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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강동원은 여전히 잘 생겼고, 주연배우 이연희 역시 깜찍하고 예쁘다. 함께 출연한 공효진은 나날이 연기가 늘어간다.

전무송, 송영창 등 탄탄한 조연들 역시 큰 힘으로 영화를 받쳐주는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럼에도 뭔가가 빠져있다. 그게 대체 뭘까?

이명세의 신작 < M >을 봤다. 시끌벅적 화려한 캐스팅과 부산영화제에서의 뜨거운 관심 등으로 상영 전부터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모았던 영화. 그러나,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 했던가. 함께 영화를 본 친구가 묻는다.

"대체 뭘 말하는 건지 너는 알겠냐?"

아래는 그 친구의 의문에 관한 내 나름의 답변이다. 영화 < M >이 빼먹고 있는 것 3가지에 관한.

첫째. 내러티브의 상실이다. 전위적 실험영화라 할지라도 플롯과 스토리는 영화의 기본 중 기본이다. 영화는 혼자 만들어, 혼자 보고, 혼자 울고 웃는 자위수단이 아니다. 현대 대중예술 중에서도 가장 대중친화적인 장르다.

그럼에도 < M >에는 극을 전개시키는 요소인 인과관계가 빠져있거나, 지나치게 흐리다. 인간사회에서 '이유 없는 행위'란 있을 수 없다. 굳이 고루하게 마르크스의 '원인과 결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건 상식이다.

그러나, < M >은 시종일관 몰디브나 코타키나발루 같은 아름다운 풍광을 찍은 엽서사진 혹은,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전위적 그림 같은 화면으로만 일관할 뿐, 그 사진과 그림의 등장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이는 관객을 지나치게 과신하거나 무시하는 처사다. 또한 <M>이 좋은 영화일 수 없는 첫 번째 결격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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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루하고 진부한 소재와 모호한 이미지의 범람도 약점

둘째. 앞 뒤 연결이 불가능한 이미지의 범람이다. 사실 < M >은 영화라기보단 잘 찍은 109분 짜리 뮤직비디오에 가깝다. 카메라는 잘 생기고 예쁜 배우, 거기에 초현대적이고 럭셔리한 공간을 넘나들며 넘쳐나는 이미지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거기엔 연결고리가 빠져 있다. 그래서, 난잡하고 조악해 보인다. 마치 흔해 빠진 이발소 그림처럼.

시각적 이미지만이 아니다. 이연희의 입에서 발음되는 기괴한 화가 모딜리아니(1884~1920)와 소설가를 연기한 강동원이 지향한다는 아일랜드의 거장 제임스 조이스(1882~1941) 같은 '정신적 영역'에서의 이미지 역시 "대체 저 배우가 왜 지금 저 사람 이야기를 하고 있지"라는 의구심을 부른다. 뜬금없기 때문이다. 이런 생경스러움은 앞서 말한 바 전후 맥락이 생략된 이미지의 범람 탓이다.

마지막. 고루한 소재다. 자칫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있어 세세한 이야기는 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세련된 영상'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명세가 왜 난데없이 첫사랑의 기억에 집착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이해할 수 없는 소재 선택은 영화를 '춘향이가 나일론 미니스커트'를 입은 것처럼 불협화음으로 겉돌게 만들었다.

'결국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기억은 사랑'이란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런 변명도 우습다. 지금은 1980년대가 아니다. <하이틴 로맨스>나 <할리퀸 문고>식의 소재라면 요샌 초등학생도 안 읽는다.

하다보니 너무 질타만 한 것 같다. < M >도 분명 미덕이 있는 영화일 것인데. 강동원과 이명세 팬들이 보면 화가 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6천원 혹은, 7천원을 내고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관객은 그 영화에 대해 발언할 권리를 얻는다. 그게 칭찬이건 비판이건. 그건 어느 시대에서나 존중받아야 할 인간의 자유의지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겠는가?

강동원 M 이연희 이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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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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