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장고끝에 대선출마를 결심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7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이 자리에서 "불안한 후보로는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장고끝에 대선출마를 결심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7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이 자리에서 "불안한 후보로는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처절하고 비장한 심정이란다. 이회창 후보의 말이다. 딴은 그럴 만도 하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온 몸으로 자신을 밀어준 언론들로부터 ‘쿠데타’란 험한 소리까지 듣고 있지 않은가. 얼마나 ‘처절’하고 ‘비장’하겠는가. 

그럼에도 후보로 나선 까닭이 있다. 정권 교체다. 그런데 생게망게한 일이다. “좌파정권 교체”를 부르댄다. 그것도 10년 좌파정권을 종식하잔다.

결론부터 명토박아둔다. 이회창, 그가 교체할 정권은 지상에 없다. 그가 교체하겠다고 나선 것은 유령이다. 대한민국에는 오늘 이 순간까지 어떤 좌파정권도 들어선 일이 없다. 아니, 좌파와 비슷한 정권마저 들어서지 못했다.

유령을 교체하겠다고 나선 이회창과 이명박

기실 이회창만 뜬금없지 않다. 없는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후보가 더 있다. 주미대사 앞에서 언죽번죽 ‘친북좌파 대 보수우파 대결’을 주장한 이명박을 보라. 그 또한 없는 유령정권을 들먹였다. 친북좌파 정권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없다.

단순히 개념의 혼란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언어가 정치현상을 규정하기에 단순한 말의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했던 이유다. 이회창이 갑작스레 지지율 2위로 껑충 오른 까닭이기도 하다.

기실 정권교체는 시대정신이다. 이대로는 못살겠으니 갈아보자는 심경은 삶이 고통스런 사람들 사이에 곰비임비 퍼져 있다. 당연하지 않은가. 부익부빈익빈이 깊어가고 있다. 수출 대기업의 경제는 가파르게 치솟은 반면에 민중경제는 나락의 길을 걸어왔다. 얼마 전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또 온 몸을 불살랐듯이 도시빈민과 농민에게 어두운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역설이지만 바로 그 점에서 이회창의 출마 발언은 ‘압권’이다. “정권 교체만 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는 정권 교체가 돼야 한다”고 이회창은 강조했다.

정확하다. 옳다. 정권교체만 되면 되는 게 아니다.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는 정권교체이어야 한다. 교체할 정권은 있지도 않던 유령 정권이 아니다. 좌파정권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정권을 교체할 때다. 

바로 그 때 우리는 한나라당의 정권 장악이 결코 정권 교체일 수 없다는 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옹근 10년 전, 국가부도 사태를 빚어 신자유주의를 불러온 정권이 바로 한나라당 아닌가. 그 뿐인가. 지금 이 순간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내건 정책은 신자유주의의 전면 확대다.

이회창 후보는 이명박을 뺨친다. 보라. “시도 때도 없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도심 도로를 점거하는 교통마비를 가져오는 일을 저 이회창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출마의 변을. “젊은 전경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자들은 공공의 적으로 엄단할 것”이라는 ‘저 이회창’을.

무릇 어떤 일을 풀려면 그 일이 일어난 원인부터 파악해야 옳다. 그런데 저 이회창에겐 아니다. 그래서다. 이회창과 이명박에겐 신자유주의 정권을 교체할 생각이 꿈일망정 들지 않는다. 현실에 없는 좌파정권을 교체하겠다고 종주먹을 불끈 쥘 따름이다.

물론, 정치는 현실이다.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정권이 가능한가에 회의하는 눈길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급할수록 옳은 길을 걸어가야 한다. 신자유주의를 줄기차게 비판해온 민주노동당은 대규모 민중대회를 예고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반대를 내걸고 창당한 창조한국당도 생동감 있게 활동하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서 이명박 대선후보가 대선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서 이명박 대선후보가 대선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신자유주의 넘어선 비전으로 유권자 공감 얻어내야

두 당의 후보들이 강조한 ‘반신자유주의’ 내용에 차이가 있는 걸 모르지 않는다. 문제의 고갱이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두 후보가 얼마나 많은 유권자들에게 공감시켜 가느냐에 있다. 조급하게 선거연합이나 후보단일화 따위를 들먹일 때는 아니다.

신자유주의를 넘어서자는 대통령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더 많이 파고들수록, 이명박-이회창의 허구성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카지노자본주의를 넘어서겠다는 정동영 후보 또한 부익부빈익빈의 본질이 신자유주의에 있음을 직시할 때다.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가치연대는 자신의 경제주권을 찾으려는 유권자들의 세력화를 뜻한다. 선거연합은 그 다음 단계, 신자유주의 권력의 교체 가능성이 또렷할 때 논의할 수 있는 문제다. 신자유주의 정권을 교체할 세력의 형성, 바로 그것이 대선정국에서 가장 큰 시대적 과제다.


태그:#이회창, #가치연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