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제(6일) 저녁 중학교 동기가 아기 돌잔치를 한다고 연락이 왔으나 가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가지 않았다.


나중에 다녀온 다른 동기가 올린 사진을 보니 무척이나 부러웠다. 아기를 중간에 두고 웃으며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 뒤엔 돌 축하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고, 앞엔 갖가지 먹음직스런 음식과 2단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모르긴 해도 아마 내 반년 급여가 들어간 듯해 보였다.

내게도 두 자녀가 있다. 어느덧 큰 딸이 초등 5학년이 되었고, 둘째 아들은 7살,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어찌 살아온 지도 모르게 벌써 세월이 10여 년이 넘게 흘렀다.

 

나의 딸, 아들이 백일, 돌 때 나는 백수였다. 다른 일을 해볼 거라고 망상에 사로잡혀 있을 사이 빚만 늘어갔다.


딸이 백일이 되고 돌이 됐지만 이 무능한 아빠는 자식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백일, 돌 기념사진만 달랑 찍어둔 게 전부다.


돈 없고, 빽 없고, 학벌 없는 내가 할거라곤 공장에 들어가 품파는 일 밖에 없음을 몇 년이 흐른 후에야 뼈저리게 깨달았다.


지금은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 하청에 다니고 있다. 그나마도 비정규직 신세라 언제 강제해고 당할지 모를 일이다.

처음에 나는 철딱서니가 없어 자식이고 아내고 가슴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아내도 자식도 내 가슴속에 울림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 모든걸 버리고 처자식을 위해 살자.'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처자식에게 특히나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눈물이 앞을 가렸었다. 그때 난 무능한 나 자신이 한없이 싫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자식들에게 해줄 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할 일을 찾아 보았다.

'그래…. 자식들에 대한 자료를 모으자!'


나는 딸과 아들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자료철을 구입해서 그 속에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차곡차곡….


자녀들의 하루 일과를 일기로도 작성 중이다. 매일은 못쓰고 뭔가 색다른 일이 있는 날 쓴다. 초등 5학년인 딸은 아빠가 쓴 자신의 일기를 보며 키득거리기도 한다. 나는 그럴 때 아빠로서 보람을 느낀다.

 

나도 자식들을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는 게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딸에 대해선 유치원 시절부터 초등 1, 2, 3, 4, 5학년 때까지 매년 자료를 모았다.

 

학교에서 주는 시험지나 소식지, 일기 등의 자료를 다 모아 두었다.


또 해마다 찍은 사진도 모아둔다. 먼 훗날 자신이 자라온 과정의 자료를 보노라면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겠지?


나는 그것을 모아 나중에 자식들이 결혼하여 출가할 때 줄 작정이다. "뭐 이런 걸 다 모아 놨어" 하면서 버리진 않겠지?

첨부파일
추억 016.jpg

덧붙이는 글 | 우표도 모으고 있어요. 취미 우표, 초일봉투, 우표 여행 등. 나중에 그거라도 남겨 주려고….


태그:#자식사랑, #가족사랑, #딸, #아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