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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 금방 도망간 사람이 관리실장이야!"
"난 국회의원이랑 상관 없어!"

 

지하 3층에서 추격전이 벌어졌다. 검은 색 가죽 재킷을 입은 사람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자 급히 비상 계간으로 올랐다. 한 무리의 사람들 중 일부가 그를 쫓았지만 허사였다. 뜀박질 소리만 들릴 뿐 복잡한 빌딩 내부에서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지하 3층 대명기업 사무실 앞에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쫓는 자'는 대통합민주신당 클린선거대책본부 소속 이종걸·이원영·이상경·정성호 의원과 당직자들이었고, '쫓기는 자'는 대명기업 관리실장이었다.

 

의원들은 이명박 후보의 아들이 대명기업에 근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무실을 급습하던 참이었다. 지난 9일 이 후보가 딸과 아들을 자신의 회사에 '유령 직원'으로 등재해 8800여만원을 지급하고 천만원 이상을 탈세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의원들의 첫 현장방문이었다.

 

대명기업 직원들은 휴대전화도 놓고 어디에 간 것일까?

 

하지만 관리실장의 도망으로 의원들은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의원들은 "관리실장이 도망간 것 자체가 이명박 후보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증명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12일 많은 기자들에게 "이 후보의 아들 이시형씨가 출근을 했다"고 당당히 말하던 관리실장의 도망은 의혹만 증폭시켰다.

 

사무실에는 관리실장 뿐 아니라 다른 대명기업 직원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보일러실 옆에 위치한 사무실은 임시로 만들어졌는지 벽에는 벽돌모양의 시멘트 자국이 선명했다. 사무실에서는 큰 창으로 보일러실의 모습이 보였다. 사무실은 매우 협소해 의원들과 기자 몇 명이 들어가자 가득 찼다.

 

사무실에서 의자에 걸쳐있던 직원들의 옷에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려댔다. 대명기업 직원들은 휴대전화도 놓고 어딜 간 것일까? 사무실 중앙에 놓인 탁자에는 신문들이 쌓여있었다. 켜져있던 컴퓨터 모니터에는 대명기업 관련 기사가 나열돼있었다. 검색어는 대명기업이었다.
 
의원들은 발길을 돌려 빌딩 5층으로 향했다. 5층엔 이씨의 사무실로 알려진 곳이 있다. 5층에는 4개의 변호사 사무실로 이뤄졌다. 그 사무실 사이에 변호사 사무실 유리문과 어울리지 않는 철문 하나가 있었다.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어떠한 팻말도 없었다.

 

 

아들이 창고에서 근무? "아버지가 수백억 대의 자산가인데!"

 

의원들은 주변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이곳이 이 후보 아들의 사무실인지 물었다. 한 사무실에서는 "빈 방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건물주 아들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변호사 사무실 사이에 공간은 매우 협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원영 의원은 "수백억 대의 자산가인 아버지가 건물 관리를 시킨 게 말이 되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정경호 의원은 "고소득 임대 업자의 가장 전형적인 탈세 수법"이라고 외쳤다.

 

이종걸 의원이 다른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갔다. 이 의원이 "저기 문으로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일한 지 2년 됐다는 한 직원이 이렇게 답했다.

 

"모르겠다. 문만 달려있는 것 같고, 한번도 (사람 드나드는 걸) 본 적은 없다. 가끔 문 여는 소리가 들리는데, 창고로 알고 있었다. 저기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의원들은 영포빌딩 앞에서 "(조사 결과) 이명박 후보의 해명은 거짓이었다"며 "전면적, 엄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이날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원영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녀를 위장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소득세·증여세 탈루, 업무상 횡령 등 조세포탈 혐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지도자라는 분이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적인 사욕을 취한 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 "이 후보의 아들이 2006년 6~12월까지 모 증권사의 계약직 아르바이트로 근무했다"며 "3~7월 건물관리직으로 등재돼 월급을 받으면서 외국계 금융기관에 다녔다"는 신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나 대변인은 이어 이 후보의 딸이 외국에 나가있는 동안 월급을 받은 것과 관련 "이 후보가 세금 등 문제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조치하라고 지시했다"며 "현재 실무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태그:#이명박 탈세, #유령 직원 등재, #이명박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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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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