과 가진자 중심의 경제를 지양한다는 큰 틀 안에서 정책연합과 후보단일화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사실 각 당의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들 중에는 후보 스스로도 실수였다고 생각하고 버리고 싶은 공약들이 있을 것이다. 지지자들이 생각하기에 일관성이 없고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공약들도 있다. 보수진영과 구별되는 부동산정책, 교육정책, 기업정책, 통일외교정책, 세금과 재정규모, 투명성 등을 중심으로 함께 모여서 각자 내놓은 공약들의 최대공약수를 도출하는 정책연합과정은, 국민은 필요한 공약을 선택하고 후보는 불필요한 공약을 버리는 쓸모있는 절차가 될 수 있다.

 

후보단일화는 철저하게 지지자와 국민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초월적인 리더십을 행사해서 상황을 강제 정리하는 것은 우리가 독재를 거부하고 민주화를 택한 이상 불가능하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되 선택은 국민에게 맡기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다.

 

따라서 내 중심의 단일화만을 수용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단일화는 모두가 자기중심을 버림으로써 각자가 더 큰 결과를 얻기를 희망하는 과정이므로, 내 중심을 앞세워 모두가 작은 현실에 안주하는 길로 가서는 안된다. 한마디를 덧붙인다면, 무슨 남자들이 그렇게 새가슴인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큰 것을 얻으려고 하는가.

 

단일화과정을 지지자와 국민의 선택에 맡긴다는 것은, 연합의 대상이 되는 후보들이 국민 앞에서 충분히 토론하고 국민의 의사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룰에 합의하는 것이다. 대체로 3~4번의 TV토론회 직후에 모바일 여론조사를 하고, 마지막 일반 여론조사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합의한다면 크게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얻을 것도 없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지빠귀가 우는 시간이 있고, 뻐꾸기가 우는 시간이 있다. 후보단일화는 후보등록 이전에 해야 한다. 연합후보간 TV토론회가 가능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개혁지지자들이 연합된 힘을 모아 한 판을 벌릴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지지자들은 판이 정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대선을 코앞에 두고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우리국민이 아무리 역동적이라지만, 같은 진영의 후보들이 힘을 모으기는커녕 상대를 폄하하면서 지지율 뺏기 치킨게임을 계속하는 것은 지지자들을 극도의 스트레스로 몰아넣는 무례한 행동이다.

 

그래도 미움을 받을 때 버림받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한다. 버림받지 않으려면 미움받을 때 더 잘해야 한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냉소적이거나 패배주의에 빠질 권리가 우리에겐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니다, 나는 다르다, 나는 책임없다며 오만하게 회피하지 말고, 직간접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면 책임지는 자세로,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면 대속양이 되겠다는 자세로 겸손하게 민주개혁지지자들 앞에 함께 무릎을 꿇어야 한다. 그리고 조용히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결국 어떤 이를 개혁진영의 대표주자로 세울지 어떤 이를 대통령으로 세울지, 의사봉은 국민이 쥐고 있다.  


태그:#단일화, #범개혁진영, #범여권 단일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