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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되어야 할 도시행정에 불만은 쌓여간다.
▲ 재건축만 능사일까 ? 재고되어야 할 도시행정에 불만은 쌓여간다.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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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 조차 없다.
<누가복음 9: 58>

도시의 '재개발'과 '재건축'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대개 주택법에 무지한 서민층은 잘 알지 못한다. '재개발'은 정부에서 살고 있는 현 세대주에게 이사비용을 지급하고, '재건축'은 주민등록상 기재된 세대주에게 이사비용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이러한 현행의 주택법을 잘 알고 있지 못한 부산 해운대구 중2동의 주공아파트 세입자들은 커다랗게 이사비 신청이라는 현수막을 보고, 재건축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공연히 얼굴을 붉혀 나온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하기로 해서, 실제 아파트 소유주만 이사비용을 받아갈 수 있다. 주민등록상 세대주로 기입된 세입주들은 이사비용을 받을 수 없다.

이사비용을 받지 못하는 세입주들은 턱없이 많은 이사비용에 울고 있다
▲ 재건축으로 인해 경제적 이득을 본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이사비용을 받지 못하는 세입주들은 턱없이 많은 이사비용에 울고 있다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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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공아파트는 지은지 근 30년이 넘었다. 당시 외국차관을 빌려서 지은 아파트라 여느 주공아파트와 다른 AID 주공아파트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건립 당시 이 아파트는 부산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아파트였다. 그러나 이제는 낡고 낡은 서민 아파트중에 가장 오래된 서민아파트가 되었고, 대개 아파트 소유주 보다는 월세나 사글세, 전세로 들어와 살고 있는 가정이 많다.

IMF 이후 집이 압류되거나 가장이 직장을 잃은 세대나 오갈 곳이 없는 독거노인층이다. 정작 이사비용은 현재 살고 있는 세대가 수령되어야 하지만, 세를 놓고 나간지 오래인 집 주인들은, 재건축으로 인한 경제이익을 챙기고도 철거로 인해 관계처에서 나오는 이사비용을 타기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세입자들에게 집을 비우라는 독촉으로 시급하게 이삿짐을 꾸려 이사를 나가면서, 이사비용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당국에 이를 민원으로 제기한 세입자 정영미(가명)씨가 있었다. 그러나 당국에서 받은 회신은, 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아파트 소유주들의 재건축 사업이라는 무성의한 답변만 받았을 뿐이다.

철새처럼 하나 둘 떠나가고 있다.
▲ 작지만 나름대로 멋을 부린 서민들의 따뜻한 새 둥지들이 철새처럼 하나 둘 떠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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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층이 넘는 대형 아파트가 건립된다고 한다.
▲ 5층짜리 서민아파트가 헐리고 20층이 넘는 대형 아파트가 건립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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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월세 세입자들은 당장 어디로 이사를 해야할지 막연하고, 이주비에 대한 주장을 아파트 소유주에게 호소해서 구걸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아파트 소유주들은 재건축 사업회의 구성원으로 한 세대에게 이러한 혜택을 주면 다 같이 이사비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있다. 더구나 현재 살고 있는 가격의 월세나 전세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이다.

도로 하나 사이를 둔, 해운대 신시가지의 아파트 경우  대개 전세금만 1억에 가깝고, 겨우 1000-500만원 사이의 보증금에 월세 5-10만원 수준으로 살고 있는 세입자들은 엄청나게 올라 있는 세입금액에 망연자실해 있다.

더구나 돈이 없는 서민층은 아파트 소유주의 인정사정 없이 집을 비우라는 독촉에 가격이 만만치 않은 이사비용을 부담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사삿짐을 꾸려 하나 둘 떠나는 실정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당연한 현상에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가난한 세입자들
▲ 철새들의 날개처럼 찢어진 재 건축 반대의 현수막들 자본주의 사회의 당연한 현상에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가난한 세입자들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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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가난한 월세, 사글세를 살던 서민들이 많았다.
▲ 이 서민 아파트에는 주로 독거노인들이 많고 집 없는 가난한 월세, 사글세를 살던 서민들이 많았다.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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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날아올 철새처럼 날아올 편지들은 없을 것이다.
▲ 빈 새둥지를 연상케 하는 쓸쓸한 우편함들 다시 날아올 철새처럼 날아올 편지들은 없을 것이다.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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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이 비록 작으나마 진실한 친구로써 채울 수 있다면 나는 만족하겠다"고 소크라테스가 말했지만, 집 한 칸 없이 철새처럼 이리 저리 옮겨 다니는 서민들에게는 이런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 쓸모 없는 철학에 불과하다.

해마다 높아가는 전세가격과 해마다 고급화되는 아파트 건립에 월세로 집을 얻어살아야 하는 서민들은 이러한 자본주의의 폭력을 당해도 어디에 호소할 곳도  없다.

현행법에는 전세 보호법이 있고, 서민을 위한 내집 마련 청약저축 등과 정부의 임대아파트 등 여러가지 혜택이 있지만, 당장 하루 벌어서 하루를 먹고 사는 저소득층에게는 이런 혜택조차 '강 건너 불구경'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돈이 없으면 쥐 죽은 듯이 죄인처럼 집 주인의 말 한마디에 이삿짐을 꾸리는 월세입자들에게 이사비용은 당연히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법 이전의 '다 함께 잘 살자'는 사회의 덕목이자, 사람이면 갖추어야 할 기본 양심이 아닐까.

저 가는 저 사람아 네 집이 어디메오
나는 정처없이 간데마다 집이로다
옷 벗어 술 받은 집은 다 내 집인가 하노라.
<무제>-'무명씨'


태그:#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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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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