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시절의 박찬호 박찬호는 LA 다저스에서 데뷔해 8년간 80승을 거뒀다.

▲ LA 다저스 시절의 박찬호 박찬호는 LA 다저스에서 데뷔해 8년간 80승을 거뒀다. ⓒ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6년 동안 꽤 먼 길을 돌아왔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34)가 친정팀 LA 다저스에 전격 복귀한다. 다저스 공식 홈페이지는 9일(이하 한국시각) 'Dodgers bring righty Park back to LA(다저스가 우완투수 박찬호를 LA로 데려왔다)'란 주제로 박찬호의 계약 소식을 실었다.

사실 국내에서는 전날인 8일 박찬호의 계약 소식이 공개됐다. 박찬호는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다저스 입단 사실을 밝혔다. 계약 조건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계약조건이 처음 시작하는 루키와 비슷하다"고 말해 마이너계약임을 짐작케 했다.

궁금증을 자아낸 계약조건은 9일, 보다 정확히 드러났다. 다저스는 박찬호와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자격을 갖춘 마이너리그 계약(a non-roster contract with an invitation to Spring Training)을 맺었다.

박찬호를 나누는 중요한 잣대, 다저스 이전과 이후

박찬호는 다저스에서 데뷔한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다. 다저스는 1994년 미국야구를 처음 경험하는 박찬호를 메이저리그로 전격 데뷔시켜 화제를 낳았다. 박찬호는 120여년의 메이저리그 역사 속에서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17번째 선수가 됐다.

물론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았다. 당시 아마추어 티를 벗지 못한 박찬호에게는 그 벽이 더욱 높았다. 박찬호는 2번의 등판에서 4이닝 5안타 5실점 평균자책점 11.25의 부진을 보인 채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새로운 둥지는 다저스 산하 더블A 팀인 샌 안토니오 미션스였다. 박찬호는 이곳에서 동기생인 대런 드라이포트와 함께 메이저리그의 꿈을 키웠다. 이어 1995년에는 트리플A 앨버커키 듀크스로 승격해 110이닝 동안 6승 7패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 가능성을 보였다. 뽑아낸 삼진은 던진 이닝과 거의 비슷한 101개였다.

이듬해 1996년은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대형선수로 거듭날 잠재력을 선보인 해다. 박찬호는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48경기에 출장해 108.2이닝을 던졌고 삼진을 무려 119개나 뽑아냈다. 평균자책점 또한 준수한 3.64를 기록했다.

다저스는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박찬호를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박찬호는 구단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하며 2001년까지 내리 두 자릿수 승수(14승-15승-13승-18승-15승)를 거뒀다.

2001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갖춘 박찬호는 구단과의 힘겨루기 끝에 FA를 선언했다. 대신 그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6500만 달러(연평균 1300만 달러)의 조건으로 계약했다. 적어도 박찬호에게 있어서 다저스에 대한 추억은 긍정적인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텍사스에서의 실패와 좌절

악몽과도 같은 텍사스 레인저스 이적 박찬호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참담한 실패를 거뒀다.

▲ 악몽과도 같은 텍사스 레인저스 이적 박찬호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참담한 실패를 거뒀다. ⓒ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박찬호는 2001년을 앞두고 장기계약을 추진했다. 당시 그의 에이전트는 선수들의 몸값을 귀신같이 불린다는 스캇 보라스였다. 다저스는 박찬호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장기계약에 따르는 부담을 떨치지 못했다. 당시 오간 계약설은 무려 1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이었다.

하지만 다저스는 박찬호를 1년간 990만 달러에 잡아두는 것으로 만족했고 시즌이 끝나자 FA 시장에서 박찬호에 대한 시선을 거뒀다. 이점은 결정적으로 박찬호에 대한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2001년 박찬호는 허리 부상이 온전치 않은 가운데 무리를 해서 뛰었다. FA를 눈앞에 뒀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만약 박찬호가 시즌이 시작되기 전 장기계약을 했다면 무리를 할 이유도 없었고 갑작스러운 부진이 나타날 확률도 적었다.

2002년 텍사스 유니폼으로 옷을 갈아입은 박찬호는 다저스에서 80승을 올렸던 면모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타자들에게 유리하다고 알려진 텍사스의 홈 구장 알링턴 볼파크(현 아메리퀘스트 필드)는 박찬호를 홈런 공장장(145.2이닝 동안 20피홈런)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울러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리며 규정이닝(162이닝)을 채우지도 못했다.

