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즌 최희섭(KIA)의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

 

올 시즌 도중 국내에 들어와 부상과 재활 등을 거치면서 초반에는 다소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지만, 시즌 후반기 때 특유의 장타력을 선보이며 199타수 67안타 7홈런 46타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와 한국리그의 투수 수준차를 고려할 때 비교적 만족스러운 성적이지만, 홈런숫자를 감안할 때는 뭔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물론 처음으로 접한 한국프로야구에 대한 감각부족과 상대투수들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7개의 홈런은 숫자로서만 의미를 가질 뿐, 그의 능력을 감안할 때 내년시즌에는 더더욱 많은 홈런을 생산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충분하다.

 

그럼, 과거 메이저리거 시절 그의 타격 폼과 올 시즌 국내에서 보였던 타격 폼을 비교해 보면서 타격에 관한 이론적 측면으로만 국한 해, 그의 발전 가능성을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필자가 최희섭의 미국시절 타격장면을 볼 때마다 안타까워했던 장면이 바로 타석에서의 스탠스 동작이었다.


또한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한다면 지금보다 더 뛰어난 타격을 할텐데'라는 아쉬움이 항상 남았던 이유는 바로 타석에 들어설때 항상 홈플레이트 가까이 붙어서 타격준비 동작을 취한다는 점이다. 196㎝의 신장과 긴 리치를 가지고 있는 선수가 바같쪽 공에 대한 두려움으로 홈플레이트 안쪽까지 타이트 하게 붙어서 타격을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자세였을까? 미국에서 활동하던 시절, 그의 잠재력을 갉아먹은 원인 중 큰 의미에서의 2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첫째는 미국시절 최희섭의 타격준비 동작은(홈플레이트 안쪽까지 붙어서 타격준비동작을 취하는) 다른 선수 같으면 바깥쪽 공이 최희섭에게는 가운데 공이 되고, 역시 다른 선수 같으면 가운데 공이 몸쪽 공이 되어버린다. 결국 인코스 공을 공략하기엔 그의 스윙이 크게 나오니, 잘 맞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설사 맞추더라도 배트 안쪽이나 손목근처에서 히팅이 이루어져 내야땅볼이나, 평범한 플라이로 그친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렇게 되니, 상대 투수는 위닝샷을 안쪽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으며, 안쪽 코스에 멍하니 스탠딩 삼진(최희섭이 봤을 때는 인코스 안쪽으로 빠진 볼이라고 판단될지 모르나, 그가 홈플레이트에 붙어서 타격을 하니, 빠진 볼이 아닌 인코스 스트라이크가 돼버린다)을 당하는 걸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물론 안쪽에서도 타격을 잘하는 선수가 있긴 하다. 바로 같은 팀의 장성호가 대표적인 선수라고 볼수 있는데, 장성호와 최희섭의 차이는 스윙궤적이다.


즉 장성호처럼 콤팩트하며 짧고 간결하게 손목을 이용해, 몸쪽 코스의 공을 치는 스타일이면 모를까 최희섭의 긴 리치와 큰 스윙 궤적을 생각할 때, 쉽게 공략할 수 없다는 말이다.

 

 미국시절 최희섭의 타격장면

미국시절 최희섭의 타격장면 ⓒ 시카고 컵스

 

위의 사진은 최희섭 선수의 미국 시절 타격폼이다. 스탠스 위치를 유심히 보면.타석박스의 안쪽선까지 와서 타격을 하는 것을 볼수 있을것이다.

 

야구에서 타격준비 동작의 교과서는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폼은 바로 '타자 스스로가 느끼기에 가장 편한 자세'라고 해야 옳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희섭이 미국에서 실패했던 원인을 뽑으라면 난 그의 타격준비 스탠스 위치를 지적하고 싶다. 아주 단순하고,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취할수 있었던 이 자세가 최희섭의 미국시절 성적을 좌우 했다고 결론지으면 너무 성급한 오류 일까?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타자들의 타격자세는 아주 미세한 부분에서 오는 차이점이 상당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돌아와 취했던 타격준비 동작은 미국시절에 비해 홈플레이트 안쪽 선보다 한발자국 뒤에서 스탠스를 잡는걸 볼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된 인코스 변화구에 대한 약점은 보였지만 미국에서의 인코스 공략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보인것만은 사실이였다.

 

두번째로는 '스웨이(sway)'문제점이 개선된 점이다.  '스웨이이란 타격 임팩트 시 무릎을 굽혔다가 펴면서 타격을 하는 것을 말한다. (타격 시 상체가 들리게 된다)

 

장타를 날리기 위해서는 스트라이드 된 순간(타격이론 적 측면에서 보면 이때도 역시 체중이 스트라이드 된 앞발에 가서는 안 된다. 그 짧은 타이밍 상 그렇게 느끼는 것 뿐)을 제외하고는 몸의 체중이 뒷발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스트라이드 된 순간에는 체중이 앞쪽으로 머문다는 느낌이 들 정도만 취하고 모든 체중은 뒤쪽에 중심을 잡고 있어야 되는데, 미국 시절 최희섭은 스트라이드 된 후 공을 타격할 때, 앞무릎을 굽혔다 펴면서 타격을 했으며 그러므로 인해 체중이 앞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선수가 슬럼프에 왔다고 느낄때 문제점중,가장 흔하게 보이는 부분이 바로 체중이 앞으로 쏠린다는 점이다. 이 체중 쏠림은 강한 타격을 할수가 없으며 설사 잘 맞은 타구라도 그 뻗어나가는 궤적을 보면 공이 살아나가지 못하게 된다. 맞는 순간 누구나 홈런이라고 생각되는 타구가 있는 반면, 맞는 순간에는 넘어갈것 처럼 보이지만 타구가 살지 못하고 외야수에게 잡히는 공은 십중팔구 타자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친 타구이다. 왜냐면 바로 버팀목이 되는 뒷발의 파워가 분산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최희섭의 스웨이 현상은 국내에 와서는 보이질 않았다. 다만, 스트라이드 된 앞발이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은 받았지만(선수 스스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고칠려는 흔적) 올 겨울 많은 훈련을 통해 보완한다면 내년 시즌에는 더 많은 홈런을 기록할수 있을 것이다.


타격 준비 자세에서의 문제점, 그리고 타격 임팩트 순간 버릇이 되어버린 스웨이 현상, 이 두 가지가 지금까지 최희섭의 발목을 잡았던 원인이었는데, 과연 내년 시즌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2007.11.06 10:55 ⓒ 2007 OhmyNews
최희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