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좌파 놈들이 이명박을 그냥 두겠어?"
[현장기자 칼럼] 이회창 '대선 삼수' 선언하던 날

 

 

[풍경 1] 기자회견 장 밖 "난세야 난세, 영웅이 나와야 해"

 

"호랑이가 나타나니 여우가 날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던 시각, 남대문로 단암빌딩 앞에 놓여있는 컨테이너 박스에 붙은 메모장에 적힌 글귀다. 굳이 유추해 해석하자면 '호랑이'는 이회창 전 총재이고, '여우'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지칭하는듯하다.

 

이 전 총재의 '복귀'를 환영하기 위해 그의 지지자들이 만든 A1용지 1장의 낙서장에는 '회창 불사' 등 지지자들의 염원이 적혀 있었다. 컨테이너 박스 위에는 이것 말고도 다양한 글귀들이 적힌 포스터와 딱지가 나붙었다. 한번 나열해 보면 이렇다.

 

"법과 원칙" "검증된 후보" "구국의 결단" "대한민국의 희망" "좌파정권 끝장내자"

 

단암빌딩 앞에서 300여명의 지지자들은 "이회창! 대통령!"을 연호하면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립묘지로 향한 이 전 총재의 뒤를 쫓았다. 일부 60대 지지자들은 삼삼오오 남아서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 당위성에 대해 역설했다.

 

"좌파 놈들이 이명박을 그냥 두겠어? BBK도 있고, 많은 게 남아 있잖어. 만약 당선돼도 그 정권이 얼마나 갈지 몰라."

 

"이명박이 그렇게 얻어터지고도 50% 유지하는 것은 좌파정권 10년동안 경제가 몰락해서 그래. 인물이 좋아서가 아니라 순전히 경제 때문에 그러는 거야."

 

"난세야, 난세. 너도 나도 대통령하겠다고 나서고 있잖어. 이런 때에는 영웅이 나와야 해."

 

하지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측의 주장대로 '차떼기'로 정계를 은퇴한 인물을 '법과 원칙' '검증된 후보' '영웅' 등의 미사여구를 동원해가면서 추앙하는 현실.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부터 20%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는 현실. 이런 엄연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혼란스럽다.

 

[풍경 2-기자회견 장 안] "대한민국 군인 공격하거나, 젊은 전경에게 쇠파이프..."

 

이 전 총재가 기자회견을 하던 시각인 오후 2시. 단암빌딩 5층 회의실은 입구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제발 기자가 아닌 분은 나와주십시오." "지지자도 들어가야 하는 것 아냐, 얼마동안 기다렸는데..."

 

회의실 입구에서 '지지자'들의 출입을 막아 카메라 기자들은 목청을 높였다. 10여분동안 실랑이하다가 간신히 들어간 회견장. 150여명은 족히 될듯한 취재진이 이 전 총재 주변에서 연신 후레시를 터트리고, 방송사들은 현장 중계 탁자를 마련해 놓고 리포팅 멘트를 정리하거나 분장을 하고 있다.

 

'창'의 귀환. 그는 돌아오자마자 뉴스메이커로 급부상했다.

 

땀이 줄줄 흘렀다. 뒤늦게 들어간 탓인지 이 전 총재의 얼굴은 기자들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만 스피커를 통해 전단될 뿐이다.

 

회의실 뒤쪽을 배회하다가 단호한 어투로 회견문을 읽어내려가는 이 전 총재의 다음과 같은 말이 귀에 꽂혔다.

 

"땅에 떨어진 국가기강을 바로 세우는 법치혁명을 이루어낼 것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도심의 도로를 점령하여 교통마비를 가져오는 일은 저 이회창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대한민국 군인들을 공격하거나, 젊은 전경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자들은 공공의 적으로 법에 따라 엄단하겠습니다. 우리의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그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가. 농민과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내건 절규를 '무법자'로 몰아붙이고, 기업들이 살맛나는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그의 '국가관'이 서울 시청광장에서 구국 기도회를 벌였던 극우파의 목소리와 너무 흡사하지 않은가. 역설적으로 말하면 시청 앞 광장을 성조기로 물들였던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인사가 한명쯤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화끈한 수구' 또는 '화끈한 보수'.

 

다음은 이 전 총재의 취재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던 중 택시기사로부터 들은 말이다.