2003년과 2004년은 부상이 더욱 심해져 메이저리그에서 보기조차 어려웠다. 박찬호는 2년간 고작 23번 등판에 그쳐 고액연봉자로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텍사스 팬들과 지역 언론(댈러스 모닝뉴스, 스타 텔레그램)의 숱한 질타를 받았다. 결국 텍사스는 2005년 7월 31일 박찬호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보내고 내야수 필 네빈을 받아왔다.

샌디에이고에서도 박찬호는 과거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12승을 올린 것까진 좋았지만 평균자책점은 무려 5.74에 이르렀다. 이듬해인 2006년도 136.2이닝을 던져 7승을 올리는데 그쳐 아쉬움을 자아냈다.

특히 2006년은 박찬호가 2001년 텍사스와 맺은 5년간의 장기계약이 끝나는 시점이어서 거취 문제에 비상이 걸렸다. 또 다시 FA가 된 박찬호는 다행히 뉴욕 메츠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연봉은 전년도의 1550만5142달러에 비해 크게 줄어든 60만 달러였고 299만 달러의 옵션이 걸려 있었다. 박찬호의 달라진 위상이 대번에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이렇게 허울뿐인 메이저리그 계약으로 박찬호는 단 한 번의 메이저리그 등판 기회밖에 갖지 못했다. 박찬호는 2007년 처음이자 마지막인 메이저리그 등판을 4이닝을 6안타(2홈런) 7실점의 부진으로 끝냈다. 이에 메츠는 박찬호에 대한 미련을 깨끗하게 접고 그를 방출했다. 천하의 박찬호가 메이저리그도 아닌 마이너리그에서 방출을 당한 것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박찬호는 6월 12일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둥지를 옮겼다. 휴스턴의 산하 트리플A 라운드락 익스프레스 소속으로 뛰게 된 것. 그러나 박찬호는 이곳에서도 2승 10패 평균자책점 6.21로 고전을 면치 못하며 메이저리그 승격기회를 잡지 못했다. 다저스를 떠난 박찬호는 그야말로 악재만 겪었던 셈이다.

부진의 원인, 구위 하락

뉴욕 메츠에서의 아픈 기억 박찬호는 뉴욕 메츠에서 마이너리그 방출이라는 시련을 겪었다.

▲ 뉴욕 메츠에서의 아픈 기억 박찬호는 뉴욕 메츠에서 마이너리그 방출이라는 시련을 겪었다. ⓒ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강속구 투수가 공의 위력을 잃으면 부진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박찬호가 바로 그랬다.

다저스 시절 전성기를 구가했던 박찬호는 시속 90마일 후반(시속 약 150km 이상)의 빠른 공을 구사하는 리그의 대표적인 강속구 투수였다. 강속구를 보조하는 낙차 큰 커브의 위력 또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인정하는 수준급이었다. 박찬호의 커브는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의 낙하 궤적이 워낙 뚜렷해 '폭포수 커브'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런 두 가지 완벽한 조합은 박찬호를 케빈 브라운에 이은 마운드의 2인자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제구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박찬호가 구단의 기대를 받고 성공신화를 썼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2001년과 2002년 부상의 긴 터널을 거쳐 온 박찬호는 과거의 구위를 점점 잃어가기 시작했다. 일단 공의 속도가 시속 10km가량 줄어 150km대의 공을 구경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팔의 각도가 낮아지면서 커브의 위력이 감소했다.

박찬호는 최근 들어 슬러브(커브와 슬라이더의 성격을 고루 갖춘 구종)의 사용을 늘리며 활로를 찾고 있다.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 하락에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구사도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러나 고질적인 제구력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렇게 고단한 분위기 속에서 그가 친정팀인 다저스로 복귀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은 의미 있는 도전이 될 수 있다. 인생사 항상 밝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국가가 부르면 기꺼이 응하겠다"며 현재 대표팀에 기꺼이 합류한 박찬호. 비록 과거의 기량을 보여주기는 어렵지만 국민들에게는 언제나 믿음직한 '맏형' 박찬호가 이제 다저스로 돌아와 상처로 얼룩진 지난 6년을 정리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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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9 18:21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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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LA 다저스 메이저리그 미 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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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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