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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군 화순초등학교(교장 서평렬)에서 3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두 시간여 동안 학예발표회가 열렸다. 하지만 이날 발표회는 널찍한 강당이 아니라 학생들이 평소 공부하던 교실에서 이뤄졌다.

 

그것도 한 곳에서가 아니라 48개 학급 모든 교실에서 동시에 발표회가 진행됐다. 프로그램도 학생들이 노래나 춤 등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등을 통해 익힌 재주와 기량을 중심으로 강당에서 발표회를 열던 기존의 학예발표회와는 확연히 달랐다.

 

친구들과 팀을 이뤄 준비한 율동과 무용, 음악줄넘기, 합창, 연극, 뮤지컬, 합창 등은 물론 학교에서 평상시 배우고 익힌 멜로디언과 리코더 합주, 영어연극도 등장했다. 그중에는 동화구연과 웅변, 검도, 태권도, 하모니카와 핸드벨, 대금, 오카리나 연주, 후프돌리기, 막춤, 쌍절권 돌리기 등 가장 자신 있는 재주를 혼자서 당당하게 친구와 학부모 앞에서 선보이는 친구들도 있었다.

 

평소 자신이 즐겨 읽던 동화의 작가 안데르센이나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글을 준비한 친구도 있었다. 여느때 같으면 한 번 이상 무대에 오르기 힘들었을 학예발표회에 아이들은 많게는 6~7가지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하며 자신들이 가진 끼와 장기를 마음껏 표현했다.

 

약 2시간 동안 적게는 10여개 많게는 30여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등 각각의 학급발표회는 어느 하나 놓치기 싫을 정도로 다양하고 다채롭게 꾸며졌다. 학부모들도 평소 만나기 힘들었던 같은 반 학부형들과 아이들이 평상시 공부하는 교실에서 함께 어울리며 발표회를 지켜봤다.

 

둘이나 셋 이상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본관에서 별관으로, 1층에서 4층으로 학교건물 곳곳을 뛰어다니는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의 얼굴에 절로 흐뭇한 미소를 띠게 했다.

 

각각의 학급에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여는 ‘학급별 학예발표회’는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강조하는 서평렬 교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교사들이 중심이 돼 발표회 프로그램을 짜고 학생들을 연습시키고 발표회에 누락되는 학생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 한 프로그램에 많게는 100여명이 우르르 참여하는 발표회가 아닌 어설프더라도 학생이 주인공이 되는 발표회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서 교장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월요일부터 일주일 내내 학교강당에서 하루에 한 학년씩, 학년별 학예발표회를 열었다. 하지만 학예발표회가 일주일 동안 계속되다보니 다소 무리가 있어 올해는 학급별로 주제를 바꾸고 같은 시간에 일제히 진행되는 학예발표회를 준비했다.

 

프로그램 선정과 기획, 연습, 대본 작성, 소품 준비와 무대 꾸미기, 초대장 만들기와 발송 등 모든 과정에는 학생들이 중심이 됐다. 물론 저학년의 경우 일부 학부모들의 도움을 필요로 했지만 고학년은 학생들 스스로 모든 준비를 했다. 연습도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했다.

 

학부모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5학년 자녀를 둔 A씨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에서 아이들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며 “획일적으로 이뤄지던 기존의 학예발표회보다 훨씬 신선하고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날 학급별 학예회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학예회가 아니라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준비한 모든 것을 스스로에게 자랑하고 자신을 맘껏 표현하는 자신감의 잔치였다.

 

한편 1917년에 개교한 화순초교는 현재 1460여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으며 지금까지 2만1000여명의 학생들을 배출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남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순초, #학예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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