 

"(이회창 전 총재는) 법과 원칙을 중시한다는데, 그게 말이나 되는 겁니까. 차떼기가 있잖아요. 그건 빙산의 일각이라고 합디다. (이 전 총재가) 또 북핵 얘기를 꺼내는 데, 이제와서 또 그 얘기하면 경제가 흔들립니다. 왜 자꾸 나라가 거꾸로 가는 지 모르겠습니다."

 
 
[2신 : 7일 오후 3시 10분]

 

"대권3수? 괜찮아!"-"다시 사과하라"

 

"대선 삼수도 가능하다! 열린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면 역사적으로도 의미있다."
"이회창 전 총재가 국민을 분열시켰다. 다시 한번 국민에 사과하고 정계를 떠나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6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단임빌딩에서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자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환영했다. 반대로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은 이회창 전 총재가 국민을 분열시켰다며 정계를 떠나라고 비판했다.

 

이회창 전 총재 지지자 약 2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단암빌딩 앞에 설치된 대형화면을 통해 출마선언을 지켜보고 있었다. TV 화면을 통해 이 전 총재가 대선출마를 공식 발표하자 지지자들은 갑자기 "이회창!" "이회창!"을 연호했다.

 

또한 이들은 제 자리에 서서 태극기를 흔들며 연설을 경청하다가 이 전 총재가 "국민과의 약속을 못 지켜 사죄드린다"고 말하자 "괜찮아, 괜찮아"를 연발하기도 했다. 이어 이 전 총재가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 좌파정권을 바꿔야 한다"고 말할 때도 이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돌아온 창에 환호하는 사람들, 그러나 건너편에선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 전 총재의 지지자 김아무개(45)씨는 "대선 3수도 가능하다"며 "이 전 총재가 초심으로 돌아가 열린 사고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면 역사상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전 총재의 경직된 대북인식이 우려스럽다"면서도 "이미 10년간 한반도 평화가 정착된 만큼 크게 염려할 것은 없다"고 스스로 위안하기도 했다.

 

 

지지자들의 집회가 열리고 있던 단암빌딩 건너편에서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출마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던 '민주연대21' 회원 김경식(61)씨는 "이 전 총재는 국민을 분열시켰다"며 "다시 한번 국민에게 사과하고 정계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에 호의적이라고 밝힌 시민 표창식(남)씨는 "이 전 총재의 기존 이미지는 좋았지만 대선 출마 자체는 부정적으로 보인다"며 "백의종군한다고 밝힌 것은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쉬운데 그는 또 다시 대선에 재출마해서 보수의 표를 분열시켜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 지지자로서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전 총재 모두 출마하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이 도덕적으로 깨끗하게 규명된 뒤에야 누구를 지지할 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가 끝난 뒤, 이회창 전 총재의 일부 지지자들은 현충원 참배와 박정희 대통령-육영수 여사 묘소참배 등 이 전 총재의 일정에 동행하기 위해 발길을 서둘렀다.

 

 

[1신 : 7일 오후 1시 45분]

 

돌아온 '창' 사무실 앞은 찬반 집회로 들썩들썩

 

'창'의 귀환.

 

7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사무실(단암빌딩) 주변에는 두 개의 상반된 집회가 열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선영을 옮기고 오래전부터 재출마를 준비해 온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불출마를 호소하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이 두 진영이 서로 엉키는 것을 막기 위해 전경들도 나와 있다.

 

이 전 총재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 곳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오후 1시부터 집회를 시작했고, 30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현재 "존경하는 대통령이 되어주십시오" 등의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대형 화면에서 나오는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이 영상에는 이 전 총재의 과거 족적과 지지자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이들과 함께 동영상을 보고 있던 서유승 미래포럼 공동대표는 "이 전 총재는 이미 정당한 후보다, 지지율이 30% 가까이 나왔다는 것은 국민적 염원을 반증하는 것"이라면서 "이 전 총재가 구원투수로 나섰기 때문에 이제는 후보를 교체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명박 후보는 BBK 문제 등 도적적으로 의혹이 너무 많지만 이 전 총재는 두 번의 검증을 거쳐 더 이상 검증할 게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대한화재 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50여명의 시민들은 '국민 배신자, 민족반역자 이회창을 규탄한다'라고 적힌 큰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찬성측 인사들과 엉키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이 이들을 둘러싸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사진이 박힌 피켓에 '역사의 대역 죄인이 되지 마라'고 적힌 글귀도 눈에 띈다.

 

이들은 오후 1시30분께 반대집회를 마무리했다.

 

 

태그:#이회창, #대선출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